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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마음의 정치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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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마음의 정치학 3

배병삼 편역 | 사계절 | 2019년 08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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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20쪽 | 922g | 154*225*34mm
ISBN13 9791160945027
ISBN10 1160945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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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전쟁과 다르다
전쟁(戰)이란 동급의 국가, 즉 제후국과 제후국 사이의 분쟁을 이른다. 반면 혁명은 잘못된 천하 구조를 바로잡는 초超국제법적, 초국가적 비상조치다. …… 실정법으로 보면 혁명은 옛 신하가 옛 군주를 살해한 행위, 곧 시역(弑)일 수 있다. 그러나 자연법으로 보면 ‘자연 질서와 인륜을 해친 군주(殘賊)’를 처단하는 적법한 처벌, 곧 주살(誅)이 되고 그게 혁명 행위다.
탕무의 혁명은 ‘정征’이니 이를 전戰이라 칭해서는 안 된다는 맹자의 말은 이런 맥락에 있다. 번역하자면 혁명은 (자연법에) 적법한 교정矯正 행위이지 전쟁이 아니라는 것. …… 마치 국법을 집행하는 이를 형리刑吏라 부르듯 이 자연법을 집행하는 혁명가를 천리天吏라 칭하는 까닭이기도 하다(3:5). 그 혁명의 옳고 그름은 하늘과 민심이 판정한다.
…… (맹자는) 도덕주의적 관점에 확고하게 서서, 한때는 군주의 신하였으나 하늘과 민심에 부응하는 공공선을 집행한 혁명가는 척결 대상인 군주와 비교할 수 없는 지고한 존재라고 선언한다. 불의한 군주는 ‘일개 사내(一夫)’에 불과하지만 인자무적仁者無敵, 곧 천리인 혁명가에게는 대등한 자가 없다고.
--- p.473~474

유교의 사랑법, 차등애
만일 사물을 아끼는 것이 사람에 대한 사랑을 뒤덮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부모 자식 사랑보다 앞서면 본말전도의 재앙이 내린다. …… 모든 생명을 사랑해야 하지만 부모 자식, 이웃, 사물을 대하는 밀도가 똑같을 수는 없다는, 사랑의 차등성에 유의한 것이 유교다. 유교의 사랑법은 양주의 자기애는 물론이요, 묵가의 겸애와 다르고 기독교의 박애와도 다르다.
…… 차등애는 멈춤(止)의 지혜를 요구하고, 정명의 정치를 필요로 하며, 중용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사물에 대한 사랑은 아낌에, 사람에 대한 사랑은 상호 공경과 배려에 그쳐야 하고, 피붙이는 내 몸같이 여기는 데 머물러야 한다. 한편 아비일 적엔 아비로서, 임금일 때는 임금으로서 제 이름값을 다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번역되니 정명론에도 차등애의 씨앗이 숨어 있다. 주어진 때마다 적중하기를 요구하는 시중時中의 덕목에도 마찬가지다.
…… 차등애는 각기 다른 사람들이 제각각 다른 농도로 사랑의 빛을 방사하여 천하 평화를 이루는(becoming) 기획이다. 자기애(양주)와 겸애(묵가), 박애(기독교)의 과불급을 감안하면 오로지 차등애만이 유일한, 그리고 현실적인 길이다.
--- p.445~447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그다음이요, 임금은 가볍다.
이 장의 해석은 지난 2000여 년 동안 동아시아 군주 독재 체제 아래서 뜨거운 감자였다. 고명한 동양 삼국의 주석가들이 이 장에 와서 몸을 망쳤다. 본문은 『맹자』의 눈동자와 같으니 여기 와서 회피하거나, 말을 더듬거리거나, 딴소리를 하면 맹자를 내다버리는 것과 같다. 명말청초 중국의 황종희는 사社와 직稷의 유래를 논하느라 귀한 종이를 허비하였고, 일본 에도시대의 이토 진사이는 과감하긴 하나 제동야인齊東野人의 허튼 소리를 뱉었고, 조선 후기의 정약용은 군색한 말로 더듬거렸으며, 중국 남송시대의 주희와 조선의 이익 선생만은 핵심을 지적했으나 본질을 드러내 천양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 ‘백성이 귀하고 임금이 가볍다’라는 뜻의 ‘민위귀, 군위경民爲貴, 君爲輕’은 권력자에 대한 격려나 경고가 아니라, 사실의 진술이다. 군주는 관리자이니 가볍고, 인민은 주인이니 존귀하다. 이 명백한 사실을 두고 ‘옛날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서구 민주주의와 흡사한 듯 보여도 언제나 미흡한 ‘민본주의’를 운운해서도 안 된다. 사실상 인민 주권의 원리가 저 속에 다 담겨 있다.
--- p.50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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