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이나 경제학 같은 기초 학문과는 달리 경영학에는 통일된 이론이 존재하지 않는다. 경영학은 그 시대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면서 발전해 온 응용 학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대로 다루는 분야가 방대하고 세부 전공 간 학문적 교류가 원활하지 않아 한 권의 책으로 모든 내용을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경영학원론을 가르치며 나는 여러 전공 분야의 교수들로부터 경영학 입문자에게 꼭 소개해야 할 주제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해당 주제를 다루면서 언급해야 할 경영학자, 경영인, 기업 사례는 무엇인지에 대한 자문을 수시로 받아왔다.
이 책에서는 그 가운데 입문자에게 적절한 77개의 핵심 경영학 주제를 엄선해 소개하고자 한다. 각각의 주제와 더불어 소개할 사례와 인물, 기업의 경우에는 되도록 글쓴이의 주관적 판단을 덜어내고 경영학에 갓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담아내려 했다. 이 핵심 경영 철학과 개념들을 여러분의 두뇌에 각인시켜 보다 확신을 가지고 경영 현안을 처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프롤로그」 중에서
1841년 10월 5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 열차 시간 계산 착오로 두 열차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열차 승무원과 승객이 한 명씩 사망하고 17명의 승객이 부상을 당했다. 교통수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했던 철도 교통 관련 사고에 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철도 산업은 위기에 봉착했다.
사고 책임이 있었던 웨스턴 철도 회사(Western Railroad)는 이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학자들은 이 새로운 운영 방식의 도입을 ‘관리혁명(managerial revolution)’이라고 부른다. 철도와 같이 운영 관리가 복잡하고 안전이 최우선인 사업에는 과거와 같은 즉흥적인 경영 방식이 아닌 보다 정확하고 엄밀한 경영 방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철도 회사 경영자들이 깨달은 것이다. 1841년 열차 충돌 사고에서 비롯된 미국의 관리혁명은 미국 기업들의 사업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대기업과 경영학이 미국에서 태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인류 역사에 대기업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세기 중반 미국의 철도 산업 부문에서이다.
---「1장 01 세계 최초의 대기업은 어떤 회사였을까?」중에서
1888년부터 1890년 사이에 아멕스의 사장 제임스 파고(James Fargo)는 유럽 출장을 떠났다. 이때 그가 겪은 외화 환전 경험이 아멕스의 미래를 바꾸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파고는 분실 위험이 있는 현지 화폐 대신 은행에서 발행한 신용장(letter of credit)을 가져갔는데, 대도시를 제외한 곳에서 신용장을 현지 화폐로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파고는 직원을 불러 해외여행자의 현금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라고 지시했다. 아멕스 사장이 환전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면 일반 여행자는 훨씬 더 큰 불편을 겪을 터이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만 있다면 좋은 돈벌이가 되리라 확신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1892년 ‘여행자수표’라는 아멕스 역사상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이 탄생하게 된다.
아멕스의 여행자수표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상점이 아멕스가 발행한 수표를 현금과 다름없이 취급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에 아멕스는 전 세계 은행, 호텔, 상점, 식당 등 여행자가 수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점포를 대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2장 18 당신 사업에 투자해야 할 이유를 1분 안에 설명하라」중에서
전략의 핵심은 선택이다. 마이클 포터는 “전략의 요체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서 월마트의 사례를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월마트는 1962년 설립되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끝에 2002년 매출액 기준 세계 1위로 등극한 기업이다. 하지만 설립 당시 월마트는 일개 할인점에 불과했다. 월마트는 새로운 산업의 지평을 열지도 않았을 뿐더러 특별한 자원이나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다.
백화점이 제공하는 온갖 사치스러운 장식과 서비스를 대폭 줄이는 대신 백화점보다 훨씬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한다는 할인점의 개념은 이미 1950년대부터 미국 사회에 널리 확산되었다. 그러나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은 경쟁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할인점을 운영하는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설립 초기에 월마트는 최소한 세 가지 점에서 기존 할인점들과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첫째, 기존 할인점은 주로 미국 내 10대 대도시에 입지해 있었지만, 월마트는 인구 5,000명에서 2만 5,000명 규모의 작은 시골 마을에 점포를 개설했다. 둘째, 월마트는 기존 할인점과는 달리 ‘EDLP(Every Day Low Pricing)’ 가격정책을 시행했다. 셋째, 월마트는 정보 기술 및 물류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3장 22 네이버와 대한항공, 누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나?」중에서
1950년 20세기 폭스에서 제작한〈한 다스면 더 싸다(Cheaper by the Dozen)〉라는 영화가 있다. 동작연구 및 효율성 연구의 대가인 프랭크 길브레스(Frank Gilbreth), 릴리언 길브레스(Lillian Gilbreth) 부부와 12명의 자녀에 대한 전기적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소설은 이들 12명의 자녀 중 두 명이 공동으로 집필했다.
