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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風으로 그러므로 희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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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風으로 그러므로 희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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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9쪽 | 182g | 124*194*7mm
ISBN13 9791187036029
ISBN10 1187036021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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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철송
1960년 전남 나주에서 출생하였다. 1992년 계간 [실천문학] 가을호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지은 책으로 [황지우와 박노해, 증상과 욕망의 시학]이 있다. 현재 대학에서 현대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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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사쿠라

당신은 오지 않고 그날, 사쿠라는 졌네
사쿠라 사쿠라 재즈 스타일로 나는 휘파람을 불었어
살랑살랑 낙하하는 사쿠라 꽃 사이
지지 않는 태양 빛이 거기서, 난분분
당신은 보이지 않는 저기 어느 곳에
아직 어린, 그늘도 없는 벚나무 아래
돗자리 방석을 깔고
녹차 한 잔을 마시더니 이내
가버렸네 깔깔거리던 그 웃음이
여직 들리는데 당신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네
사쿠라 사쿠라
콘트라바스의 저음이
세상에 가득 하네


튀니지아에서의 하룻밤
-A night in Tunisia, Dizzy Gillespie

튀니지아에 가지 않고도
튀지지아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다네
그래 나는 오늘 하룻밤을 튀니지아에서 보내려니
그리하여 나는
편백나무가 서 있는 호텔 튀니지아
일층 바에서 맥주 한 잔을 시킨다네
흑갈색의 바텐더가 말없이 술잔을 내밀고 한 잔
(을) 따르는군
뭐 오늘 하루가 즐거웠으므로, 깊게 한 잔
여자가 있으면 좋겠다고 막 생각했는데, 오,
저기
옛날 내 애인, 베티 붑을 닮은 아가씨, 가 다가오네
엉덩이를 삐죽거리며
아무렴 그러니 한 잔 살 수밖에
와우 튀니지아에서의 하룻밤을 축하해요
한 잔 주실 거죠
그럼요 당근, 바텐더, 베티 붑 양에게,
아니 내 옛 애인에게 한 잔을
저 염화미소, 씨익 웃으며 바텐더가 베티에게
한 잔 따르는군, ok! 망설임 없이 지갑에서
일 달러를 꺼내 건네주었지
탱큐 써
그때 나의 미스 베티가 기분 좋게 또
슬쩍 나를 보며 웃어주는 거야
연거푸 몇 잔을 마셨더니 취하는군
이제 자러 갈 시간 그런데 잠깐
구석진 스피커에서 마이 퍼니 발렌타인
물론 베이커 선생의 목소리야
곱게 미친 자의 다정한 혼잣말, 흠
오우, 이제 맥주는 그만
나는 취했어, 베티 붑 안녕
나의 옛 애인도 안녕
나는 잔다네 오늘 하룻밤을 튀니지아에서
튀니지아國 서대문구 북가좌동 2-49
호텔 튀니지아 1024호
안녕 바텐더, good night 베티,
굿 나잇 디지 길레스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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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삶의 허무 건너기’는 인생사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주제는 육체와 정신을 아우르며 동서고금에 걸쳐 다양한 층위의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 가령 예수와 황진이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의 삶을 살아낸 족적을 성스럽게 혹은 우아하게 남기고 간 경우이다. 그런데 이철송은 자신의 처지에서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이 주제를 소화하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내 몸을 음속 돌파해 나를 (떠나)버린 여자”(?밤의 밀롱가?)는 이 시집의 기본 전제이다. 그 여자와의 추억이 “성난 상어처럼 이빨을 세우고 / 흐느끼던 살갗의 쾌락”(?가부좌 튼 야만인?)을 떠오르게 하고 “생을 팔아 사랑할 수 있다면 / 형벌은 새의 깃털처럼 가벼운 것”(?전등사?)이라 고백하게 한다. “추억이 없는 자 행복하리 / 죄짓지 않았음으로”(?목포 노을?)라고 말하지만 사랑에 죄를 물으며 행복한 자는 지상에 없을 것이다.
- 최두석 (시인)

그에게는 한때, 어딘가에 그만의 사랑이 있었다. 애인이자 누이였으며 때로 그의 어머니였거나 그의 새끼였던 사랑이. 그러나 이제, 이미, 그런 사랑은 없다. 그가 사랑했던 것은 자기 자신, 시시한 육체가 만들어낸 위대한 욕망이었을 뿐이다. 지독한 자기애에서 비롯한 자기혐오가 불가능한 사랑과 몸을 섞으려고 몸부림쳤던 시간들을 그는 통과해 왔다. 그는 기다린다. 그녀가 오지 않기를. 그에게 선뜻 올 수 있는 그녀였다면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으리라. 그녀의 거시기는 解脫로 가는 문이었다. 그러나 그래서 그는 꼭 그녀의 거시기 앞에서 거시기 거시기 말을 더듬었던 것이다. 있는 것만 느껴야 하는데, 없는 것을 느끼고자 했으므로 그는 아팠다. 광대한 무한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밀어가고자 했을 뿐이었으나 거기에도 그 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조차 무료했다. 과연 어떤 삼천 년 된 긴 손톱 끝이라야 그의 몸에 그가 흡족할 만큼의 피의 홈을 파줄 수 있을까?
이진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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