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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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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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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0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520g | 128*188*30mm
ISBN13 9788957076774
ISBN10 8957076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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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실연당한 누군가 울고 있다는 걸 안다. 사랑 때문에 잠 못 드는 충혈된 눈이 흘리는 눈물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시간을 탕진하며 천천히 죽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삶을 향해 ‘살아간다’ 말하는 것처럼, 실연의 아픔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헤어져야 만나는 것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고 새벽에 비가 내리는 소리, 마른 낙엽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소리, 작은 돌멩이가 누군가의 발에 밟혀 조금씩 부서지는 소리, 들리지 않던 그 소리가 들릴 때 즈음이면 그녀가, 그가, 사랑을 잃은 당신을 향해 온 시간을 거슬러 뒤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고 있을지 모르니까. 나도, 당신도, 이젠 그걸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될 아픈 당신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작은 위로다.---작가의 말 중에서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건 사강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건 정수였다. 헤어지자고 말하는 쪽보다, 헤어지자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쪽이 더 영악한 법이다. 그러나 그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게,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는 연애에선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리어 해결되지 않은 아이러니가 사강을 혼란에 빠트렸다.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린 것도, 밥을 먹지 못하는 것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것도 이별을 선언한 사강 쪽이었으니까 말이다. 정수는 평소처럼 일했다. 그는 허리를 꼿꼿이 펴고 빠른 걸음으로 공항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던 걸까. 그럴 리가. 사강의 주위엔 아무렇지도 않은 것과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설명해줄 사람이 없었다.---pp.46~47

그 혹은 그녀가 누구이든 간에, 이 트윗의 화자는 실연의 기억을 잊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극복되지 못한 실연으로 낮과 밤이 뒤바뀌고, 오전과 오후가 뒤섞이고, 폭식과 절식 사이를 헤매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나면 달력의 한 계절이 통째로 찢어져 사라진 후의 일임을 아는 사람일 것이다.
봄인 줄 알았는데 가을이라는 걸 알아챘을 때, 이제 막 개나리가 진 줄 알았는데 물에 젖은 낙엽이 신발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걸 목격했을 때, 그때의 마음을, 머리와 빗장뼈가 동시에 울릴 때 나는 그 진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울리지 않는 휴대폰을 진동으로, 무음으로, 다시 벨 소리의 볼륨을 끝까지 올리던 반복의 반복들. 불현듯 잘못 누른 버튼 때문에 신호음이 울릴 때, 복음 같은 그 소리에 주저앉아 전화기 버튼을 누르며 독백하던 날들. 사강은 그런 아침을 자신이 어떻게 견뎠는지 어렵지 않게 기억했다.---p.52

서로의 진심을 농담으로 흘려버릴 정도로 그들의 시간은 함께 마모됐다. 지훈은 시간이 오래된 가죽처럼 부드럽게 낡아가는 것이라고 상상하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늙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연애가 터질 듯한 열정과 섹스로 가득 찬다면 인류의 절반은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자살했거나, 미쳤을 것이다. 열정이나 욕망이 성숙하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감정이라는 걸 지훈은 알고 있었다. 한 여자와의 지속적인 연애는 때때로 지훈을 발기불능의 노인처럼 만들었다.---p.102

인간이 외로운 건 일평생 자신의 뒷모습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외로움은 바로 그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자신의 뒷모습을 볼 수 없는 존재가 두려움 없이 자신의 어둠을 응시할 리 없다. 아무리 보려 해도 볼 수 없는 뒷모습 같은 진실과 마주치려면, 목이 꺾이는 죽음을 각오한 채 맹렬한 두려움과 맞서야 한다. 어린 시절 그녀가 느꼈던 고독이 그에게로 기울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p.242

‘고마워’로 시작하는 사랑보단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힘들다. 상대보다 힘들어지는 쪽을 선택하는 사람은 이별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로 새겨질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지훈에게 그것은 운동장을 빠르게 뛰는 현정의 뒷모습으로 기억될 것이었다. ‘미안해’로 끝나는 사랑보다 ‘고마워’로 끝나는 사랑 쪽이 언제나 더 눈물겹다. 현정이 들고 가는 저 사진들처럼. 가끔, 아주 가끔은, 지루한 우리의 삶 속에서도 진짜 이별을 이해하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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