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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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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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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128*188*15mm
ISBN13 9791130457222
ISBN10 113045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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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빌헬름 바켄로더(Wilhelm Wackenroder) 루트비히 티크(Ludwig Tieck)
루트비히 티크와 빌헬름 하인리히 바켄로더는 베를린 출신으로 동갑내기였다. 티크는 1773년 3월 31일에 그리고 바켄로더는 6월 13일에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두 사람은 아주 친하게 지냈는데, 티크의 아버지는 밧줄을 만드는 장인(匠人)이었고, 바켄로더의 조상은 신학자, 교수, 법률가와 같은 학자들이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들은 15세기에 후스(Hus, 1372∼1415, 체코의 종교 개혁가)파 전쟁 때문에 체코의 모라비아에서 이주해 북독일 포메른(Pommern)에 정착했다고 한다.
바켄로더의 아버지는 1748년에야 베를린으로 와서 곧 프로이센의 높은 관직까지 올라갔다. 아버지는 깔끔한 일처리와 사려 깊은 마음씨, 엄격하면서도 부드럽고 조심스런 행동으로 명성을 얻었다. 아버지는 규칙을 강조하는 계몽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송가(頌歌) 시인이었던 람러(Karl Wilhelm Ramler, 1725∼1798)와 친했는데, 아들인 바켄로더는 그로부터 문학의 기본 개념들을 느낄 수는 있었지만 점차 그로부터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버지에게는 아들의 예술적 성향이 낯설었고, 그에게 철저하고도 광범위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성악과 바이올린 그리고 작곡을 공부하는 데도 동의했다. 그러나 이것을 직업으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였다. 아버지는 그가 법률가가 되기를 바랐다. 아들을 엄하게 교육해서 그가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대학을 다니지 못하게 하고 베를린에서 1년간 배석 판사한테서 교육받게 했다. 할레(Halle)와 괴팅겐에서 이미 대학 공부를 하고 있던 티크와 헤어지게 된 것도 바켄로더에게는 고통스런 일이었다. 1792년 4월부터 1793년 3월까지 서로 교환했던 편지들이 이들의 우정을 증명해 주는 유일한 기록물이 되었다. 이 편지들은 문학에 대한 두 사람의 관심뿐만 아니라 연극과 음악에 대한 관심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바켄로더의 영혼 속에서 이미 “천상의 황홀함”과 인간들의 평범함 사이에서 벌이는 전쟁을 예감케 해 주고 있어 그의 성숙한 판단력에 대한 감탄을 자아낸다. 정서가 불안정해서 고약한 행동을 자주 했던 티크에 비해 바켄로더는 훨씬 성숙했던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어느 수도사의 심정 토로≫가 출판되고 1년 후인 1798년 2월 13일 바켄로더는 장티푸스로 죽었다. 그는 좋아하는 예술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지도 못했고, 싫어하는 직업을 수행해야 하는 현실을 체력적으로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의 이상이 성취되는 작품을 쓰는 것이, 다시 말해서 예술에 축복받은 삶을 그려 보는 것이 그의 위안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새로운 영역에서의 예술 체험이 바켄로더에게는 진지했으며, 그런 삶을 살려고 했고 그렇기 때문에 죽었다. 그는 이렇게 떳떳하게 말해도 될 것이다. ‘나는 신을 찬미하기 위해 새로운 제단을 세웠다’고 말이다. 바켄로더의 추종자들은 생겨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심정 토로”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그의 채워지지 않은 동경은 그래도 여러 사람을 깨워서 이끌어 줄 것이다.
