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이 나라를 병들게 만든 세력 중 유일하게 단죄되지 않고, 징치(懲治)되지 않은 세력이 있다. 바로 ‘언론’이다. 독재에 맞서 싸웠던 언론인은 기억해도 독재에 부역한 언론인은 누가 있는지도 모른다. 날만 새면 야당과 학생들을 빨갱이로 몰고 입을 모아 전두환을 찬양하던 자들은 버젓이 장관에, 의원에, 사장에 오르며 영화를 누렸다.
적폐 청산이라는 게 무엇인가. 죄지은 자에게 죄를 묻고, 잘못한 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그 본보기를 남겨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는 그럴 일이 없었다. 마음껏 혹세무민하고, 침소봉대하고, 조작에, 왜곡에, 은폐에, 궤변에, 뭔 짓을 해도 책임을 묻는 일이 없었다. 그들의 세계에는 이러면 안 된다는 본보기가 없다. 그러니 제멋대로 써 갈기고, 내키는 대로 떠벌려도 하등 가책을 못 느끼는 것이다. p.6
●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있어 우리 측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드 보복의 조기 해결이었다. 이는 리커창 총리의 “한중 경제 채널 재가동” 발언과 “평창올림픽에 많은 중국인이 방문할 것”이라는 발언으로 100% 해결됐다. 정상회담의 전 단계로 이루어졌던 10월 31일 합의의 골자는 사드에 대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서로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일단 사드 문제는 덮고 한중 관계 회복으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그것을 이른바 ‘사드 봉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드 문제의 해결이란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지 않거나, 한국이 사드 배치를 철회하거나 둘 중의 하나로 합의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것은 현재 상태에서 결코 가능하지 않은 목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중동과 종편을 중심으로 한 일부 언론들은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가 이루어진 18일에 이르기까지도 사드 문제를 해결 못 했으니 실패라고 규정하거나, 사드 문제가 여전히 남아 미완의 성과라며 뒤끝을 부렸다. p.20-21
● 〈조선일보〉의 평창올림픽 발목 잡기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북한 예술단이 만경봉호로 이동하여 선상에서 숙식할 것을 가지고는 며칠을 붙잡고 늘어졌다. 북한 선적이 우리나라 항구에 입항하는 것은 5·24 조치와 대북 독자 제재, 그리고 유엔 제재에 저촉될 수도 있는 문제이니 이 점을 지적하고 넘어가는 것은 좋다.
그런데 해당 부서인 통일부에서 5·24 조치의 예외 사항으로 하기로 했고, 국제 제재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진행되는 것이라는 설명을 수백 번은 되풀이했는데도 〈조선일보〉의 시비는 끝이 없다. p.44
● 최저임금법은 2024년을 기준으로 한다면 ‘모든 노동자의 급여는 월 254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을 규정하는 법이다. 결코 올해 188만 원이던 여러분의 임금을 6년 뒤인 2024년에는 반드시 278만 원으로 올려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법이 아니다.
적게는 연 288만 원에서 최대 433만 원까지 급여를 강탈당한다는 박 국장의 주장은 ‘최저임금법이 6년 뒤 월 278만 원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더구나 이 계산은 앞으로 6년 동안 호봉 승급도 없고, 임금 협상도 없고, 노조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거나, 열심히 뭔가를 했는데 사측에서 요지부동으로 절대로 임금을 더 올려주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다른 인상 요인이 전혀 없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이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가정인지 잘 모르겠다. 정부가 임금의 하한선을 정하고 그것을 보장하면, 그 이상의 부분은 노사 협상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p.139-140
●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처리를 촉구한 여러 법안과 현안들은 특검 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국회가 당연히 처리해야 할 안건들이다. 무슨 조건으로 내세울 흥정거리가 아니다. 그런데 조폭 야당은 그걸 조건이랍시고 “특검 하나 받는데 무슨 조건이 그리 많냐” 하며 타박하고, 조폭 언론은 그걸 3면 톱기사로 올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여당이 특검에 여러 법안들을 ‘연계’한다고 제목을 달았다. 법안이나 의안을 주고받기식으로 흥정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은 일이나, 역대 국회에서 흔히 있어왔던 소위 ‘관행’이다.
그런데 따져보자. 연계를 한 것은 여당이 아니라 야당이다. 그들이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할 모든 안건들을 ‘특검법’ 하나에 ‘연계’시킨 것이다. 지난 4월 국회에서는 국회에서 처리할 현안들을 모두 방송법에 ‘연계’시켰다. 이번 국회 들어서 야당은 특검만 받아주면 추경이고, 비준동의안이고, 국회정상화고 모두 다 해주겠다고 공언해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조건’으로 내걸고 특정 사안과 ‘연계’하는 전형적인 깡패 수법이다. p.226
● 〈YTN〉의 이번 보도는 여러 면에서 악의적이다. 최초 보도에서 〈YTN〉은 단순한 전언을 근거로 “실제 귀순 병사를 구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 쓰고 포복으로 접근한 건 대대장이 아니라 휘하의 부사관 2명이었다”고 보도하여 마치 대대장이 구출 현장에 없었거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처럼 오인하게 유도했다. 특히 보도 말미에서 “전체 경비 작전을 지휘해야 할 대대장이 작전통제실을 비우고 현장에 나간 건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소개하면서 “우리 군의 미흡한 대응이 영웅담에 가려져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우리 군의 미흡한 대응이란 아마도 대대장이 통제실을 비우고 직접 현장에 나간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에 대한 해명이 바로 아이들을 보낼 수 없어서 직접 나갔다는 것이었다. 또한 통제실에는 현장을 관찰?파악하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력이 상주하면 되는 것이지 현장 최고 지휘관이 반드시 그곳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도 없다. 오로지 우리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억지를 부린 것이다. p.281-282
● 〈조선일보〉가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분류한 정현곤 시민참여비서관은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은 민변 노동위원장 출신이다. 창작과 비평, 그리고 민변을 시민단체로 분류할 수 있나 아무튼 그래 봐야 시민단체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리 뒤져봐도 8명밖에 안 된다. 운동권 출신을 뻥튀기하려고 시민단체 출신을 엮어 넣었는데 그 역시도 뻥튀기한 것이다. p.322-324
● 신문에 나온 얘기면 무조건 믿던 때가 있었다. 그때가 좋은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에 나온 얘기라서 믿는 사람이 여전히 있는가 하면, 신문에 나온 얘기니 더 못 믿는 사람도 있다.
언론이 ‘불신받는다’는 것은 현업 언론인들에게도 불행한 일이지만, 언론을 통해 세상사를 파악해야 하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더욱 불행한 일이 다. 신문에 나온 말을 그냥 믿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믿지 않을 수 도 없는 ‘신뢰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327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