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은 인간의 손에서 문학이란 것이 창조되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이 작은 유성의 동서남북으로부터 건져올려진 최상급의, 그래서 사람들이 흔히 고전, 명작, 혹은 걸작 등등의 이름으로 불러주는 작품들을 선별적으로 집성해놓은 문학 컬렉션이다. 그것은 문학의 숲이고 문학의 나라이며, 가장 작은 이름으로 불러도 ‘문학의 집’이다. 그 숲, 나라, 집에 발을 들여놓을 때에만 우리는 문학이 가진 매혹의 비밀들을 알게 된다. ---「도정일, 들어가는 말」중에서
“혹시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자기 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정확하게 그 말을 하려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면, 그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다 알아내려고 애쓸 겁니다. 책뿐만 아니에요. 음악도 듣고, 그림도 보고, 춤도 추고, 외국에도 갈 거예요. 가능한 한 모든 걸 맛볼 겁니다.” ---「김연수, 황금 물고기」중에서
상찬이 백 마디인들 무슨 소용이랴. 책은 읽어야 맛인 것을. 읽자.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왜 셰익스피어인지. 고유명사였던 그의 이름이 어떻게 보통명사가 되고 대명사가 되었는지. ---「김미월, 템페스트」중에서
고전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농담이라고는 씨도 안 먹히게 생긴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죠, 덩치는 어찌나 큰지 함부로 덤벼들었다가 혼쭐날 것 같죠, 딱 심술맞고 꼬장꼬장하고 냄새나는 노인네 같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건 그런 노인네와 한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그러니 맛도 안 보고 등을 돌리지요. 꼰대하고는 안 놀아. (…) 그런데 이 꼬장꼬장한 노인네, 조금만 친해지면 꽤 재밌어집니다. 귀여운 구석도 있고요. ---「천운영, 파우스트」중에서
이 세계에는 대체가 불가능한 경험을 향유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고라도 그것을 ‘겪으’려는 이들이,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분명히 존재한다. 만약 어떤 소설이 그런 유일무이한 경험을 줄 수만 있다면, 그 작품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찾는 독자들께 이 책을 권한다. ---「김영하, 염소의 축제」중에서
이 이야기들은 모두 내밀한 고통의 영역을 다루고 있다. 자기 마음속에만 간직해야 하는, 차마 누구에게도 발설할 수 없어 혼자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며 경험할 수밖에 없는 상처에 대해 생각했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자기 상처를 잘 감추고, 누군가는 잘 감추지 못한다. ---「최은영, 디어 라이프」중에서
때로 우리는 기어나오기 어려운 구덩이에 기꺼이 몸을 던지기 위해서 소설을 펼친다. 감당하지 못할 짐승을 만나기 위해 순진한 얼굴로 책장을 넘긴다. ---「최정화, 인간 짐승」중에서
어떤 학술 보고서도 할 수 없는 일을 ‘소설’이 해낸다. 바로 이 점이 소설의 위대한 점이다. 겪게 하는 것, 몸에 각인시키는 것! ---「박연준, 빌러비드」중에서
이 책은 인간의 자의식과 인식에의 다양한 서술이다. 그 생각을 따라가면서 어느 대목에 우리는 우리의 불안을 대입하거나 슬그머니 동승하면 된다. 더 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잘못 살지 않기 위한 성찰의 서술이다. 그 사이사이에서 고요히 당신의 고통이 위로될 것이다. ---「이규리, 불안의 책」중에서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작가가 자서전적 소설을 쓴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소설 같다. 나는 우리나라 말로 번역되어 약 천 페이지에 가까운 이 소설을 식음과 수면을 폐하다시피하고 읽어버렸다.
---「김혜순,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