역자 : 임우영
임우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있으며, 한국괴테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기획조정처장과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학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대학생을 위한 독일어 1, 2≫(문예림, 공저), ≪서양문학의 이해≫(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저), ≪세계문학의 기원≫(한울아카데미, 공저) 등이 있다. 역서로는 오토 바이닝거의 ≪성과 성격≫(지식을만드는지식), 뤼디거 자프란스키의 ≪낭만주의≫(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역), 라테군디스 슈톨체의 ≪번역이론 입문≫(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공역), 니콜라스 보른의 ≪이별연습≫(월인), ≪민중본. 요한 파우스트 박사 이야기≫(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미학연습. 플라톤에서 에코까지. 미학적 생산, 질서, 수용≫(동문선, 공역), ≪괴테의 사랑. 슈타인 부인에게 보낸 괴테의 편지≫(연극과 인간)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흔들리는 호수에 비춰보는 자기 성찰. 괴테의 시 <취리히 호수 위에서>>(2014) <괴테의 초기 예술론을 통해 본 ‘예술가의 시’ 연구. <예술가의 아침 노래>를 중심으로>(2013), <‘자기변신’의 종말?: 괴테의 찬가 <마부 크로노스에게>>(2011), <“불행한 사람”의 노래: 괴테의 찬가 <겨울 하르츠 여행>(1777)>(2008), <영상의 문자화.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단편소설에 나타난 ‘겹상자 문장’ 연구>(2007), <괴테의 ≪로마 비가(Romische Elegien)≫에 나타난 에로티시즘>(2007), <괴테의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에 나타난 ‘체념(Entsagung)’의 변증법>(2004), <괴테의 초기 송가 <방랑자의 폭풍 노래> 연구. 시인의 영원한 모범 핀다르(Pindar).>(2002), <괴테의 초기 시에 나타난 신화적 인물 연구>(2001), <새로운 신화의 창조?에우리피데스, 라신느, 괴테 그리고 하우프트만의 ≪이피게니에≫ 드라마에 나타난 그리스의 ‘이피게니에 신화’ 수용>(199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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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외로운 수도원 생활을 하면서 가끔씩 멀리 떨어진 세계를 어렴풋이 생각하며 다음의 글들을 조금씩 써 갔습니다. 나는 젊은 시절에 예술을 매우 사랑했고, 이 사랑은 마치 소중한 친구처럼 이 나이가 될 때까지 나와 함께 계속 동행해 주었습니다. 내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마음의 충동에 북받쳐 이 회상들을 적어 나갔던 것을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은 관대한 눈으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들은 요즘 어조로 적혀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오늘날의 어조에 익숙지 못하고,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런 어조를 좋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젊은 시절 세상을 살아가면서 현세적인 일에 많이 얽혀 있었습니다. 나의 가장 큰 갈망은 예술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삶과 보잘것없는 재능을 모두 예술에 바치고 싶었습니다. 몇몇 친구들도 내 스케치가 그렇게 서툴지만은 않다고 평가해 주었고, 내가 모사(模寫)한 작품이나 내 창작품들도 완전히 불만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린 성모 마리아상을 생각하면 언제나 말할 수 없는 신성한 놀라움이 엄습해 왔습니다. 머릿속에 라파엘로나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이 떠오르면 내가 손에 잡고 있는 목탄 연필이나 붓을 움직인다는 것이 아무래도 이상하고 멍청한 짓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정말 고백하건대, 그들의 작품이나 생애가 선명하게 떠오를 때면 나는 가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마음에 울어야만 했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들을 좋은 그림과 소위 나쁜 그림으로 구분해서 결국엔 냉정하고 비판적인 눈으로 평가하기 위해 모두 한 줄로 차례대로 세울 수가 없었습니다.?그런 생각은 마치 신을 모독하는 것같이 여겨졌습니다.?아마도 요즘의 젊은 예술가들이나 소위 예술 애호가들은 즐겨 그렇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H. 폰 람도르(H. von Ramdohr)의 글을 읽고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쓴 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손에서 바로 내려놓을지도 모릅니다. 처음에는 이 글들을 책으로 인쇄하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젊은 예술가들이나, 자신을 예술에 바치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지난 시대에 대한 신성한 경외심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부풀지 못해 조용히 있는 젊은이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자 합니다. 이들은 내가 이 글을 쓸 때와 똑같은 사랑으로 읽을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는 의미도 없을 내 말에 혹시 많은 감동을 받아 더욱 깊은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느님은 내 삶을 수도원에서 끝맺도록 정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시도는 지금 내 능력으로 예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이 글들이 아주 불만스럽지만 않다면 혹시 2부로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2부에서는 각각의 예술 작품을 개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반박하고 싶고, 하늘이 건강과 시간을 허락하신다면 기록해 놓은 내 생각들을 여기에 맞게 정리해서 분명하게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또 다른 그림을 언급해야 하는데, 그 상황이 특이했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그림은 리자 델 지오콘도(프란체스코의 아내)의 초상화다. 그는 이 그림을 4년에 걸쳐 그렸는데,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고 정교하게 세부 작업을 하면서도 그림 전체의 정신과 생명력을 질식시키지 않았다. 그 고귀한 부인이 그림 때문에 그렇게 자주 와서 앉아 있어도 그는 매번 몇 사람들을 불러서 편안하고 즐거운 음악을 악기로 연주시키고 사람들 목소리를 들려주면서 부인의 기분을 즐겁게 해 주었다. 얼마나 재치 있는 착상인가. 나는 이런 것 때문에 항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감탄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보통 딱딱하고 공허한 엄숙함이 나타나기 쉬운데, 만약 그러한 표정이 그림에 계속해서 남아 있는 용모로 굳어져 버리면 무뚝뚝한 모습이 되거나 심지어 어두운 모습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즐거운 음악이 그 사람의 얼굴 표정에 작용하며, 모든 표정을 풀어 주고 기분 좋고 즐겁게 하는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얼굴의 상당한 매력을 화판에 생생하게 옮겼고, 한 가지 예술을 수행할 때 또 다른 예술을 보조 수단으로 유리하게 이용해서 그 영향이 앞선 예술에 반영되게 할 줄 알았다.