‘한 다스면 더 싸다’라는 영화의 제목은 아버지 길브레스가 즐겨 사용하던 유머에서 따왔다고 한다. 길브레스 부부는 자녀들과 외출할 때마다 이웃 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을 그렇게 많이 낳은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곤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 길브레스는 확신에 찬 어조로 “한 다스면 더 싸다”, 즉 보다 많은 자녀를 낳아 키울수록 일인당 양육 비용이 적게 든다고 대답했다.
프랭크 길브레스는 프레드릭 테일러의 그늘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20세기 초 테일러와 쌍벽을 이루며 과학적 경영의 시대를 열어젖힌 뛰어난 경영학자이다. 테일러가 자신의 연구를 ‘시간연구(time study)’라고 부르며 작업 효율성 증진에 영향을 미치는 각 동작 수행의 시간적 측면을 강조했다면, 길브레스는 잘못된 동작으로 인한 작업자의 피로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동작연구(motion study)’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4장 35 “한 다스면 더 싸다”」중에서
남성 속옷 상의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의 일로, 산업혁명 이후 면방직 공업이 기계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의복혁명이 불어닥치면서부터다. 당시 서양에서 처음 생산한 현대적 남성 속옷 ‘유니언 슈트’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20세기 초 미 해군은 위아래가 하나로 이어진 유니언 슈트 대신 병사들에게 백색의 티셔츠 내의를 지급했다. 이것이 점차 일반 대중에게로 퍼져 오늘날까지 전 세계 남성들이 즐겨 입는 러닝셔츠의 원형이 되었다.
미국 전역에서 인기리에 팔려나가던 이 러닝셔츠를 시장 퇴출 위기로까지 몰고 간 사건이 있다. 1934년 개봉된〈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연배우 클라크 게이블이 아름다운 여성 앞에서 옷을 하나씩 벗는 유명한 장면이 나온다. 당시 게이블은 모든 남성들이 당연히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러닝셔츠를 입고 있지 않았다.
남성미를 돋보이게 하려고 러닝셔츠를 입지 않은 클라크 게이블의 이 행동 하나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러닝셔츠의 판매량은 40~80퍼센트나 급감했고, ‘사나이는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다’라는 관습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유니언 슈트나 러닝셔츠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도 생물처럼 도입, 성장, 성숙, 쇠퇴의 과정을 겪는다는 마케팅 이론으로 ‘제품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 이론이 있다. 제품수명주기의 정확한 형태와 진행 속도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모든 제품은 결국 도입·성장·성숙·쇠퇴의 네 단계 과정을 거친다는 공통적 특징을 갖는다.
---「5장 45 ‘사나이는 러닝셔츠를 입지 않는다’」중에서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전형적인 저가 항공사이지만 승객들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결코 싸구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종업원 모두가 진심을 다해 승객을 모시기 때문이다. 창립자 허브 켈러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종업원이 진심을 담아 승객들을 상대하는 이유가 직원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기업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이러한 자신만의 기업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파티, 사내 콘테스트, 직원들의 대학 교육 지원 등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직원들 모두가 행복을 느끼고 의욕이 넘치는 사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목표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이루어낸 성공은 많은 경쟁 항공사들의 귀감이 되었다. 경쟁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사용하는 기종과 동일한 항공기를 구매할 수도 있고,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임대한 티켓 카운터 옆자리를 대여할 수도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실행한 전략 하나하나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 항공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 그리고 그 문화로 무장한 임직원들의 정신을 모방하기는 쉽지 않다. 기업 문화는 추상적이라 손에 잘 잡히지 않기에, 그만큼 따라 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6장 63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아껴라」중에서
최고급 휴양지인 팜스프링스의 5성급 호텔이 동일한 객실에 대해 겨울에는 하루 숙박료를 100만 원으로 책정하고 여름에는 5만 원으로 책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경영학에서는 계절에 따른 호텔의 가격차별화를 증분비용(incremental costs)의 차이로 설명한다. 이때 증분비용이란 호텔 측이 한 손님에게 추가적으로 객실을 제공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호텔 객실의 증분비용은 비수기와 성수기의 수요 변화에 따라 판이하게 다르다. 만약 비수기에도 정상가격을 받는다면 전체 객실의 절반도 채우기 어려울 것이다. 객실의 50퍼센트가 찼다고 가정할 때 하나의 객실을 손님에게 추가로 제공하는 데 드는 증분비용은 객실 청소비, 난방비, 전기요금 등을 포함해도 매우 낮다. 팜스프링스의 5성급 호텔이라 해도 여름 비수기의 증분비용은 몇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비수기에 사람이 들지 않은 객실을 보관했다가 성수기에 팔 수도 없기 때문에, 증분비용 이상만 받을 수 있다면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도 객실을 제공해야 한다.
---「7장 68 사막의 여름 햇볕을 두려워하지 말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