그런데 파이퍼가 흙을 먹게 되기 바로 직전에 기적이 일어났다. 에어쇼의 비행기처럼, 파이퍼가 경로를 180도 바꾸는 결사적인 공중제비로 땅을 가볍게 스치며 얼굴을 땅에서 하늘로 향했다. 파이퍼는 F-22 전투기처럼 갑작스런 추진력과 정확성을 발휘해 위로 경쾌하게 날아올랐다. 하지만 파이퍼는 여전히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충돌에 대비했다. (중략) 파이퍼는 떠오르는 태양의 금빛과 차갑고 미세한 알갱이로 얼굴을 적시는 구름 안개에 닿고서야 오른쪽 눈을 살짝 뜨고 앞을 엿보았다. 그렇게 엿본 광경은 몹시 놀랍고도 낯설어서 파이퍼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파이퍼는 다른 쪽 눈을 떠서 그 광경을 다시 보았는데 처음 오른쪽 눈으로 살짝 본 광경과 똑같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파이퍼는 두 눈을 모두 떴다.
오, 그리고 파이퍼의 눈에 펼쳐진 세상이란!
푸른 들판이 사방으로 뻗어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 반짝이는 개울이 흐르고 있었다. 파이퍼가 구름 쪽으로 더 가까이 날아가자, 구름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산들바람이 불어 파이퍼는 더 높이 올라갔다.
--- pp.22-23
콘래드가 상단에 인세인(I.N.S.A.N.E.)이라는 글자가 깔끔하게 찍힌 메모지 한 장을 가리켰다. 파이퍼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이퍼는 그것을 어디에서나 봤다. 그들 모두가 그랬다. 하지만 파이퍼는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글자는 ‘정상, 안정 그리고 보통을 위한 연구소’를 의미하는데 줄여서 ‘인세인’이라고 하지. 인세인은 단 한 가지 목적, 즉 이 연구소 문을 통과하는 모든 것은 어떤 것이든 정상적인 것으로 만들겠다는 목적을 위해 지어진 완벽한 시설이야. 그리고 이 연구소는 그 목적을 100퍼센트 완수하고 있어. 게다가 설립 이래 절대적인 성과를 보증하는 균일하고 조직적인 과정을 만들어 냈어.”
--- pp.206-207
헬리언 박사가 그제야 만족했다.
“자, 파이퍼, 내가 너를 다시 볼 때는 네가 하늘을 날았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뿐더러, 다시는 날고 싶은 욕망도 갖지 않게 될 거야. 하늘을 나는 것은 고약한 버릇이야. 그건 사람들을 다치게 해. 너를 상하게 하지.”
“하…… 아…… 지만.”
제대로 말하기 위해서 파이퍼는 엄청나게 애를 써야만 했다.
“난 하늘을 나는 것을 사랑해요.”
“아니, 파이퍼, 넌 그렇지 않아. 그렇게 생각할 뿐이지. 곧 넌 네가 잘못 생각했단 걸 알게 될 거야. 탈출에 대해 네가 잘못 생각했던 것처럼.”
--- pp.265-266
로랜드 마을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파이퍼의 엄마와 아빠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기고 있는 야구팀을 큰 소리로 응원했다. 파이퍼와 콘래드와 다른 모든 아이들에게 그것은 분명 승리였지만, 상대팀에 대한 승리는 아니었다. 그들이 다른 아이들과 시합을 한 ?상대처음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그들을 겁에 질려 달아나게 하지 않은 ?상대이번이 처음이었다. 불안하기는 했지만 세상과 어느 정상대균형을 이루며 그들 본래의 모습으로 받아들여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실로 대단한 승리였다.
--- pp.3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