아름다움이란 신기할 정도로 이상한 말이다! 각각의 개별 예술적 감정에 따라, 각각의 예술 작품에 따라 새로운 말을 발견한다! 각각의 예술 작품에 다른 색이 역할을 하며, 각각의 예술 작품을 위해 인간의 몸 안에 새로운 신경계가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대들은 이 단어에서 이성의 술책으로 하나의 엄격한 시스템을 만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그대들의 규정과 법칙에 따라 느끼라고 강요하려 한다. 그러나 그대들 자신은 느끼지 않는다.
하나의 시스템을 믿는 사람은 자기 가슴에서 공통의 사랑을 몰아낸다! 이성의 배타심보다 감정의 배타심은 그래도 참을 만하다. 시스템에 대한 믿음보다는 미신이 훨씬 낫다.
그대들은 감상적인 사람들더러 농담조의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춤추는 것을 기분 좋게 느끼라고 강요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다혈질인 사람을 강요해서 비참하게 공포에 차 있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그의 마음을 바치게 할 수 있는가?
태양 아래에 있는 각각의 사람들과 민족들에게 자신들의 믿음과 행복감으로 살아가게 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기뻐할 때 그대들도 기뻐하라. 비록 그들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가치 있는 것에 대해 그대들이 함께 기뻐할 줄 모르더라도 말이다.

“내가 그대에게 라파엘로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가 예술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고결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단 사실이네. 그는 다른 예술가들이 갖고 있었던 음울하고 거만한 성격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네. 그들은 가끔 너무 지나칠 정도로 이상한 것들을 열심히 받아들이지. 그러나 라파엘로의 삶과 활동은 마치 흐르는 시내처럼 단순하고 부드럽고 즐거웠지. 그의 친절함은 낯설거나 전혀 모르는 화가들까지 그에게 직접 스케치해 달라고 부탁해도 자기 작업을 중단하고 우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정도였네. 그렇게 사람들을 아주 많이 도와주었고 마치 아버지처럼 가르쳐 주었다네.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말일세. 예술에서 그의 탁월함은 그의 제자가 되려고 열심히 노력하던 많은 화가들을 그의 주위로 모여들게 했고, 그들 중에는 배울 나이가 지난 사람들도 있었네. 그들은 그가 궁정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서면 함께 따라나서는 바람에 긴 행렬을 이루기도 했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그 많은 화가들이 분명히 불협화음이나 갈등 없이 살 수는 없었겠지. 만약 그들의 위대한 스승의 정신이 신비할 정도로 그들에게 평화의 햇살을 비춰 주어 그들 영혼의 오점들을 벗겨 주지 않았다면 말일세. 그래서 그들은 그의 붓에 제압당했듯이 그의 정신에도 제압당했다네. 라파엘로의 삶에서 아름다운 기적의 이야기가 아직 남아 있네.
바로 이 이야기라네. 그는 그리스도가 여러 인물들과 함께 십자가를 끌고 가는 뛰어난 그림을 그리고 있었네. 그 그림은 팔레르모의 어느 수도원을 위한 것이었지. 그런데 그 그림을 싣고 가던 배가 심한 풍랑을 만나 난파하고 말았네. 사람들과 물건들도 모두 바다에 빠져 버렸지. 오직 이 그림, 특히 취급주의 물품이었던 이 그림만은 잔잔한 파도에 밀려 제노바 항구까지 오게 되었다네. 그곳에서 사람들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이 그림을 상자에서 끄집어냈다네. 말하자면 그 거친 파도조차 이 신성한 사람에게 자신들의 경외심을 보여 주었던 것일세. 이 그림은 다시 팔레르모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옛날 바사리가 표현하고 있는 대로 지금까지 시칠리아 섬에서 에트나 화산과 마찬가지로 위대한 보물로 여겨지고 있다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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