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비의 원리를 이용한 망해도술.” 망해도술은 ‘바다에서 섬을 바라보며 거리를 계산하는 방법’이라는 뜻이에요. 조선 시대 산술서 『구일집』에는 망해도술의 원리가 나오는데, 바다에서 섬을 바라보면서 거리를 계산해요. 망해도술은 삼각비의 원리를 이용해요. 삼각비는 직각삼각형에서 세 변 중 두 변의 길이 비를 말해요. 기준이 되는 각이 같으면 크기가 다른 직각삼각형이라도 삼각비는 같아요. 직각삼각형의 크기와 상관없이 각도가 같으면 삼각비는 같아요. 각도와 한 변의 길이를 알면 다른 변의 길이를 구할 수 있어요. 삼각비를 활용하면 높은 빌딩의 높이도 계산하고,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도 측정할 수 있답니다.
--- p. 26
“‘김치’라는 이름에는 삼투 현상이 나타나 있어요.” 김치는 채소에 소금물을 뿌리면 숙성되어서 수분이 빠져나와 물에 잠기는 모습을 표현한 침채라는 말에서 유래했어요. 침채가 팀채, 짐채, 김채, 김치로 변했어요. 김치를 담근다는 뜻인 침장이 팀장, 딤장, 김장으로 변했답니다. 삼투 현상은 막을 사이에 두고 물이 이동해 농도가 같아지는 현상이에요. 물은 농도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해요. 이때 생기는 압력을 삼투압이라고 해요. 생물의 세포에는 막이 있어서, 막 사이로 삼투 현상이 일어난답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면 세포 안에 있던 물이 농도가 높은 소금 쪽으로 이동하면서 배추에서 빠져나와요. 절이지 않고 양념을 하면, 나중에 물이 빠져나와 간도 안 맞고 질척거리는 김치가 돼요. 바닷물을 마시면 세포 속 물이 빠져나와 목이 더 마르고,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이나 발이 쭈글쭈글해지는 것도 삼투 현상 때문이에요.
--- p. 43
“은행나무는 공룡이 씨앗을 퍼뜨렸어요.” 용문사 은행나무는 암그루라 열매를 맺어요. 나무가 워낙 커서 해마다 열다섯 가마 정도 열매가 열려요. 은행나무 열매는 맛있지만 껍질에 싸여 있을 때는 고기 썩는 냄새를 풍겨요. 이 냄새를 맡은 육식동물이 은행을 먹고 배설해 씨앗을 퍼뜨리죠. 은행나무는 공룡 시대가 전성기였어요. 은행을 먹은 공룡이 씨앗을 퍼트리는 역할을 했어요. 공룡이 사라지면서 은행도 쇠퇴해 현재는 중국 일부에만 자생하고 있어요. 오늘 세계 각지에서 보이는 은행나무는 사람이 키운 거랍니다.
--- p. 49
“우리나라 지폐에는 인물과 문화유산이 그려져 있어요.” 만원권 앞면에는 세종 대왕과 『용비어천가』, 조선 시대 임금의 상징물인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어요. 뒷면의 주제는 과학이에요. 천체 관측기구인 혼천의, 보현산 천문대 광학천체망원경, 조선 시대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이 있죠. 천체 망원경 이전에는 물시계인 자격루가 있었어요. 혼천의와 자격루,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보급 과학 유물이에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국보 제228호, 자격루는 국보 제229호, 혼천의는 국보 제230호랍니다.
--- p. 69
“인류는 금속 중에서 구리를 가장 먼저 사용했고, 그다음이 금이에요.” 금은 누런빛이 나는 금속이에요. 오래전에는 황금을 태양의 선물로 여겨서 숭배했답니다. 금은 공기나 물, 화학약품에 반응하지 않아서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광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금은 연성과 전성이라는 성질이 금속 물질 중에서 가장 좋아요. 연성(延性)은 힘을 받아도 부서지지 않고 가늘고 길게 늘어나는 성질이고, 전성(展性)은 두드리거나 눌렀을 때 얇게 펴지는 특성이에요. 금 1g으로 3000m 길이의 실을 뽑아낼 수 있어요. 금 5g으로 3m²가 넘는 면적을 얇게 펴서 덮을 수 있어요.
--- p. 85
“온돌은 굴뚝을 다스리는 기술이에요.” 온돌은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아궁이에서 나온 열기로 방바닥을 데우는 난방 방식이에요. 온돌은 기원전 5000여 년 전의 함경북도 웅기군 굴포리 신석기 유적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어요. 4세기경 황해도 안악 3호분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나온답니다. 온돌이라고 해서 ‘뜨거운 돌’이라고 생각하는데, 돌은 굴뚝 ‘돌(突)’ 자를 뜻해요. 돌을 데우는 방법이라기보다는 불을 다스리는 기술이에요.
--- p. 109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 거의 800년 동안 원형에 가깝게 보존된 목판 제작의 비밀.” 목판은 산벚나무를 사용했어요. 산벚나무는 물관이 나이테에 고루 퍼져 있어서 수분 함유량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베어낸 나무는 소금물에 3년 동안 담그고 소금물에 삶아 말렸어요. 소금은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경판이 갈라지거나 비틀어지는 현상을 막아요. 건조하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어요. 이렇게 완성한 목판은 옻칠을 해서 벌레를 막고, 목판 네 귀퉁이에는 틀어지지 말도록 나무를 덧대었어요.
--- p. 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