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과 억압, 위협, 조건 통제와 같은 자극으로 몸을 잠시 끌어올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는 움직일 수 없다. 오래가지 못한다. 안에서 깨고 나와야 나아가고 성장한다. 자율성이 씨앗이 된다. 외적 동기보다 내적 동기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믿음으로 똘똘 뭉쳐져야 한다. 뭉쳐지기 위해 서로 알아야 하고, 서로 알아야 할 것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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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 동기에 길들어져 더 이상 자기 충족 자극이 없는 아이는 틈만 나면 게임, 오락 등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선택 가능한 시간에 그런 것을 욕구 충족 기회로 삼는 것이다.
p--- p. 21-22
답을 지니고 수업을 들으면 답을 빨리 찾는 효과를 볼지 몰라도 오랜 시간 동안 습관을 들여야 익힐 수 있는 경청·응용·조정·종합하는 능력을 기르는 기회는 놓치게 된다.
과정을 제대로 밟아 고민해보는 경험은 필요한 것을 장기기억으로 보존하는 데 소중한 기회이다. 답은 조금 늦게 맞혀도 된다.
--- p. 60
그래서 발표할 때는 질문도 받게 한다. 대부분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지만, 추측을 해서라도 최대한 답변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답변이 틀려도 좋다. 이러면 듣는 사람도 재미있다. 아이들이 가진 생각의 수준을 볼 수 있다. 제대로 답하지 못한 질문은 기록했다가 교사가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 묻고 답하는 과정이 중요해지면, 아이들은 다음번 발표를 준비할 때 더욱 신경 쓰게 된다. 처음에는 형식에 맞춰 질문하는 것이 주를 이루겠지만, 점점 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아이들은 발표하는 것보다 오히려 잘 듣고 의문점을 찾아서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 p. 81
이런 단계를 밟으며 아이들이 놓치는 부분을 찾게 된다. 실수나 오류 과정을 공유하는 셈이다. 부피가 얼마인지 최종 답안이 나오기까지 한 사람씩 나와서 풀고, 틀리면 또 다른 사람이 나와 완성해간다. 한 문제를 여러 사람이 풀게 된다. 올바른 계산 과정을 교사가 금방 쓸 수 있지만, 그러면 생각 과정과 정확한 작도법을 익힐 기회가 사라져 버린다. 수학 시간에는 정답을 찾는 과정을 천천히 밟아가야 한다. 참여와 공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 p. 101
칠판에는 교사가 쓸 영역과 아이들이 채울 영역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아이들 각자 공책에 따로 남겨야 할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을 알려주고 함께 기록해 나가야 한다. 기본 생각과 개념부터 아이들과 함께 나눠야 할 것이다. 교사가 직접 칠판에 내용을 다 간추려 써 버리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수동적으로 따르는 습관만 들게 한다. 따라 하기에 머무르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참여로 이어갈까 고민을 해보았다. 능동성과 자율성은 참여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기억되는 지식 또한 주어지는 것보다 스스로 도전하며 겪으면서 얻은 것이 오래간다.
--- p. 129
‘무슨 특징을 써보세요.’라는 문제가 가끔 있다. 이럴 때는 경험을 되돌아보더라도 찾기가 어렵다. 막막하다. 교과서에 정리가 되어 있어서 그대로 보고 쓸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안 된다. 생각을 해보려는 의지나 습관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의미를 찾기 위해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그렇다고 책을 보지 않고 그냥 찾아보라고만 던져주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간단한 도움말을 칠판에 써주고 자기 모둠끼리 의논할 시간을 준다. 이때 아이들은 책을 보지 않도록 한다. 아이들이 책을 보면 답을 쉽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의 우물이 막혀 버린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재 자기 능력껏 노력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 p. 153
공책 쓰기에는 아이들이 기억할 만한 가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 가치 있는 것을 교사가 짚어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 스스로 중요한 것을 표시하고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대표적인 수단이 공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공책에 써 놓은 기록들은 자기만의 기록이 아니라 친구들과 공유하면서 수업 참여 의욕을 더 높일 수 있다. 또한, 서로 바꾸어 보고 덧붙여 주면서 다른 친구들 의견도 함께 담는다.
