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는 한국대중가요사라는 과목을 좋아했다. 물론 교수의 강의내용도 좋았지만 마루가 좋아하는 가수들이 가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설명하는 교수의 평가를 듣고 있자면 마치 자신이 그런 가수들이 된 것처럼 자부심이 느껴졌다. 마루는 그런 가수들의 반열에 오르지 못할 거라고 가끔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면 들수록 마루에게는 어떤 자극제가 되어 돌아왔고 마루는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울분과 자신에 대한 실망마저도 필요한 쓴 약과 같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마루의 생각을 바꾸어준 것은 한국대중가요사의 리포트 과제물을 내어준 교수의 의도였다.

“자 이번 한국대중가요사의 중간고사는 리포트로 대체하겠어요. 리포트 주제는…… 가수 유재하의 노래와 그의 죽음이 한국대중가요에 미친 영향입니다.”

마루는 자신이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한 리포트를 내 준 교수에게 속으로 감사드리면서 강의실을 나왔다. 이번 중간고사 점수는 이미 따놓은 에이라고 자신하는 마루는 집에 돌아와서 리포트를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해서 구상을 한다. 그리고 마치 무슨 마법에라도 이끌린 듯 마루는 유재하와 김현식의 인맥에 주목한다. 유재하와 김현식은 같은 멤버로 음악생활을 한 친구 간이었다고 한다. 마루는 그런 유재하와 김현식의 인맥을 중심으로 80년대와 90년대의 한국대중가요에서 유재하가 차지하는 비중을 조명해볼 생각이었다.

김현식. 간경화로 죽어가기까지 쥐어짜내는 혼신의 목소리로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른 투혼의 가수. 그리고 그의 친구이면서 하나의 앨범을 내놓고 비운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천재적인 싱어송라이터. 그 둘의 죽음과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은 마루가 언뜻 생각하기에도 많은 이야기 거리가 나오고 또 드라마틱한 음악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라고 느꼈다.

유재하가 조용필의 위대한 탄생의 멤버였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유재하가 자신의 앨범에 실은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미 조용필이 먼저 불러서 익히 알려진 노래였다. 유재하는 이미 가왕인 조용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그런 작곡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바로 여기까지가 마루가 정상적으로 알고 있는 유재하에 대한 드러난 인간사이다. 마루가 유재하와 장덕이라는 두 개의 검색어를 동시에 검색창에 입력하고 누른 순간이 바로 마루의 정상적인 시각을 바꾸어버리는 분기점이 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