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해야 한다. 하나의 도시를 단 세 개의 이미지로 단번에 요약해내는 훈련을 하라.
예를 들자면, ‘나에게 뉴욕이란 바벨탑, 조깅, 가스펠이지’처럼 말하는 거다. 그리고 ‘범세계주의’, ‘모자이크’ 혹은 ‘혼합 민족’과 같은 키워드로 미화하라. 이러한 단어들은 음식, 음악, 문화, 국민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 p.39
오, 이런, 당신이 신나서 이야기하는 와중에 누군가가 별안간 당신 말을 끊고는 자기 여행 경험을 들고나와 떠들기 시작한다면? 신속히 제압하여 당장 그 입을 막아버려라. 그 사람이 언급한 장소는 관광지 분위기가 물씬 나는 데다, 그 나라 경제 사정에 비해 물가가 터무니없이 비싼 곳이라 일부러 제외했다고 강조하라. (…) 그리고 당신 역시 그토록 다채롭고 풍부하며 신비로운 나라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행하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하라. 당신이 여행지에 머문 기간을 살짝 부풀리는 것도 좋겠다. ‘두 달 동안 인도에 있었다’라고 하는 대신 ‘10주 반 동안 인도에 있었다’라고 한다든지. --- p.53~54
당신의 여행 계획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밝혀라.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다트를 던져 어디로 갈지 정했다고, 아니면 당신이 어디로 갈지를 선택한 게 아니라 그 나라가 당신을 선택했노라고 결연히 고백해도 괜찮다. 당신은 그 나라의 ‘부름’을 들은 것이다. ‘여행 경비’를 밝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때 당신 주머니에 딱 1 ,000유로가 있었고, 마침 한량으로 지낼 수 있는 두 달의 시간이 있었다고. ‘그래, 고생이나 직싸게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라. --- p.65
통상적인 미술관 관람 코스에 포함되지 않는 특이한 미술관을 추천하면서 당신이 편견 없이 열린 사람임을 특별히 강조하라. 라스베이거스의 네온아트 미술관, 리히텐슈타인의 계산기 박물관, 리즈 성의 개 목걸이 박물관, 릭사임의 벽지 박물관, 노리치의 겨자 박물관, 산 세바스티안의 시멘트 박물관, 레바논의 비누 박물관, 오스틴의 햄 통조림 박물관 정도가 좋겠다. --- p.77
불편한 심기를 애써 감추려 하지 마라. 먼 여행에서 돌아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자면 힘든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얼마든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도 된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잠시 불쾌함이 팍팍 묻어나는 태도를 보여라. 모름지기 위대한 모험가에게는 무뚝뚝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 p.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