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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봄은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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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봄은 맛있었다

최세환 | 서영 | 2016년 08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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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3쪽 | 510g | 152*225*20mm
ISBN13 9788997180639
ISBN10 8997180630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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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세환
광주 출생으로 현재 신한 ENG 이사 이다. 주요 이력으로는 [문학공간]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매일 시니어 문학상 수상, 직지 문학상 대상 수상, 뇌연구원 문학상 장원 수상 ,곡성 작은도서관 백일장 수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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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인자 그만 떨어졌으면 쓰겄구만, 징하네. 징해.”
은행나무 밑에서 생선 좌판을 벌리고 있는 동네 아주머니가 염치없이 은행나무에 불만을 쏟아냈다.
떨어진 은행알에 머리통을 맞았는지, 소쿠리 안에 죽은 듯 모여 누워 있던 꽃새우들이 살아서 꼬리 힘을 자랑하며 팔딱 팔딱 뛰었다.
나는 뛰는 힘을 급히 내 눈에 넣었다. 싱싱하고 상큼한 모습은 나의 야만성을 주체 못하게 했다. 성질 급하게 새큼한 초고추장을 생각하며 먼저 침을 꿀꺽 삼켰다.
살아서 팔딱거리는 뛰는 새우를 구경하는 아낙네들은 값만 물어보고 손익 계산의 주판알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았다.
좌판 댁은 영광 백수에서 물때 맞추어 가져온 생물이라고 항상 되되하게 튕기면서 장사를 한다.
나도 비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쩌랴, 생선 맛 깨나 안다는 놈이다. 칠산 바다에서 건져온 해물이 맛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구나 살아 있는 꽃새우는 회로 먹거나 무를 넣고 졸여 먹으면 달짝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로 접어든 칠산 바다의 울렁거림이 갯벌의 넉넉하고 깊은 맛과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나는 계산을 접기로 했다.
---「누름돌」중에서

오후 늦은 봄 산사의 해는 앞산 나무 숲 가지에 걸려 찢어진 봄빛을 뿌리고 있었다. 풍경 소리는 도적놈의 어설픈 욕심을 구경하며 웃고 있는지 목탁 소리를 외면하고 혼자 쨍알거렸다.
산까치들의 노래인지 놀림인지 내 앞에서 꽤나 떠들다가 두 번씩 챔질하고 오물을 남긴 채 사라졌다.
나는 노란 불꽃을 머리에 두르고 옅은 웃음을 짓고 기다림을 되새김하는 여인네를, 다시 덕석몰이하기 위해서 거친 돌쇠가 되기로 작심을 했다. 나는 우물가로 가기 전에 돌쇠를 생각했다. 막걸리 한잔으로 목축이고 흘러내린 삼베바지를 당겨 허리춤에 질끈 매고 배 두드리는 그의 거친 숨소리를 생각했다.
“으하하 나는 돌쇠다. 아씨, 아씨, 갑시다. 내 등에 업히소서.”
단순 무식한 돌쇠를 내 마음에 가득 채운 채 다시 우물가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님 아버지, 저 아름다운 난을 주소서. 관세음보살.”
나는 계속 기도와 주문을 외웠다. 날카로운 내 의식을 갈기 세우고 주위를 살피면서 우물가로 가는 길에 뿌리는 봄 햇살은 전혀 반갑지 않았다.
노란 얼굴에 파란색으로 눈썹 화장을 한 여인은 이제는 요염한 자태로 나에게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아! 환장할 일이었다. 가슴이 뛰었다. 한 발짝 두 발짝 세 발짝 손만 내밀면 내 품에 안길 요염한 여인이다. 나 돌쇠는 아씨를 부르면서 손 내밀기를 뇌에 전달하며 재촉했다. 손도 뇌도 말을 듣질 않고 가슴패기를 때리면서 아랫도리만 후들거리게 만들었다. 요염한 노란 불꽃 여인은 어이없는 듯 혀를 내밀고 삐쭉거리는 것 같았다.
삼복더위에 개 땀 흘리듯이 땀이 났고 등짝은 뻑쩍찌끈했다. 혹시 나를 눈여겨볼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여유 있는 척 휘파람을 불면서 우물가를 돌아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 마음은 노란머리 여인의 아름다움을 소유해야 한다는 욕망과 나의 순수한 양심이 거칠게 저항하며 싸울 태세로 모래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따. 이 양반아, 지금 뭣 하요. 장난하고 있소! 그런 뱃심 갖고는 폴식께 틀렸소. 에잇.’
내 주머니 속 시줏돈은 화가 나서 쌍두 욕을 내 사타구니에 걸치고 연신 발길질을 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아름다운 난 여인을 소유하기 위한 시도를 했다.
“하느님, 움메니 반메움.”
