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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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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 동원, 이름을 기억하라!

정혜경 글 / 최혜인 그림 | 사계절 | 2017년 08월 0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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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343g | 190*235*20mm
ISBN13 9791160941029
ISBN10 116094102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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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가 될 뻔한 강제 징용 명부
2013년 11월 17일 특종 기사 하나가 세상을 발칵 뒤집었습니다. “주일 한국 대사관서 강제 동원 명부·자료 무더기 발견”이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이는 1953년에 한국 정부가 생산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강제 동원 피해자 명부가 만들어진 지 60년 만에 기적적으로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귀중한 자료가 자칫 쓰레기통으로 향할 뻔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주일 한국 대사관이 이사 갈 때 까지 서고에 있던 명부의 내용과 가치를 몰라보았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확인해 준 것은 바로 강제동원 조사위원회의 정혜경 박사(저자)와 동료들이었습니다. 명부에는 228,724명의 이름과 끌려간 장소, 귀환 여부 등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징용 다섯 번 갔다 온 사람은 아마 없을 거야
징용은 어떤 사람이 갔을까요? 우선 농촌에서 땅이 있는 사람은 징용에서 빠졌다고 합니다. 농사를 지어 곡식을 바치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땅이 없어서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징용에 끌려갔습니다. 전라북도 익산에는 징용을 다섯 번이나 갔다 온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땅이 없어서 남의 논 일을 하던 열네 살 소년은 4년 동안 터널 공사로, 비행장으로, 탄광으로 반복해서 징용에 동원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징용을 다니면서 배고프고 추위에 떤 것이 가장 분하고 서러웠다고 합니다.

죽어도 일본 군대에 갈 수는 없다
강제 징용은 일만 시킨 것이 아닙니다. 전쟁 때문에 시작된 것이기에 당연히 병사로도 많이 동원되었습니다. 그 수가 20만 명이 넘습니다(중복 동원 포함). 이 가운데 학도지원병이라는 이름으로 3,893명이 끌려갔습니다. 학도지원병은 지금의 대학생, 대학원생에 해당하는 청년들을 갖가지 협박으로 전쟁에 ‘지원’하게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학도지원병의 10%가 넘는 400명 이상이 죽어도 일본의 침략 전쟁에는 참전할 수 없다며 끝까지 지원을 거부하다 강제로 잡혀 왔다고 합니다. 이들은 채석장이나 시멘트 공장으로 보내져 1년 8개월 동안 전쟁보다 더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우리 아버지 좀 찾아주세요
강제 동원 피해는 동원된 사람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가족에게도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신윤순 할머니는 태어나서 한 번도 아버지 얼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아버지가 사할린 탄광으로 징용을 갔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동네 아이들이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놀리면 집에 와서 거울을 보았습니다. 어른들이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으면 꼭 닮은 네 얼굴을 거울에 비춰 보라 했기 때문입니다. 신윤순 할머니는 사할린 어느 탄광에서 보낸 아버지의 편지 한 장을 간직하고서 평생 동안 아버지를 찾아 다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버지의 생사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는 나라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강제 징용 역사를 반성하는 일본인 활동가들
이러한 아픈 역사에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는 여전히 인정과 사과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본인들이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에도 반성하고 사과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있습니다. 30년, 40년도 넘게 반성과 사과를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홋카이도의 곤도 노부오 변호사는 히가시카와에서 생산되는 명품 쌀의 비밀이 바로 2,500명에 달하는 조선인 징용 노동자들이 만든 유수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그들을 찾아가 사과하고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런 역사를 기억하고 알리기 위한 단체도 새로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나고야의 다카하시 마코토 선생님은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쳤습니다. 우연히 자신이 살고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공장에 조선인 소녀들이 강제 동원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활동을 시작했고, 1999년 미쓰비시 중공업을 법정에 세웠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나카사키의 다카자네 야스노리 할아버지는 나가사키 평화자료관을 지켜 온 분입니다. 평화자료관에서는 원자폭탄의 피해를 알리는 전시물은 물론 나가카시 앞바다에 있던 군함도 탄광 모형이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일본인 학생들은 하나같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랐어요.”라고 합니다. 일본이 교과서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니까 당연한 일이지요.
이들은 현재를 비춰 보는 ‘역사의 거울’을 닦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역시 쉬지 않고 역사의 거울을 닦아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전쟁 없는 평화로운 미래가 보장되고 강제 동원이라는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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