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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아프시면 수프라도 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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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아프시면 수프라도 좀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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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300g | 127*188*30mm
ISBN13 9791155310847
ISBN10 1155310845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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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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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최철호
1969년 봉천동에서 태어났다. 2015년 남양주에서 떠났다. 관악초등학교, 봉천중학교, 영락고등학교를 다니며 봉천동 산동네 토박이로 살다가 1988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들어가면서 남산 자락을 오르내렸다. 교지를 편집한다는 핑계를 대며 최루탄을 마시고 술을 들이켰다. 1995년에 대학을 졸업한 뒤, 월간지 [사과나무], [퀸], [싸비]와 일간지 [스포츠서울]을 거치며 기자로 일했다. 드라마 작가라는 꿈을 품고 다닌 교육원을 3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다. 민정수라는 필명으로 ‘KBS 드라마시티’에 방영된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를 써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는 ‘2007 올해의 좋은 드라마상’을 받았다. 세상을 뜬 뒤에야, 어린이재단이 내던 월간지 [사과나무]에 실은 짧은 연재소설 [인생의 봄날]을 고쳐 묶은 첫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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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 부잣집 아이들은 몸이 아프면 ‘영양 보충’을 하려고 스프를 먹는단다. 텔레비전 연속극에 다 나온단다. 너도 〈마징가〉랑 〈서부소년 차돌이〉 할 때만 오지 말고 엄마랑 같이 연속극 할 때도 오도록 해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세계들이 무척 많단다.”
그리하여 난생처음 맛본 아이스크림 때문에 탈이 난 우리는 난생처음 진한 라면 스프를 ‘스뎅 오봉’에 받쳐놓고 매우 우아하게 떠먹으며 어긋난 우정을 되살렸다. --- p.34

나는 과감하게 어머니 동전 지갑에서 100원짜리 하나를 훔쳐냈다. 의외로 둔감한 어머니는 지갑에서 동전 한두 개 사라진 정도는 눈치를 못 채신다. 어린이 할인을 받으면 버스비는 50원. 학교 다녀오자마자 나는 한달음에 남부순환로까지 달려가 150번 버스를 기다렸다. 그때 동네에 다닌 버스는 150번과 333번이었는데, 150번 버스는 작은누나랑 함께 큰누나가 다니는 대학에 심부름 가느라 타본 기억이 있었다. 봉천동에서 북가좌동까지 운행하는 버스로, 내 목적지는 광화문이었다. 그곳은 태어나서 가본 가장 먼 곳이었다. 광화문 너머는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유황불이 펄펄 끓고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 p.58~59

일주일 동안 우리는 그 많은 숙제를 해치웠다. 나는 50일 치 방학 일기 3인분, 150개 거짓말을 거짓말처럼 끝냈고, 정민이는 봉투 붙이는 틈틈이 전과 베끼고 밤에는 엄마 구박 들어가며 만들기 숙제를 마무리했다. 우리는 북한을 꺾은 국가 대표 축구 선수처럼 얼싸안고 기뻐했다.
엄마 모시고 오라고 한 날, 우리는 당당하게 숙제를 냈다. 선생님은 부모님 중 한 명을 모시고 오라니까 왜 숙제를 했냐고 되묻더니 우리가 낸 방학 일기를 휘리릭 훑어봤다.
“최철호, 이거 혼자 다 쓰느라 고생 무척 많았겠구나.”
그러고는 거짓말 지어내는 데 소질이 있으니 소설가를 해보라는 충고까지 했다. 선생님은 우리를 학교 앞 분식집으로 데리고 가 떡볶이를 사줬다. --- p.80

장연주 선생님은 왼팔로 정민이를 끌어안고 오른팔로 나를 끌어안더니 한동안 펑펑 울었다. 어른이 우는 모습은 왠지 이상했다. 지금까지 우는 일은 늘 아이들 몫이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그렇게 우니까 우리도 덩달아 따라 울었다. 왠지 서러워서 엉엉 소리 내 울었는데, 그러는 사이에도 처녀 선생님의 가슴이 내 얼굴을 짓누르자 나도 모르게 고추가 빳빳해졌다. 혹시 선생님에게 들킬까봐 엉거주춤 엉덩이를 빼자 자세가 영 불편했다. 교무실을 나와 정민이에게 물었다.
“선생님 왼쪽 가슴은 느낌이 어때? 자세히 이야기 좀 해주라.”
“이런 짐승 같은 새끼야!” --- p.165

개교 이래 처음, 문교부 장관이 직접 상을 주러 온 3월 셋째 월요일에 봉천중학교 2학년 13반 전체는 교복을 입고 등교했다. 문교부 장관은 교복을 입은 정민이에게 왜 교복을 입었느냐고 물었다. 정민이는 교장 선생님이 가르친 대로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제가 가진 옷 중에서 가장 깨끗한 정장이기 때문입니다.”
문교부 장관은 눈을 돌려 반 아이들 모두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더니 호탕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멋진 친구들이다!” --- p.314

돌이켜보면 20여 년 전 내가 살던 산동네 사람들의 심성이 그렇게 악질은 아니었다. 엄마는 김치전이라도 부치는 날이면 동네에 기름 냄새 피운 게 미안스럽다며 이웃 너덧 집 정도에 접시를 돌렸다. 엄마뿐 아니라 동네 사람 대부분 그런 행동을 상식으로 여겼다. 다들 가난하기 때문에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던 시절이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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