생각나는 주문과 기도로 내 마음을 되살리면서 또 시도를 했다. 그리고 또, 또……. 웃고 있는 난 여인의 매혹적인 자태는 더욱 농익어서 그 난 여인을 소유하고 싶은 나의 욕망은 집착이 되어 낑낑대며 높은 산을 넘고 있었다.
---「도둑놈」중에서

아버지를 따라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는 꼭 나의 탯자리 백부님 댁에 갔다. 자자 일촌인 고향, 내 또래는 모두가 형과 동생들이었다.
겨울방학 때는 뒷산에서 관솔 꺾어 불피우며 고구마 구워 먹고 검정 칠해진 입 주둥이를 보고 서로 웃고 이 집 저 집이 내 집인 양 두루치며 먹고 잤다.
통무시로 담근 살얼음 낀 싱건지의 맛은 나에게 밥 먹을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
여름방학 때는 형들 따라 남의 동네 참외, 수박 서리하는 재미에 빠졌다. 수박 서리를 형들과 나갔다. 큰 수박 덩이를 찾기 위해 더듬고 한참을 기어갔다.
어둠 속에서 담뱃불이 크게 일어서며 쇠꼬챙이를 끌며 떨리는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누구요?”
“서리꾼이오.”
도적놈이 그렇게 말할 순 없질 않는가. 삼십육계 도망쳤다. 하필 쫓겨 도망을 간 것이 울퉁불퉁 고랑을 쳐 무시 씨를 파종해 놓은 밭이었다. 도망가다 높은 턱에 걸려 넘어지고 일어나 도망가다 또 턱에 걸려 넘어지고 쫓고 쫓기는 심야의 소동에 무시 밭만 엉망진창이 돼 버렸다.
다음날 이른 아침 잠결에 된불 맞은 벅구가 펄쩍 뛰며 깨갱거리듯 친척의 숨넘어간 소리가 들렸다.
“성님, 환장하겄소. 뭔 염병할 새끼들이 달밤에 무시밭에서 춤을 췄을까라, 엉망진창 돼 부렀소. 미쳐 불겄소. 올 무시 농사 포기해 불라요.”
그날 밤 도망가는 서리꾼이나, 쫒는 자나, 씨 품고 있는 친척 무시밭은 재수에 옴 붙은 밤이었다.
---「황토 무시」중에서

어젯밤 시위에서도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진압과 폭력에 시민들이 흩어지면서 도망쳤다. 충장로 쪽으로 전일빌딩 골목 쪽으로 나는 금남로 대로변 쪽으로 뛰고 또 뛰기 시작했다.
마지막 발악인 듯 공수부대가 착검한 채 곤봉을 휘두르면서 무차별 두들기며 쫓아왔다.
“옴에, 얼릉 피하쇼잉, 잽히면 죽은께. 저것들이 우리 군인들 맞소? 우리가 빨갱이요. 뭔 죄를 졌소. 미쳐 불겄소. 하여간 멀리 도망칩시다.”
우두둑 우박 떨어지는 군화 발소리와 시민들의 허겁지겁 흩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금남로 거리를 나는 뛰었다.
‘아따메 죽겄는거. 죽일 놈들, 죽일 놈들.’
입안에서 맴도는 분노와 차오르는 숨을 헐떡거리면서 뛰고 뛰었다. 평소에 운동을 하지 않은 것을 얼마나 후회하며 도망을 갔는지 모른다.
유동 삼거리까지 도망쳤다. 걸어서 양동 시장 쪽으로 갔는데 시민들이 무슨 종이쪽지를 주워 보면서 웅성거렸다.
늦은 밤 희미한 백열등에 비친 파출소는 무당 굿판이 끝나고 휑하니 비어 있는 흉가 같았다. 거기에는 누군가에 의해서 파헤쳐진 무덤같이, 흩어진 비밀들이 발가벗은 몸을 감추지 못하고 흩날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사찰 기록이 깨알같이 적혀 있었다.
우리가 항거하고 있는 독재 정권은 시민들의 알몸들을 속속들이 내다보고 있었다.
“와, 이 새끼들, 인자 본께 우리를 깨 할닥 베께 놓고 염병 지랄을 했구만잉. 완마, 웃겨 분 세상을 우리가 살았네그려.”
여기저기서 사찰 기록물을 보면서 군부 독재의 믿기질 않는 실상에 욕설로 침을 뱉었다.
패대기쳐 버린 파출소를 지키고 있는 담쟁이는 찔레꽃이었다. 오늘의 함성을 기억한 꽃망울들은 오월이 지나면 눈물 나게 시린 흰 꽃으로 필 것이다.
--중략--
끓어오르는 분노 속에서 내가 참여한 역사적인 사건 위에 서있는 나를 정리하고 싶었다. 인간이 참으로 바른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지혜, 용기, 욕망, 정의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생각하는 용기는 무엇인가?’
