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가씨를 알게 되었는지 조리 있게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네. 나는 그저 만족스럽고 행복한 사람일 뿐 훌륭한 역사가는 아니니 말이야. 그녀는 천사라네! 하! 애인에게는 누구나 이렇게 말하곤 하지, 안 그런가? 하지만 그녀가 얼마나 완벽한지, 왜 그렇게 완벽한지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네. 그녀가 내 영혼을 완전히 사로잡았다면 충분한 설명이겠지.
그녀는 몹시 총명하면서도 순수하고, 또 몹시 선량하지만 굳건한 사람이고, 진실한 삶을 살기 위해 늘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영혼은 언제나 고요하다네. 이렇게 자네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말은 사실 쓸데없는 짓이야.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는 형편없는 추상화에 불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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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가 돌아왔으니 나는 떠나야겠지. 그가 정말 훌륭하고 기품 넘치는 사람이어서 누가 보더라도 내가 그보다 못 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할지라도, 그가 이렇게나 완벽한 로테를 내 눈앞에서 독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그는 승자야! 그것으로 이미 충분하지. 빌헬름, 그녀의 약혼자가 여기 있다네! 늠름하고 멋진 남자라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밖에 없지. 다행스러운 일은 그가 도착한 그 자리에 나는 없었다는 사실이라네. 거기에 있었다면 내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겠지. 게다가 그는 아주 점잖은 사람이라 내 앞에서는 한 번도 로테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다네. 신의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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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괜찮네! 모든 것이 좋아! 내가 그녀의 남편이었다면! 오, 저를 창조하신 신이시여! 당신께서 그런 축복을 제게 베풀어주셨다면 저의 인생은 평생 쉼 없는 기도를 드렸을 겁니다. 당신에게 불평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눈물을 용서해주시고, 저의 이런 헛된 소망을 용서해주십시오! 그녀가 내 아내라면! 태양 아래 가장 사랑스러운 그녀를 내 품에 안을 수 있었더라면! 알베르트가 그녀의 가냘픈 몸을 끌어안는 걸 생각하면! 오, 빌헬름, 내 온몸이 저려온다네.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것일까? 빌헬름, 왜 안 되겠나? 로테가 알베르트가 아닌 나와 결혼했다면 훨씬 더 행복했을 것이네! 오, 알베르트는 그녀가 마음에 품고 있는 모든 소망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그에게는 감수성이 부족해. 그래, 부족하다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게나. 하지만 그렇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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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총이 당신의 손을 거쳐 내게로 왔습니다. 당신이 직접 권총의 먼지를 털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았던 권총이기에 나는 권총에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오, 그대 하늘의 정령이여, 당신은 나의 결심을 확고하게 만들어줍니다. 로테, 당신이 내게 직접 죽음의 도구를 내어주었습니다. 나는 당신의 손에서 죽음을 맞기를 소원했는데, 이제 그 소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나는 하인에게 자세하게 물어보았습니다. 당신은 권총을 내어줄 때 손을 떨고 있었으나 작별 인사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슬프군요. 정말 슬픈 일입니다! 잘 가라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다니! 나를 당신에게 영원히 붙잡아 맨 그 순간 때문에 당신은 나에게서 마음의 문을 꼭 닫아야만 합니까? 로테, 천 년이 지나도 그때 내가 받은 그 깊은 감동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나 당신 때문에 마음을 불태우고 있는 이 남자를 당신이 미워할 리 없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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