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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 1917-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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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혁명 1917-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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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74g | 140*210*30mm
ISBN13 9791160943344
ISBN10 1160943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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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제국은 광대한 영역을 차지했는데, 그 영토는 서쪽으로는 폴란드까지 동쪽으로는 태평양까지 뻗었고, 북극해에도 미쳤으며, 남쪽으로는 흑해와 오스만제국, 아프가니스탄 국경까지 달했다. 제국의 중심부인 유럽 지역 러시아(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인 일부 지역까지 포함)는 1897년에 인구가 9,200만 명에 달했고, 같은 해의 조사에 따르면 제국의 총 인구는 1억 2,600만 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럽 지역 러시아 및 상대적으로 발전된 제국의 서부 지역마저도 대부분 농촌이거나 도시화가 안 된 채로 있었다. 한 줌도 안 되는 도시 대공업단지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근래에 들어서야 급격하게 확장한 결과였다. _1장 배경, 41~42쪽

인텔리겐치아 사상은 말하자면 자본주의적 산업화에 대한 거부에 러시아 농민계급의 이상화를 뒤섞은 인민주의의 경향을 지녔다. 인민주의자는 자본주의가 농민을 농토에서 뿌리 뽑는다고, 그래서 그들을 토지 없이 착취당하는 산업 프롤레타리아트로 만들어 도시로 쫓아낸다고 봤다. 이것이 유럽의 전통적 농촌 공동체를 파괴한다는 설명이다. 인민주의자는 러시아 농민들의 전통적 마을 조직인 코뮌, 즉 미르를 자본주의의 파괴에서 구하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미르를 원시 공산주의가 남긴 평등주의적 기구라 믿었으며, 러시아가 서유럽과 다른 방식으로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미르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_1장 배경, 55~56쪽

사람들이 전쟁에 더 환멸을 느끼고 도시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늦봄이 되자 ‘부르주아지’ 임시정부에 대한 대중의 적대감이 산처럼 쌓였다. 7월에 발생한 거리 시위(7월 사태)에서 시위대는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를 요구하는 깃발을 들었는데, 이는 임시정부의 권력을 빼앗자는 의미였다. 역설적으로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집행위원회는 ‘모든 권력은 소비에트로’라는 구호를 거부했다. 정부에 헌신하기로 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논리적인 결정이다. 사실 시위는 정부를 겨냥한 만큼이나 소비에트 지도부를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권력이 주어지거든 권력을 잡아, 이 개새끼들아!” 한 시위자는 사회주의자 정치인에게 주먹을 흔들면서 이렇게 고함쳤다. 그러나 이는 ‘이중권력’에 서약한 사람들에게는 그 답을 들을 수 없는 호소(아니면 아마 위협?)였다. _2장 1917: 2월과 10월 혁명, 101쪽

일부 역사가들은 볼셰비키의 일당 통치가 의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역사적 우연의 결과로 등장했다고 주장해왔다. 즉 볼셰비키는 홀로 권력을 장악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그 의도가 레닌의 의도라면 논거는 모호해 보인다. 레닌은 당내의 다른 지도자들의 반대를 짓눌러버렸다. 9월과 10월에 레닌은 확실히 다당제 소비에트보다 볼셰비키의 권력 장악을 원했던 것 같다. 레닌은 소비에트를 위장막으로 쓰기를 원하지 않았고, 쿠데타라는 명확한 방식으로 볼셰비키를 무대에 올리는 편을 선호했다. _2장 1917: 2월과 10월 혁명, 126쪽

볼셰비키가 내전에서는 승리로, 경제에서는 파국으로 향하고 있던 1920년이 되자 도취감과 자포자기의 분위기가 나타났다. 혁명과 내전의 불길 속에서 옛 세계가 사라지면서 많은 볼셰비키는 새로운 세계가 불사조처럼 잿더미 속에서 나타날 것이라 기대했다. 아마 이 희망은 마르크스주의보다는 무정부주의 이념에 더 가까운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표현됐다. 그들은 프롤레타리아혁명의 승리와 함께 공산주의로의 이행이 아마도 몇 주나 몇 달 안으로 완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희망의 귀결은 주요 경제 정책인 국유화로 확실히 표명됐다. _3장 내전, 151쪽

볼셰비키는 스스로의 통치를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로 묘사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볼셰비키당 독재에 더 가까웠다. 처음부터 다른 정당이 활동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백군을 지지했지만 불법화되지 않은 당이나 반란을 준비했던 당(사혁당 좌파의 경우)은 내전 내내 체포에 시달리거나 위협당했으며, 1920년대 초에 자진해서 사멸했다. 그러나 정부의 형태라는 측면에서는 독재 체제가 훨씬 덜 명확했다. 볼셰비키는 애초에 당 조직을 잠재적 정부 기구로 생각하지 않았다. 당 조직은 정부와 분리되고 행정 기능을 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처럼 보인다. 이는 볼셰비키가 다당제 정치 체제에서 여당이 되었다면 취했을 법한 태도와 흡사했다. _3장 내전, 166쪽

레닌은 공산주의적 가치가 옛 관료제에 잠식당할 위험을 봤음에도, 관료제와 함께 일하는 대안밖에 없다고 믿었다. 공산주의자들은 옛 관료제의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단지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자들이 맡으려 하지 않는 정부 재정·철도 행정·도량형·지리 측량과 같은 특별한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중략) 당이 충분한 수의 공산주의 전문가들을 길러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때까지 공산주의자들은 부르주아 전문가와 함께 일하는 법을 배워야 했고, 동시에 부르주아 전문가를 확실하게 통제하는 법도 배워야 했다. _4장 네프와 혁명의 미래, 192~193쪽

