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빠 면접
아들 : 그러니까, 새아빠가 되려고 면접을 보시겠다고요?
새아빠: 뭐, 봐야 한다면. 네 엄마랑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하니까.
아들 : 괜찮다면 새아빠 자격이 있는지 알아 보고 싶은데요.
새아빠: 자격이 필요한지 몰랐다. 내 말은, 진짜 직무는 네 엄마의 남편이 되는 거잖니, 응? 새아빠라는 자리는 그냥 따라오는 거야. 그래서 준비를 해야 되는 줄 몰랐어.
아들 : 꼭 준비할 필요는 없죠. 하지만 아무 준비도 안 하면 진짜 아빠랑 구별되지 않을걸요. 그걸 바라시진 않겠죠.
새아빠: 오, 절대 아니지. 말해 줘서 고맙다. 자, 진짜 아빠가 아무것도 안 해 줬다면 내가 할 일이 많다는 얘기가 되는데. 근데 뭘 해야 하지? 야구장에 데리고 갈까? 마당에서 축구할까? 낚시는 좋아하니?
아들 : 맙소사! 아니에요. 엄마한테 장난칠 때 도와 주는 건 어때요? 엄마 침대에 장난감 바퀴벌레를 집어 넣거나, 엄마 샴푸 통에 단풍나무 시럽을 채워 두거나 엄마 신발을 몽땅 구세군에 기증해 버리는 건요? 그럼 우린 엄청 친해질 수 있을 텐데요.
새아빠: 뭐! 그런 짓은 절대 못 한다! 제정신이니, 너?
아들 : 그냥 믿음직하면서도 사랑 가득한 손길이 필요해서 그래요.
새아빠: 그렇다면 얘야, 너한테 그렇게 해 주마.
아들 : 틀림없이 그러시겠죠. 아저씨의 진짜 아들한테도 그랬겠죠, 네?
새아빠: 내 아들? 흠, 그 애를 자주 만나진 못해. 다른 도시에 살거든.
아들 : 혼란의 도시요?
새아빠: 뭐?
아들 : 면접을 계속하죠. 사랑스런 우리 엄마가 코를 골면 지진 강도가 6.2 정도 되는 거 아세요? 고양이가 엄마를 깨물면 엄마도 고양이를 물어 버리는 것도 아세요?
새아빠: 그만해라, 얘야. 거짓말하지 마.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너한테 이렇게 훌륭한 엄마는 과분한 것 같구나.
아들 : 신경 쓰지 마세요. 저도 아저씨 말에 찬성이에요. 하지만 엄마는 저를 아들로 둘 자격이 있어요. 어쨌든 그 훌륭한 엄마가 저를 키우셨잖아요, 그렇죠? 오늘날 이렇게 훌륭한 남자로 만들어 주셨죠. 아저씨 앞에 있는 사람은 엄마가 수고한 결과예요.
새아빠: 내 생각을 말해 볼까? 넌 네 아빠를 꼭 닮았을 거야. 네가 이렇게 버릇없는 건 엄마 잘못이 아니야. 형편없는 네 아빠 때문이지.
아이: 아저씨, 핵심을 찌르셨어요! 저는 따분한 남자의 복제물이죠. 이기적이고 형편 없어요. 아저씨의 통찰력에 대한 상으로 엄마의 손을 드릴게요. 오래오래 흔드세요.
새아빠: 냉큼 꺼져라, 이 녀석. 네 녀석은 필요 없어.
아이: 제 생각도 그래요.
--- 존이 만든 1인 잡지 〈바나나피시〉 중에서
어딘가에는 탈출을 꿈꾸지 않고 살아 온 사람들이 있겠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지금은 미국 생활에 덜미를 잡혔지만 쿠바에서 망명 온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일까? 아니면 엄마가 물려준 것일까? 엄마는 자신의 귀족 배경에서 벗어나려고 피난민과 결혼해, 빈민을 위해 일하는 사회사업가로 인정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양탄자가 깔린 사무실에서 궁핍한 부자들의 상담을 해 주고 있을 뿐이다. 아빠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면 내 친부모의 유산일까?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그들이 푸에르토리코 사람이었고 내게서 탈출했다는 사실뿐이지만.
이제 나도 도망쳐야 한다. 물론 모든 자녀들이 그러하듯 부모에게서, 부모의 이해와 늘 관대한 사랑에서 탈출해야 한다. 보호막 없이 세상과 맞설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시험해 봐야 한다.
--- 마리솔이 만든 1인 잡지 〈탈출속도〉 중에서
이 소설은 단순히 ‘레즈비언 여자 애를 좋아하게 된 남자 애 이야기’가 아니다. 진실과 탈출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독립성을 갖춰 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는 우리의 현재 그리고 과거의 이야기다. 자신이 고통을 겪으면 비로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공감이라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마리솔과 지오, 두 사람처럼.
---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