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 1828~1910)
톨스토이는 ‘인간의 심리 분석’과 ‘개인과 역사 사이의 모순 분석’을 통해 최상의 리얼리즘을 성취했다. 이 작가는 일상의 형식적인 것을 부정하고 인간의 거짓, 허위, 가식, 기만을 벗겨 내고자 했다. “톨스토이 이전에는 진정한 농민의 모습이란 없었다”는 레닌의 말처럼, 톨스토이는 제정 러시아에서 혁명이 준비되고 있던 시기를 천재적으로 묘사하면서, 그의 문학과 사상을 사회혁명에 용해시켰다. 나아가서 전 인류의 예술적 발전을 한 걸음 진전시키는 데 그의 문학과 사상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는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으면서 ‘삶을 사랑하는 톨스토이’와 ‘청교도적 설교자로서의 톨스토이’라는 ‘두 얼굴의 톨스토이’를 만난다. 톨스토이의 내면 세계에서는 두 얼굴을 가진 분열된 자아가 계속해서 서로 싸운다. 후기로 갈수록 톨스토이는 ‘삶을 사랑하는 시인’에서 ‘인생의 교사’이자 ‘삶의 재판관’으로 변모한다.
톨스토이는 삶의 의미를 탐색하는 지난한 과정에서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인간이다. ≪전쟁과 평화≫(1864∼1869)에서 그는 이미 삶과 죽음에 대한 탐색을 통해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가 탐색한 모든 것은 분명하고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는 삶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부터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미학적 가치와 윤리적 가치를 연결시키면서 죽음을 전형적 형상으로 표현하면서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그 일에 매진해서 <이반 일리치의 죽음>(1889)을 완성하기도 했다. 그는 만족할 줄 모르는 예술가이자 인류의 설교자로서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인류에게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톨스토이의 본성에는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 강한 성적 욕망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성적 욕망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그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금욕주의와 청교도적 삶을 강조했다. 일상적 삶을 함께했던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야 안드레예브나는 남편의 강한 성적 욕망을 받아 내야 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욕망의 분출 후 피할 수 없이 더 강하게 표출되곤 하던 청교도주의자 톨스토이의 모든 도덕적 부채까지도 견뎌 내야만 했다. 그래서 메레시콥스키는 톨스토이에게 평생 억제하려고 했던 육체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정신적인 것을 성취해야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톨스토이는 자기 서술이란 과정을 통해 평생토록 자기 인식, 자기 확인을 지속하면서 위대한 작품들을 산출했다. 그 과정에서 톨스토이는 자신의 내부에 평온하게 숨 쉬고 있는 ‘자기 완결적인 신성의 형상’을 갈망했다. 하지만 일상적 삶에서는 늘 불안과 초조에 시달리면서, 매 순간 도덕적·종교적으로 완전한 자아를 위해 끊임없이 싸웠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부정과 자기혐오에까지 치닫는 그의 정신과 조우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리에 대한 갈망으로 들떠 있는 그의 영혼, 도덕적 자기완성에 대한 이상으로 흥분된 그의 영혼을 만나게 된다. 그의 유작으로 처음 발견된 ≪신부 세르게이≫(1898)에서 이러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을 통해 명성과 허영심을 불러일으키는 세속적 관념을 거부하고, 자신이 진리라고 규정한 관념을 추구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또 다른 자아라고 부를 수 있는 세르게이 신부가 진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톨스토이는 ‘노동의 진리’, ‘생과 사의 심원함’을 이른바 ‘문명 생활의 허위’와 ‘진리의 부재’ 등과 대비하면서 묘사한다. 그에게 진리는 자연적이고 무의식적인 것에 있으며, 허위는 문명적이고 의식적인 것에서 발견된다. 톨스토이의 이와 같은 관념은 이미 초기 작품 ≪카자흐≫(1863)에서나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1873∼1878) 등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부활≫에서 톨스토이는 당시 러시아의 사회제도 전반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와 동시에 민중의 삶에 동화하는 인간의 도덕적 부활의 전 과정을 예리하게 묘사했다. 이와 같은 작품들에서는 인간의 원시생활의 진리, 문명의 허위, 사회생활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거짓과 기만이 형상화되고 있다.
톨스토이는 삶과 죽음, 육체와 정신, 사랑과 진리에 대한 관념들을 일반적·보편적 형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는 예술가이자 인생의 교사로서 이런 관념들에 대한 해답을 인류에게 제시하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톨스토이의 예술 세계에서는 자족적 관념이 만들어 내는 자기 완결적 순환 구조를 어렵지 않게 읽어 낼 수 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관념을 통해, 그리고 그 관념의 실천을 통해 절대적 지각자로서의 자기완성에 이르고자 하고, 자기 구원과 인간 구원에 도달하고자 했다.
강명수는 1965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했다. 1985년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한 뒤 대학 생활의 절반을 ≪고대신문≫에서 기획 면과 학술 면을 담당하며 보냈다. 동 대학원에서 체호프 후기 단편소설 연구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아주어과(러시아어 담당)에서 강사, 전임강사로 있으면서 군 복무를 대체했다. 그 후 러시아로 유학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서 <안톤 체호프의 사상적인 중편소설 연구: ‘등불’에서 ‘6호실’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에서 <가르신의 ‘붉은 꽃’과 체호프의 ‘6호실’에 드러난 공간과 주인공의 세계>라는 연구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2005년까지 고려대학교(학부)와 중앙대학교(학부와 대학원)에서 러시아 어문학과 문화, 체호프와 톨스토이를 강의했다. 2006년부터 청주대학교 인문대학 어문학부 러시아어문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체호프, 톨스토이, 가르신에 대한 주제로 28편의 논문을 권위 있는 전국 규모의 학술지에 게재했고,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으로 ≪체호프의 세계≫[개정판 ≪체호프와 그의 시대≫(소명출판, 2004)]라는 학술서를 번역했다. 체호프 선집(총 5권)을 기획하고, ≪체호프 선집 4?철없는 아내≫(범우사, 2005)를 번역했다. 체호프의 희곡 ≪벚나무 동산≫(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갈매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11)을 번역했고, 톨스토이 말년의 걸작 ≪하지 무라트≫(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위조 쿠폰≫(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홀스토메르·무엇 때문에?≫(지식을만드는지식, 2009)도 번역했다. 아울러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맞아 펴내는 톨스토이 전집(총 12권) 중에서 후기 걸작들이 담긴 제9권 ≪중단편선 IV≫(작가정신, 2011)를 번역했다. 또한 러시아어 교재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 2≫(공저, 신아사, 2007)도 출간했다.
체호프 연구 3부작 중에서 첫 번째 연구서 ≪체호프 문학의 몇 가지 쟁점: 우리 시대의 인간·현실·관념 읽기≫(보고사, 2009)를 출간했으며, 두 번째 연구서 ≪체호프 다시, 깊이 읽기(A thorough re-reading of Chekhov’s works): 의복, 음식, 젠더, 공간, 시대≫(한국학술정보, 2011년 발간 예정)도 집필을 마무리하고 있다. 체호프 연구 3부작의 마지막 연구서인 ≪체호프의 프리즘으로 러시아 문학 뒤집어 보기≫도 집필을 위해 본격적인 연구를 이미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