다수의 공산당 평당원(특히 청년들)과 동조자들은 혁명이 교착에 빠졌다고 믿으며 환멸을 느꼈다. (공산당원 노동자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은 ‘부르주아 전문가’와 소비에트 관리의 특권, 급증하는 네프맨의 이익, 높은 실업률, 기회 및 생활수준의 불평등이 고착되는 상황에 분개했다. 당의 선전선동가들은 성난 당원들이 쏟아내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라는 질문에 자주 대답해야 했다. 당내에서는 젊은 소비에트공화국이 마침내 조용한 항구에 정박하게 됐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불안, 불만, 간신히 가라앉은 호전성이 팽배해졌다. 특히 젊은 당원들은 영웅적인 옛 내전 시절을 그리워했다. _4장 네프와 혁명의 미래, 217쪽

금속이 중요한 이유는 국가안보 및 국방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러나 스탈린이 관심을 갖는 한 금속은 안보나 국방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 듯 보였다. 무엇보다도 스탈린은 강철(러시아어 сталь)을 가명으로 정한 볼셰비키 혁명가였다. 1930년대 초의 강철과 선철 생산 숭배는 심지어 이 무렵 등장한 스탈린 숭배마저 초월했다. 제1차 5개년 계획은 금속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하지만 석탄·전력·철도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기에 연료·전력 부족과 철도 붕괴가 종종 금속 공장을 정지시켰다. 1930년까지 국가계획위원회를 이끈 고참 볼셰비크 글레브 크르지자노프스키의 시각에서 볼 때, 스탈린과 몰로토프는 금속 생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금속 공장들이 원자재의 철도 수송과 연료·물·전력 공급에 의존한다는 사실마저 잊곤 했다. _5장 스탈린 혁명, 238~239쪽

제1차 5개년 계획 동안에 공산당원들의 주요 관심사는 내전 때 그랬던 것처럼 계급의 적을 상대로 한 투쟁이었다. 집단화 운동기에 ‘계급으로서의 쿨라크 박멸’은 공산주의 활동의 요체였다. 개인 기업가(네프맨)는 도시 경제를 재조직하면서 제거해야 할 계급의 적이었다. 동 시기에 국제 공산주의 운동은 ‘계급과 계급의 대결’이라는 호전적인 새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은 네프 기간 내내 횡행했던 유화적인 접근법을 모두 거부하는 것으로 문화 영역과 지적 영역에서도 실시됐는데, 이들 영역에서는 부르주아 인텔리겐치아가 계급의 적이었다. 옛 인텔리겐치아, 부르주아적 문화 가치, 엘리트주의, 특권, 일상적 관료주의를 상대로 한 투쟁은 당대인들이 ‘문화혁명’이라 이름 붙인 현상을 만들어냈다. 문화혁명의 목적은 공산당과 프롤레타리아트의 ‘주도권’ 확립이다. 이는 실질적 측면에서 당이 문화생활을 통제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젊은 공산당원·노동자 무리가 행정직·전문직 엘리트가 되는 길을 여는 것이다. _5장 스탈린 혁명, 254쪽

모든 공산당원 행정가들을 고발하는 서류가 해가 갈수록 증가했다. 이는 스탈린 혁명의 대중주의적 요소 중 하나로, 일반 시민은 지역 관리의 ‘권력 남용’을 고발하도록 권고받았다. 고발된 관리는 조사를 받고 종종 해임됐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고발은 정의 추구가 아니라 악의 때문에 작성되었다. 1930년대에 성난 콜호즈 노동자들이 콜호즈 의장과 다른 농촌 관리를 고발하는 엄청난 양의 고발장을 쓰게 된 것은 고발장에 인용된 특정한 불쾌한 행위보다는 오히려 널리 퍼져 있던 불만의 감정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중 참여가 없었다면 대숙청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_6장 혁명의 종료, 299쪽

러시아혁명의 유산은 무엇이었나? 1991년 말 전까지는 소비에트 체제 자체가 유산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붉은 깃발과 ‘레닌은 살아 있다! 레닌은 우리와 함께 있다!’라고 선포하는 현수막이 마지막까지 펄럭였다. 집권 공산당은 혁명의 유산이었다. 집단농장도 마찬가지였다. 5개년과 7개년 계획, 소비재의 만성 부족, 문화적 고립, 굴라그,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진영으로 갈라진 세계, 소비에트연맹이 ‘인류 진보 세력의 지도자’였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체제와 사회는 더 이상 혁명적이지 않았지만, 혁명은 소련 민족 전통의 쐐기돌, 애국주의의 중심, 학교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하고 소련 공공 예술이 축하해야 하는 주제로 남아 있었다. _6장 혁명의 종료, 302쪽

소련의 붕괴와 함께 러시아혁명은 우아하게 역사로 침몰할 시기를 놓쳤다. 혁명을 격렬하게 거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트로츠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의 쓰레기장으로” 거칠게 내동댕이쳐졌다. 1990년대 초의 몇 년 동안 러시아인들은 혁명뿐만 아니라 소비에트 시기 전체를 잊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중략) 그러나 잊기는 쉽지 않고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의외로 바람직하지 않다. 좋든 싫든 러시아혁명은 20세기를 형성한 경험 중 하나이며, 러시아를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러시아혁명은 여전히 역사책 안에 있다. _6장 혁명의 종료, 303~304쪽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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