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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455g | 153*224*20mm
ISBN13 9788994963655
ISBN10 899496365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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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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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이사항 : 기초과학/교양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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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올리버 색스
1933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학 퀸스칼리지에서 의학학위를 받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와 UCLA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1965년 뉴욕으로 옮겨가 이듬해부터 베스에이브러햄병원에서 신경과 전문의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과 뉴욕대학을 거쳐 2007년 가을부터 컬럼비아대학에서 신경정신과 임상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올리버 색스는 신경과 전문의로 활동하면서 만난 환자들의 사연을 책으로 펴냈고, 그 책을 통해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필자로 유명하다. 〈뉴욕 타임스〉는 이처럼 문학적인 글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올리버 색스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부른다. 그는 《편두통》과 《깨어남》 《뮤지코필리아》를 비롯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화성의 인류학자》 《엉클 텅스텐》 등 지금까지 모두 10여 권의 책을 발표했다. 최근작으로는 《마인즈 아이Mind’s Eye》 《환각Hallucinations》이 있다.

음악애호가로서 평소 바흐와 모차르트를 즐겨 듣는다는 그는 《뮤지코필리아》에서 볼 수 있듯이 음악과 우리의 뇌, 그리고 마음의 관계를 밝히고자 연구 중이다. 2002년 록펠러대학은 과학에 관한 탁월한 저술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루이스 토머스 상’을 그에게 주었고, 모교인 옥스퍼드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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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청각장애인의 세계

날 때부터 듣지 못하는 사람이나 언어를 습득하기 전 갓난아기 때 청력을 잃은 사람의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정상인은 물론 데이비드 라이트처럼 언어를 습득한 뒤에 청력을 잃은 사람조차 그 세계를 상상하기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언어를 알기 전에 이미 장애를 안게 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질적으로 다른 범주에 속한다. 소리를 들은 적도 없고, 청각적인 기억이나 이미지나 연상이 전혀 없는 그들에게는 소리의 환상조차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은 결코 깨어지지 않는 철저한 무음의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 미국에서 이런 선천적 청각장애인들은 대략 25만 명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면 1,000분의 1의 비율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룰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우리는 오로지 이들만 다룰 것이다. 그들이 처한 상황과 어려움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청각장애에 대해 잘 생각해보지 않지만 어쩌다 혹시 생각을 하더라도 시각장애보다는 덜 심각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청각장애가 불리한 여건, 귀찮은 것, 핸디캡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지독한 장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_27~29쪽

언어를 배우기 전에 청력을 잃은 사람들의 상황은 1750년 이전에는 정말이지 재앙이었다. 그들은 말을 배울 수 없어서 ‘벙어리’가 되었고, 심지어 부모나 가족들과도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으며, 아주 기초적인 몇 가지 수화와 몸짓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또 대도시를 제외하면 어디서든 자신과 같은 청각장애인들과도 접촉할 수 없었다. 문자를 익히고 교육을 받아 세상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없었으므로 가장 비천한 일밖에 할 수 없었으며, 대개 극빈에 가까운 상황에서 혼자 살았다. 사회와 법은 그들을 정박아와 거의 다를 것이 없는 존재로 대우했다. 청각장애인의 운명은 확실히 끔찍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면의 결핍에 비하면 겉으로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언어를 습득하기 전에 청력을 잃었을 경우 의사소통 수단이나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조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지식과 사고력도 극빈해지기 때문이다._36~37쪽

1770년부터 1820년 사이에 프랑스를 휩쓴, 청각장애인의 교육과 해방이라는 위대한 변화는 1870년까지 미국에서도 의기양양하게 추진력을 계속 유지했다(마지막까지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엄청나게 활발한 활동을 펼친 클레르크는 1869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흐름이 바뀌면서(이때가 전체 역사 중의 전환점이었다) 청각장애인에 의한 그리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의 사용이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 되었다. 이로 인해 100년 동안의 작업이 20년도 안 돼서 물거품이 되었다.
사실 이때 청각장애인들과 수화가 겪은 변화는 빅토리아시대의 억압적인 분위기, 획일주의, 모든 종류의 소수집단에 대한 불관용 등 시대의 전반적인 흐름(원한다면 정치적인 흐름이라고 해도 좋다)의 일부였다. 종교적인 소수집단이든 언어적인 소수집단이든 종족적인 소수집단이든 상관없었다. 그래서 이 시기에 세계의 ‘약소집단들’과 ‘약소언어들’(예를 들어 웨일스 지역과 웨일스 말)은 주류 문화에 동화되거나 순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_50~51쪽

