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보자 반갑게 손짓을 했다. 외국인인 내게 갑절의 복채를 챙길 속셈이었다. 갑절이라지만 10루피(3백 원)에 불과했기 때문에, 나는 오랜만에 복점이나 쳐볼까 하고 새장 앞으로 가서 쪼그리고 앉았다.
점을 치는 방식은 간단했다. 남자는 내 이름을 묻고, 그 다음에는 아주 중요하다는 듯 생년월일과 집의 방향과 아버지의 이름을 물었다. 그런 뒤 새장 문을 열손가락으로 새장을 두세 번 툭툭 쳤다. 그러면 새장 안에 있던 초록색 앵무새가 걸어나와, 뭉툭한 부리로 앞에 놓인 카드들 중 하나를 뽑아 올리도록 되어 있었다. 점괘 카드들은 마치 무굴 제국 시대 때 만든 것처럼 손때가 묻고 몹시 지저분했다.
그런데 이 바라문의 앵무새는 약간 고집이 세었다. 몇 차례나 새장을 두들겨도 좀처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마침내 바라문이 새장을 90도 각도로 기울이기까지 하자, 앵무새는 마지못해 밖으로 굴러떨어졌다.
새는 잔뜩 못마땅한 얼굴로 점괘 카드들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카드들을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부리를 꺾어 슬며시 주인 바라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바라문과 나는 새가 어서 카드를 뽑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앗! 하는 사이에 앵무새는 휙하고 날아가 버렸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나도 놀라고 바라문도 놀랐다. 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넓디넓은 강을 날아 멀리 사라져 버렸다.
새주인 바라문이 받은 충격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공들여 훈련시킨 앵무새가 한순간에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자, 그는 한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소리쳤다.
"당신은 정말 운이 나쁜 사람이오!"
그는 고뇌에 찬 얼굴로 세 번이나 그 말을 반복했다.
새가 날아간 것이 유감이긴 했지만, 내가 보기에 운이 나쁜건 새가 아니라 그였다. 하지만 새점 치는 남자의 해석은 달랐다. 내가 너무 운이 나빠 뽑을 점괘가 없기 때문에, 새가 충격을 받아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는 몹시 흥분한 어조로 자기 생애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사건을 순간적인 재치로 만회할 줄 아는, 기발하기 짝이 없는 인도 점쟁이였다.
--- pp. 47∼48
"내 정신은 여행길 위에서 망고 열매처럼 익어 갔다. 내가 다녀야 할 학교는 세상의 다른 곳에 있었다. 교실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 보리수나무 밑이 그곳이고, 기차역이 그곳이고, 북적대는 신전과 사원이 그곳이었다. 사기꾼과 성자와 걸인, 그리고 동료 여행자들이 나의 스승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그것은 시간과 풍경으로 인쇄되고, 아름다움과 기쁨과 슬픔 같은 것들로 제본된 책이었다. 나는 그것을 그리는 것이 좋았다. 그것에 얼굴을 묻고 잠드는 것이 좋았다"
---나는 인도에 갔다, 머리속에 불이 났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