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몰트만 신학의 구조와 성격에 관한 연구들은 매우 다양하게 이루어져왔다. 그가 제시한 획기적인 신학적 통찰과 독특한 대안적 사고 는 새로운 화두가 되어 활발한 신학적 토의의 물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표는 60여 년에 걸친 몰트만의 신학 여정에 적잖은 사상의 전이와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학 전체 를 꿰뚫는 일관된 주제와 핵심적인 성격이 있음을 발견하여 이를 그의 주 저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기독교적 만유재신론의 비전이 몰트만 신학의 중심에 놓여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그리하여 이 책은 몰트만 신학의 구조와 성격 및 방향을 만유재신론적 비전(panentheistic vision)으로 규정하고 이를 짜임새 있게 분석함으로써 그의 신학에 대한 새로운 읽기를 시도한다. 특히 그의 삼위일체론적, 자원하는, 종말론적(trinitarian, voluntary, eschatological) 만유재신론의 비전을 몰트만 신학을 이해하는 해석학적 열쇠로 삼는다. 이는 신론, 삼위일체론, 창조론, 그리스도론, 성령론, 종말론에 이르기까지 그의 신학의 폭넓은 지평을 꿰뚫는 예리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머리말」중에서
몰트만의 다양하고 창의적이며 건설적 특성을 지닌 신학 방법은 현대신학 논의에 지대한 공헌을 할 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신학에 현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미래신학의 형성을 위해 유용한 통찰과 방향을 제시해준다. 비록 개념적 불명료성, 논리적 정합성의 결여, 논리적 집중성의 약화 등이 적잖게 발견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몰트만이 끊임없이 추구한 수용적?비판적 대화를 통한 독창적 대안의 제시라는 신학함의 자세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또한 시대와 사상과의 지속적 대화 못지않게 하나님과의 실존적 만남을 통한 영감 있는 통찰력과 직관 속에서 우러나온 다양한 제안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런 그의 신학적 특성이 흠뻑 녹아들어 있는 신학 방법론은 오늘과 미래의 교회와 신학을 위해 활기찬 비전과 전망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제1장」중에서
몰트만은 성서적 내러티브에 비추어 특히 십자가 사건에서 하나님의 전능성을 재정의한다. “하나님이 소유하신 유일한 전능성은 고난당하는 사랑의 전능한 능력이다.…이것은 하나님의 주권의 본질이다.” 몰트만의 견해와 일치하여 카스퍼는 “성서에서 하나님의 전능성의 계시와 하나님의 사랑의 계시는 모순적이지 않다”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하나님의 전능성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맥락에서 몰트만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교리를 다음과 같이 고쳐 쓴다. “하나님은 이런 겸비 안에서보다 더 위대하지 않다. 하나님은 이런 내어줌 속에서보다 더 영광스럽지 않다. 하나님은 이런 무력함 속에서보다 더 능력이 크지 않다. 하나님은 이런 인간성에서보다 더 신적이지 않다.” 이렇게 몰트만의 신론에서 하나님의 주권의 전능성은 그분의 사랑에 비추어 새롭게 해석된다. 그에 따르면 십자가에서 하나님의 전능성은 자기희생적 사랑의 전능성 안에서 계시된다. ---「제3장」중에서
케노시스 사고에 관한 논의는 20세기 후반 이후 신학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진보 중 하나다. 여러 현대신학자와 과학자들이 이런 간학문적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중 몰트만은 창조의 케노시스 신학의 위대한 주창자라 할 수 있다. 창조에 관한 몰트만의 케노시스 사고는 유대교 및 현대과학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해준다. 그는 창조를 하나님의 자발적 자기제한의 사랑의 행동으로 본다. 이런 자기낮추심의 사고는 고전적 유신론과 과정신학의 만유재신론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동시에 여러 이점을 보존하고 있다고 간주된다. 고전적 유신론과는 달리, 몰트만은 시간성과 공간성을 하나님 안으로 가져온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현대신학 논의를 위해 하나님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일관되게 제안한다. 과정신학의 만유 재신론과는 달리, 몰트만은 무로부터의 창조를 긍정하면서도 고전적 유신론을 넘어서서 계속적 창조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 그는 창조를 과학적 지식과 밀접하게 관련시켜 개방적 체계로 말한다. 또한 자발적 자기비움의 행동으로서의 하나님의 창조 사역에 대한 주장은 고전적 유신론의 전능성이나 주권성 같은 하나님의 속성에 대한 견해에 도전한다. 또한 이것은 세계 안에서의 악과 고난이라는 당혹스런 질문에 대한 좀 더 만족스러운 응답을 제공한다. ---「제5장」중에서
몰트만의 교회론은 정체성과 현실관련성의 위기에 처한 현금 한국교회의 현실을 고려해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회의 윤리적?공적 기능의 상실과 함께 그리스도인의 신앙과 영성의 사사화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반기독교적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올바른 정체성과 사명에 대한 신학적 논의와 이에 기초한 올바른 실천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제9장의 연구에서는 몰트만의 교회론이 한국교회가 이런 비판과 도전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현실을 변혁하는 교회로 새롭게 거듭나며, 그리스도인들이 세상 안에서 세상을 섬기는 하나님나라의 주역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적절한 응답을 제시하고 있음을 밝혔다.
몰트만은 교회론에서 여러 중요한 통찰과 안목을 제공하고 있다. 즉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에 대한 고뇌와, 종말론적 하나님나라 및 교회의 관련성에 대한 물음이다. 몰트만의 교회론에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종말론적 교회의 긴장감이 스며들어 있다. 또한 몰트만은 위기의 시대에 수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교회의 새로운 방향 설정에 관한 물음에 직면하여 진지하게 응답하며 더 나아가 대안을 모색한다. 이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위해 요청되는 가장 필요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몰트만의 작업은 교회의 자기성찰과 개혁을 위한 중요한 자료와 전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새롭게 거듭나고 사역의 방향을 재정위(re-orientation)하며 자기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제9장」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