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가게
아이는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무언가를 사려고 시장에 갑니다. 사고 싶은 것은 참 많은데 고르기가 쉽지 않아요. 이것저것 고민하다 드디어 무엇을 살지 마음먹는 순간 돈을 잃어버립니다. 이때 책은 아이에게 돈을 잘 간수하고, 꼭 필요한 것을 사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엉뚱한 질문을 던져요. 바로 '웃음' 말이에요. 과연 우리는 돈으로 웃음을 살 수 있을까요? 천진무구한 모습으로 아이는 과감히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다행히 아이의 순진한 생각을 깨뜨리지 않는 어른을 만납니다. 그 어른이 지은 가게 이름이 '웃음 가게'여서 일까요? 어른은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친절히 대하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줍니다. 어쩌면 그 어른은 작가 자신일지 몰라요. 웃을 일 하나 없이 어둡고 거친 세상에 나갈 아이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살아갈 힘과 희망, 새로운 꿈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기발한 상상력과 따뜻한 이야기로긴 여운을 주는 그림책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나야? 고양이야?≫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대담한 수채화 기법을 사용한 그만의 독특한 그림 스타일과 노련한 이야기가 돋보입니다. 특히 그가 그려낸 온갖 물건과 색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득한 시장 풍경이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아이의 모습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감각적이고 섬세합니다. 책을 보는 아이들은 주인공 아이와 함께 시장 구석구석을 다니며 마음껏 상상하고 자유롭게 생각할 거예요.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돈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돈이 주는 즐거움이 있지만 그 보다 더 오래가는 행복이 있다고 보여 줍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친절을 베풀 때 맛보는 감동, 그리고 내 선한 웃음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져 멀리 퍼져 나갈 수 있다는 것 말이에요. 우리 아이들은 물론 이 책을 함께 보는 어른들도 마지막 장을 넘기며 크게 웃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후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도 좀 더 환해지길 바랍니다.
제가 잡아 먹어도 될까요
이 동화책에 등장하는 늑대 루카스를 지금까지 동화책 속에 등장했던 심술 많은 늑대를 상상하고 보면 안된답니다. 한마디로 루카스는 마음 약한 늑대같지 않은 늑대랍니다. 염소들과, 빨간모자, 그리고 아기돼지 삼형제와, 피터, 엄지 동자와 형제들까지.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에 적어있었지만, 루카스는 잡아 먹지 못합니다. 하지만, 루카스가 잡아 먹은 한 사람이 있는데요. 과연 먹을 수 있는 것에 새롭게 쓰여진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아이들에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아이가 성장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외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때는 4~5세 무렵부터입니다. 6~7세 무렵이 되면 좀더 강도 높은 외모의 관심기가 시작되지요. 이때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엘라처럼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하고 자기 고집이 강해집니다. '싫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때이기도 하구요. 옷을 입거나 고를 때도 아이는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싶어 합니다. 고집이 센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지 못하게 했을 때 한바탕 엄마와 전쟁을 치르기도 하지요. 이 시기의 아이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엄마가 보기에 좋은 옷만 강요해서 입히면, 자칫 의존성이 강하고 창의력이 부족하며 소극적인 아이가 되기 쉽다고 합니다. 한창 자라나는 자율성과 자신감을 손상시킬 수도 있지요.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마거릿 초도스-어빈은 정색을 하지 않고도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슬쩍 던집니다. 아이 나름대로의 개성과 독립성을 인정하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있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바라보자고 말입니다. 나와는 다른 생각과 취향을 가진 사람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부모와 어린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더욱 그러하겠지요. 완곡한 설득에서부터 일방적인 명령과 강압에 이르기까지 모두들 내 뜻대로 다른 사람을 바꿔 놓으려고 하기에 이 세상에는 다툼이 끊이질 않습니다. 작가는 그러한 문제에 대한 작은 해답을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 너무도 사랑스럽고 깜찍하게 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떡갈나무 호텔
아주 크고 높은 떡갈나무는 그 자신이 호텔입니다. 이곳에는 온갖 새와 벌레들이 공짜로 묵고 있습니다. 떡갈나무는 손님을 가려 받지 않습니다. 더러운 옷차림을 한 손님이 찾아오면 다른 손님들이 싫어하지만, 떡갈나무는 이렇게 타이릅니다. 이 호텔은 손님을 가리지 않아요. 누구든 묵을 수 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낡고 오래되었다고 불평을 늘어놓던 손님들이 떡갈나무 호텔을 나가 버립니다. 젊고 깨끗한 자작나무, 단풍나무, 밤나무에 지어진 호텔로 옮긴 것입니다. 떡갈나무 호텔을 떠난 손님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떡갈나무 호텔은 엄마의 사랑처럼 늘 변함이 없습니다. 언제나 똑같은 자리에 서서 매미, 개구리, 장수풍뎅이, 비단벌레, 동박새, 올빼미 같은 손님들에게 보금자리와 바람막이가 되어 줍니다. 이 책을 보는 아이들은 나이가 많은 만큼 거대한 떡갈나무를 통해 포근하고 든든한 사랑을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 새것만 좋은 게 아니라 낡고 오래된 것도 가치 있고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떡갈나무 호텔』은 1973년 월간 그림책 [킨더 북]에 발표된 이래 수십 년 동안 아이와 부모의 사랑을 받아온 동화의 명작입니다. 동화를 쓴 구보 다카시는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 단 가즈오와 함께 동인지 [푸른 꽃]에 참가해 소설을 쓰다가 아동 문학에만 힘을 쏟았습니다. 동화는 삶을 나타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그의 믿음과 주장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 그의 대표작이 바로 『떡갈나무 호텔』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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