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하나의 오래된 모양......추악한 모양. 잊고 있었던 시구가 서서히 머리에 떠올랐다. 흰장미를 닮은 청년, 다정다감하고 창백한 얼굴, 적막한 계곡에서 속삭이는 물소리, 동화 속 꿈의 왕자, 아아, 이토록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없구나. 그것은 흰장미를 닮은 청년
고통과 죽음에서 청년을 지켜주는 것은 누구인가? 청년은 과거에 한번도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했듯이 스스로는 지키지 못한다. 청년은 너무도 세상사를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너무도 많이 알고 있는 탓일까?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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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플 양은 생각에 잠겨 규칙적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떠난 래필 씨를 생각하며 그에 관해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을 기억해 내고 있었다. 사실 그는 쉽게 잊혀질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마음 속으로 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정말이지 그는 개성이 아주 강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어떤 때에는 놀라울 정도로 거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의 거친 행동에 대해서 감히 뭐라고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런 것 까지도 다 생각이 났다. 그가 그토록 부자였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거친 행동에도 아무 말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그는 정말 부자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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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베리티를 계속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옜날 영주의 저택 정원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슨 짓인지 잘 몰랐겠지요. 그러나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움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으로 생각해요. 마음의 위안도 없었을 것이고. 그녀는 오직 괴로워했습니다....세월과 더불어 계속 괴로워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제야 엘리자베스 템플이 말한 뜻을 저는 알게 되었답니다. 아마 그녀가 알고 있었던 것 이상으로 잘 알 겁니다. 사랑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지요. 그것은 악이 되기 쉽답니다.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 중 하나가 되기 쉬운 것이랍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그런 사랑과 매일매일을, 한해 한해를 함께 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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