p--- p. 192-193
공책에 정확한 의미와 정답뿐 아니라 실수나 틀린 것도 쓰면서 공책은 과정을 기억하는 단서가 된다. 오해하거나 애매하게 헷갈려한 부분도 다시 보면서 정확한 지식과 이해로 이어진다. 틀린 부분을 스스로 왜 틀렸는지 직접 쓰게 한다. 잘못 생각했다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도 써두면서 생각의 폭도 넓혀갈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담기기 때문에 공책을 한 번 쓰고 덮지 않고 다시 보게 된다. 다시 보아야 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 p. 199
마인드맵은 정리하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생각을 펼쳐내는 도구로도 쓰인다. 자기 생각을 펼치기 때문에 사람마다 큰 줄기 수가 다 다르다. 국어 수업 시간 정보를 분류하는 수업이 있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본보기 글로 분류해보고, 그다음에 스스로 조사해서 분류하는 것이었다. 본보기 글을 분류하는 것은 정리 방법이고, 조사해서 분류하는 것은 생각 펼치기인 셈이다.
--- p. 217
수업은 소통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일방적인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분석하고 종합해보면서 전체를 아우르면서 배우게 되고 교사도 발전하게 된다. 개인에서 모둠, 모
둠에서 전체, 전체에서 다시 개인으로 이어지는 수업 흐름과 준비, 발표, 평가를 거치며 학습 내용이 반복된다. 방법을 달리해서 여러 번 보고 듣는 셈이다. 모둠 활동은 이런 과정에서 서로 점검하고 보충하는 관계를 만들게 된다.
--- p. 233
“답을 꼭 소수 계산은 소수로, 분수 계산은 분수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먼저 그렇게 해보고 복잡해지면 쉬운 방법으로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한 번의 고민거리를 던졌다.
“풀이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일까?”
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와서 내 귀에 귓속말로 말하면 된다. 먼저 나온 두 아이가 맞히었다. 세 번째, 네 번째 아이는 틀렸다. 5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 아이들 모두 앉아서 서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p--- p. 283-284
교사에게 평가받기보다는 또래 아이들에게 평가받거나 평가하면서 함께 공부하는 마음도 키우고, 객관적인 비판도 받는 과정을 겪게 한다. 읽고, 쓰고, 토의하고, 종합하고, 평가하는 일이 학습의 과정이다. 이 과정을 공유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신을 검증하기도 한다. 평온한 감정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하는 힘도 함께 길러나간다.
--- p. 343
꿈 상담 일지를 만들었다. 아홉 개 칸 쪽지를 아이에게 전날이나 그날 아침에 전해주면서 이야기하고 깊은 주제 낱말을 써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어떤 주제를 이야기해야 할지 몰라서 본보기 낱말 카드를 준비했다. 상담할수록 카드 낱말이 늘어났다. 공부, 중독, 학원, 꿈, 친구, 희망, 도전, 동생, 부모님, 교사, 고민, 장점, 단점…….
아홉 개 낱말 가운데 한가운데 낱말에는 자기 꿈을 쓰게 한다. 이렇게 낱말이 완성되면 이 쪽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보통 교사가 먼저 질문을 던지지만, 아이가 먼저 교사에게 질문한다. 서로 한 가지씩 질문을 주고받는다.
--- p. 419
교사 모임을 새내기 시절부터 이어왔다. 뜻이 맞는 교사 몇몇이 일주일마다 한 번씩 모여서 같은 책을 보고 공부하고 실천하는 모임이었다. 이런 공부 모임의 힘이 지금까지 내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지금도 선생님들에게 꼭 한 마디만 남긴다면 교사 공부 모임을 추천한다.
--- p. 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