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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만큼 점수 받은 날
중고도서

콩만큼 점수 받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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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9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32g | 152*225*23mm
ISBN13 9791156221180
ISBN10 1156221188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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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매자 :   수뗑이   평점4점
  •  한.영 수필집
  •  특이사항 : 한국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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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마치 연례행사처럼 동네 청년들이 산중턱에서부터 물을 부어 놓아 미끄럼을 만든다. 그러면 꼬마들은 자기 집에 있는 대야나 큰 함지를 가지고 나와 신이 나게 탔다. 경사진 얼음판이라 급속도로 미끄러져 내려가니까 겁도 나고 재미있기도 해서 함성을 지르며 타고 또 탔다. 그 당시의 겨울철 놀이로는 긴장감이 만점인 놀이였지 싶다. 다 큰 청년들이 낮에는 창피해서 안 나오다가도 밤이 되면 살짝 나와서 타곤 했다. 비명과 탄성 그리고 웃음소리가 산동네를 가득 메웠다. 지금도 그렇게 노는 곳이 있는지 모르겠다. 맨 바지로 앉아 타니까 열 번쯤 타고 나면 바지가 걸레가 되고 만다. 겨울 바지는 엉덩이를 깁지 않은 게 없었다. 동네 꼬마들이 거의 다 천으로 엉덩이를 댄 두더기 같은 바지를 입고 다녔다.
---「1부 / 겨울추억 중에서」중에서

아버지의 위기를 목격한 아들은 계엄령을 선포하듯 식단개선 명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쌀밥, 설탕, 짠 음식, 밀가루 음식, 드링크류……. 그러면서 맵고 짜고 단것을 좋아하는 나까지 아버지와 함께 시행하란다. 특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보리잡곡밥에 싱거운 반찬을 아버지와 함께 먹으라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다. 커피는 하루 한 잔, 대신 차를 마시라며 Green Tea, 꽃차, Rooibos Tea, Hibiscus 등을 잔뜩 사다 놓았다. 또 있다. 달걀은 일주일에 3개 이상은 먹지 마라. 육류도 한 주에 두 번 이상은 안 된다. 대신 채소샐러드, 바나나 한 개, 뭐든 소량을 먹으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아들 주머니에서 두 개의 만보기를 꺼내면서, 하루에 만 보씩 걸으라며 조그마한 계수기까지 주었다.
다음날부터 우리 부부는 무슨 죄수처럼 그걸 허리에 차고 집을 나서기 시작했다. 밖을 나오면 제일 먼저 날씨에 관해 관심이 많아졌다.
---「2부 / 불발탄 계엄령 중에서」중에서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대표기도가 첫말은 들리고 뒷말은 흐물흐물 안 들리는 게 아니한가. 큰일이지 싶다. 좀 간단하게 기도를 끝내면 좋으련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길기도 하다.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그리고는 하나님과 남편에게 죄송해지기 시작했다. 땀은 이내 눈물로 변해 소리는 못 내고, 밥 못 먹인 죄송한 마음에 눈물만 흘러내렸다.
예배가 끝나고 교제시간이다. 나는 많은 성도 앞에서 이실직고했다. 아침밥을 굶겼더니 대표기도가 이 모양이 되었다고. 목사님을 비롯해 자초지종 사연을 들은 교인들은 배꼽을 잡는다. 다들 “대표기도 해야 할 막중한 남편을 굶기고 먹지도 못하는 콩을 권한 마누라의 상급은 콩만큼만 받아야 한다.”라고 한다. 나는 이에 “오늘만큼은 콩만큼 점수 받아도 미안하다.” 하고 너스레를 떨었다.
---「2부 / 콩만큼 점수 받은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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