‘참으로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에 목숨을 걸고 싸울 수 있는 진정한 기개이다.’
‘정의는 무엇인가?’
‘참으로 사랑할 것을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을 것을 사랑하지 않고, 그가 지닌 어떤 고유한 몫을 돌려주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핏방울처럼 진한 주체성을 가지고 목적 있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우리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다. 살아 있다고 모든 것이 결코 산 것은 아니다.
나는 군중 속을 헤집고 내려오면서 외쳤다.
“대한민국 만세!”
고개는 뒤로 젖혀 어둠 속 별을 보고, 팔을 벌려 하늘을 움켜쥐고, 상의 단추는 풀어져 있었다.
“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뿌듯한 열정에 흥분하며 뛰고 있는 내 양심을 꼭 껴안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승리했다. 자유의 종을 울려야 한다.”
중앙 교회를 찾아 들어갔다.
“계십니까, 계시오?”
“어쩐 일로……?.”
“종지기신가요?”
나의 흥분된 언행에 그가 잠시 머뭇거렸다.
“며칠 동안 항거한 시민들이 오늘 밤 승리했소, 도청 함락도 시간문제요. 이제 자유의 종을 울립시다. 종을 울려 주시오.”
나의 제안에 머뭇거리던 종지기에게 군중들이 종을 울리라고 재촉했다. 종지기가 높다랗게 걸려 있는 종에 매단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나 또한 역사적인 이 환희의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싶어 종지기와 함께 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시민들이 힘을 보탰다.
“여러분 종소리가 들린가요?”
종소리를 듣기 위해 뭉클거린 마음들이 저항의 함성을 삼키고 있었다.
종소리는 분명히 억압된 가슴을 풀어헤치고 맑은 웃음의 빛살로 만든 비둘기를 밤하늘에 날려 보냈다. 함성에 묻힌 종소리는 긴 듯 짧은 몸짓으로 날고 있는 머슴둘레꽃 꽃술이 되어 느리게 퍼지고 있었다.
잠시 후 넓고 높은 곳에서 상쇠 머리의 상모 꽃 돌기가 회를 친 기쁨을 몰고 와서 점점 큰 원을 그리며 밤하늘을 쓰다듬고 있었다.
감추어진 아버지의 사랑, 항상 부족하다며 새벽을 여는 어머니의 마음 같은 따뜻함에 펄펄 울 수밖에 없는 종소리였다.
그 울림은 진양조 가락에 고개 숙여 발끝을 본 고운 맵시의 이녁들의 울림이었다. 기어이 계면조 가락의 슬픔으로 가슴을 풀어 버린 종소리는 빛고을 밤하늘을 우도 가락의 장엄함으로 품에 안고 넓게 팔 벌리면서 너울너울 춤추며 긴 소맷자락을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석가탑의 속울음을 울었다. 그렇게 슬프고 서러웠으나 고립무원의 광주가 자랑스러웠다. 진정한 용기와 정의로움으로 생존을 걷어차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았고 우리는 하나였으며 형제였다. 나눔을 실천했고 자유의 소중함을 알았고 외로움을 배웠다.
새벽녘 집에 오니 아내가 뜬눈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눈시울 붉히며 손을 잡았다. TV에서는 똥걸레 찬 저능아 지식인이 광주를 간첩들의 사주를 받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남대문 출입구 문지방이 오동나무로 되어 있다고 했다. 광주 시민들의 집에 있는 장독대 항아리 속 간수 빠진 십년 묵은 소금이 썩어서 구더기가 득실거린다고 했다.
이 시간 군부 독재자들은 여유로움이든 초조함이든 어찌됐든 간에 술판을 벌리고 있겠지…….
평조 가락의 화평한 종소리가 중모리에서 중중모리를 넘어 자진모리로 휘몰아치면서 무등산을 감아 돌고, 상쇠가 상모를 돌리며 흥을 맞추는 굿판을 품고 깊은 잠 속으로 들어갔다.
아카시아꽃향은 서럽게 종소리를 보듬고 있었다. 금남로에서 도청을 점령할 시민과 철수할 공수부대가 뒹굴며, 분수대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도청 앞을 물들이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이팝나무의 푸른 잎은 흰 꽃에 얼굴을 가리고 떨고 있었다.
---「자유의 종은 울렸다」중에서

우리는 섬 주민들을 대접한다고 남은 곰보병 양주는 사양했다. 판자로 만든 감옥에 교수형 집행만을 기다리고 있는 그들이 잡아온 16인의 한 되짜리 소주만 집행하기로 했다.
밥상을 물리친 후 섬주민 젊은이가 북채를 들고 한가락 뽑겠다고 했다. 북채로 북 옆구리를 힘주어 때리고 치고 등짝을 토닥토닥 튕기는 솜씨로 호남가를 멋들어지게 뽑아냈다.