2 수화로 생각하기

2년 전 브레이필드청각장애인학교에서 나는 조지프를 만났다. 열한 살의 소년인 조지프는 그때 생전 처음으로 학교에 막 입학한 참이었다. 그는 열한 살인데도 언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다. 날 때부터 청각장애인이었는데도 그 사실이 발견된 것은 네 살 때였다.1 말을 해야 할 나이에 말도 못하고 남의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주위 사람들은 ‘정신지체’로 보았고, 나중에는 ‘자폐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진단명들이 계속 그에게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침내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사람들은 그가 ‘귀머거리이자 벙어리’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조지프가 단순히 말을 못할 뿐만 아니라 멍청하기까지 하다(dumb에는 ‘말을 못한다’는 뜻과 ‘멍청하다’는 뜻이 있다-옮긴이)고 보았다. 아이에게 언어를 가르치려는 진지한 시도는 한 번도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조지프는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말하기도 쓰기도 수화도 익힐 기회가 없었다. 오로지 무언극 같은 몸짓과 놀라운 그림 실력뿐이었다. 이 아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나는 계속 속으로 자문했다. 이 아이의 머릿속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이 아이는 어떻게 이런 길에 이르렀을까? 아이는 활발해 보였지만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아이의 눈길은 말을 하는 사람들의 입과 수화를 쓰는 사람들의 손에 이끌렸고, 사람들의 입과 손을 정신없이 오가며 바라보았다. 알고 싶어 죽겠다는 듯이,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듯이. 내가 보기에는 그와 동시에 거기에는 갈망도 있는 것 같았다. 조지프는 우리들 사이에서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직은 기호를 이용한 의사소통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조지프는 기호를 통해 뜻을 주고받는 것이 어떤 일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_68~69쪽
조지프는 언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의사소통을 시작하면서 엄청나게 들떠 있었다. 학교 측은 조지프에게 공식적인 수업만이 아니라 언어게임도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기들이 처음 말을 배울 때도 언어게임을 한다. 교사들은 조지프가 게임을 통해 언어와 개념적인 사고를 습득하기를, 지적인 놀이라는 ‘행위’ 속에서 그것을 습득하기를 바랐다. 나는 나도 모르게 루리아가 묘사했던 쌍둥이를 떠올렸다. 그 쌍둥이는 언어능력이 워낙 뒤떨어져서 어떤 의미에서는 심한 ‘정신지체’ 상태였다. 하지만 언어를 습득한 뒤로는 측정하기 힘들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조지프에게도 그런 일이 가능할까?_74쪽

샬러는 일데폰소에게 수화를 가르치려고 열심히 애를 썼지만, 몸짓과 소리를 아무리 반복해도 그는 그 ‘안’에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쩌면 그는 이 ‘의태 반향언어’(반향언어는 심리학에서 ‘남의 말을 그대로 흉내 내는 행동’을 뜻한다-옮긴이)의 수준을 결코 뛰어넘지 못해서 생각과 언어의 세계로 들어서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전혀 예상치 못하던 일을 해냈다. 일데폰소에게 가장 먼저 돌파구가 되어준 것은 놀랍게도 숫자였다. 그는 숫자의 의미, 숫자를 다루는 방식을 한꺼번에 갑자기 깨달았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돼서 일종의 지적인 폭발이 일어나 그는 며칠 만에 산수의 기본 원칙들을 파악했다. 아직 언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았다(산수의 기호들은 언어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단어와 똑같이 의미를 품고 있는 게 아니라 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숫자를 습득해서 머리로 계산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의 머리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혼란스러운 머릿속에 질서의 영역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는 생전 처음으로 이해력을 얻어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되었다._90쪽

