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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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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창

: 신현림 영상에세이

신현림 | 창비 | 1998년 02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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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8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53쪽 | 148*210*20mm
ISBN13 9788936470470
ISBN10 8936470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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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잇, 또다른 근사한 사진 속에서 바람소리가 들린다. 나무가 흐느끼고 풀과 꽃들이 춤을 춘다. 이 사진을 보니 오늘 하루는 재수가 좋은 것 같다. 현대의 속물주의에서 벗어나서 뭔가 심오하고 멋진 것을 보면 나는 운이 좋다. 마이너 화이트의 사진을 보면 만물에 깃들인 영혼이란 게 느껴진다. 아무 분별이 없이 온 사물과의 합일이 신비하게 펼쳐져 있다. 살아 있는 시간을 선물로 여기고 간소한 생활, 부유한 내적 삶을 꿈꾸면 저 열린 문으로 쏟아지는 빛만큼이나 환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에로티씨즘, 즉 사랑하려는 육체의 포옹은 끊임없이 다시 태어나려는 행위이다. 그것은 삶의 확장이고 화합하려는 춤이다.
거친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불면 시를 읽고 편지를 쓰곤 했다. 김수영의 '풀', 정희성의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등의 좋은 시들을 베껴 친구들에게 띄우곤 했다. 아마도 그런 습성이 나에게 시를 쓰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지금 나는 길을 가며 황동규의 시 '즐거운 편지'를 읊는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아름답고 치열한 시들은 내 영혼의 밥이고, 내가 가는 길 위의 싱그러운 미루나무다. 시와 애인을 생각하며 가는 길은 언제나 희망과 슬픔, 현기증을 준다. 연인의 몸을 오르듯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바람이 나무와 풀과 갈대숲을 나와 하나로 묶어 준다. 이때의 외로움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살아 있다는 힘, 이 충만한 에너지로부터 나의 글도 터져 나온다. 끝없이 열려 있는 것에 대해 노래하며 나는 나의 밖으로 나간다.
--- p.254---pp.2-15
[먼 길은 왜 슬프고 아름다운가. 길은 연인처럼 스며와 사랑의 감정을 쏟게 만든다. 가 닿기 힘든 아득함과 가 닿고 싶은 갈망 사이에 가슴저리게 한다] -길 중에서

[여행은 스스로 강해지지 위해서다]

[대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죽음을 끊어안고 흐느끼기 때문이다.]
--- p.
[당신이 홍자를 끓이고 나는 빵을 굽겠지요. 그렇게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어느 초저녁 불게 물든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때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것으로 그뿐, 이제 이곳에는 더 오지 않을걸 우리들은 덧문을 내리고 문을 걸고 홍자를 끓이고 빵을 굽고 아무튼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마당에 묻어줄 날이 있을 거라고 언제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평소처럼 먹을 것을 찾으러 가게 되겠지요. 당신이 아니면 내가 나를 아니면 당신을 마당에다 묻어줄 때가 마침내 있게 되고 남은 한 사람이 홍자를 훌쩍훌쩍 마시면서 그때야 비로소 이야기는 끝나게 되겠지요 당신의 자유도 바보들이나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이 되겠지요] 오래전부터 애인을 만나면 주려고 간직해 둔 시가 많다. 위의 시는 그중에 토미오까 다에꼬오의 '새살림'이다.
--- pp.37-38
[먼 길은 왜 슬프고 아름다운가. 길은 연인처럼 스며와 사랑의 감정을 쏟게 만든다. 가 닿기 힘든 아득함과 가 닿고 싶은 갈망 사이에 가슴저리게 한다] -길 중에서

[여행은 스스로 강해지지 위해서다]

[대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죽음을 끊어안고 흐느끼기 때문이다.]
--- p.
[당신이 홍자를 끓이고 나는 빵을 굽겠지요. 그렇게 살아가노라면 때로는 어느 초저녁 불게 물든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때로는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것으로 그뿐, 이제 이곳에는 더 오지 않을걸 우리들은 덧문을 내리고 문을 걸고 홍자를 끓이고 빵을 굽고 아무튼 당신이 나를 내가 당신을 마당에 묻어줄 날이 있을 거라고 언제나 그렇게 이야기하며 평소처럼 먹을 것을 찾으러 가게 되겠지요. 당신이 아니면 내가 나를 아니면 당신을 마당에다 묻어줄 때가 마침내 있게 되고 남은 한 사람이 홍자를 훌쩍훌쩍 마시면서 그때야 비로소 이야기는 끝나게 되겠지요 당신의 자유도 바보들이나 하는 이야기 같은 것이 되겠지요] 오래전부터 애인을 만나면 주려고 간직해 둔 시가 많다. 위의 시는 그중에 토미오까 다에꼬오의 '새살림'이다.
--- pp.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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