“아따, 이양반 여자 깨나 죽였겄네. 북 솜씨, 소리 솜씨 기막히오. 엣쇼, 한 잔 받으쇼.”
얼큰히 오른 돼지 친구가 맛있는 표정으로 조그만 잔에 양주를 채웠다.
“워메, 감질나서 어디 묵겄소. 여기다 까뜩 따라주쇼.”
밥뚜껑을 내밀었다.
“독한 술이요. 조금씩 마십시다.”
“우리 섬 촌놈들도 이런 술 많이 묵어라. 흥건히 얼른 따쇼.”
방 안은 막소주와 양주가 뒤엉키기 시작해 갔다. 점잖히 먹던 술이 슬슬 옷을 벗기 시작했다. 질세라 북채가 소리꾼의 목을 툭툭 건들며 북의 옆 볼따귀를 두들기니 북이 낯바닥을 잡고 슬피 울었다. 소리꾼이 작심한 듯 한바탕 궁구니, 넉넉함으로 자리잡고 있는 슬픔 속으로 나를 몰아갔다.
궁둥이 흔들고 바람피우던 뺑덕 엄씨, 젊은 봉사와 밤 짐을 쌌다, 내 사랑 뺑덕 엄씨, 허공에 팔 저으며 심봉사 몸부림친다. 쪽박 찬 심봉사 홀로 있어 슬프다고 계면조 가락으로 목청껏 슬픔을 뽑아냈다.
방안의 슬픈 발림이 눈발을 헤치면서 검게 물들어 버린 ‘모도’ 뒷산으로 흩어졌다.
“와, 아니, 진도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북도 잘 하고 다들 한가락씩 하요?”
슬픔조차도 아름다운 것으로 걸러내는 남도창의 멋을 한껏 먹으며 내 마음을 전했다.
밖은 어둠이 문풍지 자락을 붙들고 있는 눈발들을 품에 안고 깊은 시간 속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판자로 엮어진 감옥 안에 갇혀 있던 소주병들이 목 틀려 빈병이 되어 여기저기 뒹굴기 시작했다.
“어이, 박 선생, 그것 언제 나온당가. 얼른 가져오라 하소. 언능.”
내 친구 돼지는 온통 머릿속에 그것이 나오기만 기다린 것 같았다. 머리를 도리도리 치고는 취한 몸으로 손짓하며 박 선생을 불렀다.
나도 순간 여기 온 목적이 이것이 아닌데,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을 모으려고 애를 썼다. 빙글 빙글 돌고 있는 방안의 재미가 꼴깍하며 성질 지랄 맞게 나에게 건네 온 술잔에 입을 맞추게 했다.
취해서 속을 비운 소주병 그놈이나 제법 귀티 난 양주병 그년이나 똑같은 해롱거림이었다. 드러누워 헤벌린 그놈 그년들의 입들은 아무렇게나 씨부렁거리면서 방안을 기어 다녔다.
섬 사나이들은 밥뚜껑 술잔에 양주 댁을 넘치도록 채우면서 간드러진 유혹을 내장 깊이 넘기고 있었다.
“어허, 웃겨 분당께라. 일 년에 딱 한번 물이 갈라진다고라, 미친년 씨나락 까 묵고 한 소리요. 한 달에 너댓 번씩 갈라진디. 그라게 많이 사람들이 올까라. 그라고 우리는 고기도 못 잡소.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없소. 거그다 돌멩이를 몽땅 부서 부릴 라요. 뭔 모세의 기적, 겁난 거짓깔이제.”
양주 댁이 섬주민의 불만을 꼬여내서 앙칼진 눈보라를 만나보게 한 것 같다.
나는 내 의식을 평행 상태로 회복하기 위해 머리를 들고 방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졸부라고 폄하하고 있는 김 사장이 취한 내 머릿속에서 머리를 쭈뼛이 내밀었다.
사업의 여러 계획들이 알코올로 적셔진 머릿속을 뛰쳐나가 긴장 속에서 자리 잡기 위한 몸부림도 보았다.
거구 돼지는 안간힘을 다하며 의사 체면을 지키려는 듯 밥뚜껑 술잔을 건네고 술잔을 받으며 목구멍에 넘기고 있었다.
고꾸라져 엎어진 박 선생은 젊은이 얼굴에 발을 올려놓고 배를 긁으며 냠냠거리고, 후배는 머리에 넥타이를 맨 채로였다. 꾸어다 놓은 겉보리 자루처럼 방 귀퉁이에 눈감고 입 헤벌리고 희죽거리면서 귀신과 깊은 대화를 하는지 연신 중얼거리고 있었다.
방안 풍경을 보듬은 모도의 밤은 바닷바람과 눈보라의 더욱 엉켜 버린 머리카락을 끌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가고 있었다.
---「너, 거기서 뭐 하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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