1950년대까지 수화에 언어학적 관심이나 과학적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1950년대 말에 젊은 중세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윌리엄 스토키가 갤러데트대학에 부임했다. 그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초서(1342 추정~1400, 영국의 시인-옮긴이)를 가르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행운 덕분인지 우연 덕분인지 하여튼 언어학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엄청난 환경 속에 자신이 들어오게 되었음을 곧 깨달았다. 당시 수화는 제대로 된 언어 대접을 받지 못하고, 일종의 팬터마임이나 몸짓 기호로 여겨졌다. 손으로 표현하는 엉터리 영어라는 인식도 있었던 것 같다. 스토키는 천재성을 발휘해서 수화는 결코 그런 것이 아님을 깨닫고 증명해냈다.
수화는 어휘와 구문, 무한한 숫자의 명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면에서 진정한 언어가 갖추어야 할 언어학적 기준을 모조리 충족시키고 있었다. 1960년에 스토키는 《수화의 구조Sign Language Structure》를 발표했고, 1965년에는 (청각장애인 동료 도러시 캐스털라인과 칼 크론버그와 더불어) 《미국수화사전A Dictionary of American Sign Language》을 펴냈다. 스토키는 수화가 그림이 아니라, 복잡한 내적 구조를 지닌 복잡한 추상적 기호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수화의 구조를 찾아 나서고, 수화를 분석하고, 해부하고, 구성 요소들을 찾아 헤맨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_117~118쪽

수팔라는 또한 만약 청각장애 어린이들이 오로지 수화영어만 접한다면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과 처리의 잠재력 손상”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 아이들이 스스로 언어구조를 창조해낼 능력이 없는 한, 문법을 창조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손상된다는 뜻이다. 다행히 어린이들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촘스키적’ 연령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들만의 언어구조, 자기들만의 공간적 문법을 창조해낼 수 있다. 아이들이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은 자신들의 언어적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어린이들에게서 수화 또는 수화와 비슷한 언어구조가 자발적으로 생겨난다는 이런 연구결과들은 수화 전반의 기원 및 발전과 관련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시각적 매체를 통한 언어라는 한계와 단기 기억과 인지 처리 과정의 생리학적 한계를 감안하면 마치 신경계가 수화와 같은 언어구조, 공간적 조직을 ‘반드시’ 발전시킬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_160쪽

3 청각장애인 혁명

1988년 3월 9일 수요일 오전, “갤러데트의 시위” “청각장애인을 위한 청각장애인의 시위” “학생들이 청각장애인 총장을 요구” 오늘 언론에는 이런 말들이 가득하다. 사흘 전에 시작된 시위는 그동안 꾸준히 힘을 기르다가 이제 「뉴욕 타임스」 1면으로 진출했다. 아주 놀라운 이야기처럼 보인다. 나는 작년에 갤러데트대학을 두어 번 다녀왔으며, 그 뒤로도 꾸준히 그곳과 친숙해지는 중이다. 갤러데트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세계 유일의 교양학부 대학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대학이 전세계 청각장애인 사회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개교한 지 12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청각장애인이 총장을 지낸 적이 없다._177쪽

갤러데트가 세상을 떠날 무렵, 그의 대학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청각장애인들도 기회와 수단만 주어지면 학문적으로 모든 면에서 귀가 들리는 사람들에 필적하는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준 곳이기도 했다. 아니, 학문만이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프레더릭 로 옴스테드가 설계하고 1880년에 문을 연 갤러데트의 멋진 체육관은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곳 중의 하나였다. 또한 미식축구 선수들이 경기 전에 둥글게 모여 서서 결의를 다지는 절차는 원래 갤러데트에서 선수들끼리 비밀 전술을 주고받기 위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갤러데트 자신은 수화에 등을 돌린 교육계에서 최후까지 수화를 위해 싸운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갤러데트대학은 교육계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수화를 옹호해주던 가장 위대한 사람을 잃었다. 이 학교가 전 세계에서 청각장애인들의 꿈을 상징하는 곳이 되어 있었으므로 사실상 청각장애인들의 세계 전체가 수화의 옹호자를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_195쪽

온갖 종류의 변화들, 즉 행정적 변화, 교육적 변화, 사회적 변화, 심리적 변화가 이미 갤러데트에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학생들의 태도가 많이 변했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서는 이제 주변을 의식하며 어색해하는 일 없이 즐거움을 느끼거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모습, 자신감과 당당함이 새로이 느껴진다. 이런 새로운 모습은 과거와 확실히 다른 것이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학생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모든 것이 바뀐 것일까? 이 ‘의식의 변화’가 영원히 지속될 것인가? 갤러데트의 청각장애인들만이 아니라 청각장애인 사회 전체가 바라는 대로 기회를 얻게 될 것인가? 귀가 들리는 우리들이 그들에게 그런 기회를 허락해줄 것인가? 그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 우리들 속에서 그들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꾸는 것을 허락해주면서도 그들을 모든 면에서 우리와 동등한 존재로 받아들일 것인가? 갤러데트의 시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_224~225쪽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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