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비로봉 식당은 음식점과 커피숍을 한 공간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방북 시마다 부담 없이 들르곤 한다. 그곳에 가면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이 있는데 다름 아닌 전자 메뉴판이다.
2013년 들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그 이전까지는 종이 메뉴판이 사용되었다. 손님들이 식당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손에 잡는 것이 메뉴판 아닌가. 그 메뉴판이 다름 아닌 ‘판형 컴퓨터(태블릿 PC)’라서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다.
미국이나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여전히 종이 책자로 된 메뉴판에 익숙한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태블릿 메뉴판을 테이블마다 비치해 손님들이 자기들 식성과 취향에 맞게 음식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는 사실이 마냥 신기했고 마치 뒷북을 맞는 기분이었다.…
비로봉 식당뿐 아니라 평양 시내의 여러 식당에서도 뒤이어 태블릿 메뉴판을 개발하였다. 심지어 강원도 마식령 스키장의 식당과 커피점에서까지 태블릿 메뉴판이 상용화되고 있었다. -13쪽
이북에는 ‘공식 환율’과 더불어 ‘실제 환율’이 있다는 것은 인지해야 한다. ‘공식 환율’이란 외국인 전용 ‘호구 환율’이다. ‘호구 환율’은 ‘실제 환율’에 비해 수십 배 정도 차이가 난다.
1달러 환율이 이북 화폐로 7,000원 정도인데, 호구 환율은 1달러에 130원인 경우가 있다. 한 가지 실례를 들어보도록 한다. 커피점에서 파는 500원짜리 콜라를 이북 인민들은 실제 환율에 따라 0.1달러, 1,000원짜리 칵테일을 0.2달러에 구입해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외국 국적의 해외동포들이나 외국인들은 호구 환율로 지불하기 때문에 500원짜리 콜라를 4달러, 1,000원짜리 칵테일을 8달러에 사먹어야 한다. …
외국인에 대한 환율 적용제도와 2중가격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남측과 서방세계의 언론들은 마구잡이 오보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북의 환율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메뉴판에 적힌 가격표를 기계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음식값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노동자나 주민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식당이나 커피점, 백화점에 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라느니 “신흥 부자들과 특권층만 갈 수 있다”느니 하는 주장들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근거도 없이 떠들어댄다. -20쪽
창전거리에는 고층아파트와 빌딩이 밀집되어 있다. 14개동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 그 가운데는 45층짜리 아파트도 있다. 또한 아동백화점, 일반백화점, 식당, 목욕탕, 이발소, 세탁소, 레코드 가게, 약국 같은 서비스 시설과 후생시설은 물론, 학교, 유치원 같은 교육시설들이 철저한 도시계획 하에 멋진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해맞이식당이 위치한 창전거리는 꽤나 길다. 앞서 이북을 이끈 두 ‘지도자’의 거대한 동상이 서 있는 만수대 언덕 기슭부터 시작해 평양학생소년궁전, 조선혁명박물관, 인민극장, 만수대의사당(국회의사당)과 천리마동상 등을 일직선으로 두고 있다.
중심 번화가로서뿐 아니라 최신 유행을 선보이는 ‘서울의 명동’ 혹은 ‘서울의 강남거리’라고 불러도 손색 없을 듯한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창전거리를 활보하는 평양 여성들은 당시 유행하던 복고 열풍에 따라 미장원에서 웨이브 파마를 하고 블라우스에 주름치마를 맞춰 입은 채 하이힐을 신고 다니는 패션을 선보였다. 지금도 하이힐을 신고 고급스런 핸드백을 끼고 양산을 펼쳐 들고 외출하는 모습은 평양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현상이다. -28쪽
안내원들의 가르침에 의하면, 냉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우선 냉면 면발에만 식초를 뿌려야 한다(냉면 그릇에 식초를 뿌려서는 안된다). 냉면에 올린 고명을 무너뜨린 후 젓가락으로 냉면 뭉치를 대각선으로 찔러 건져 올려 그릇에 걸쳐놓아야 하며, 이때 젓가락을 십자가 형태로 벌려놓으면 된다. -64쪽
이날 지켜본 ‘휘발유 조개구이’ 요리 과정은 마치 한 편의 퍼포먼스 같았다. 먼저 빼곡히 세운 조개 위에 휘발유를 소량 흩뿌린다. 휘발유를 뿌리면서 재빠르게 불을 붙이면 바닥에 깔려 있던 조개등 위에 삽시간에 불길이 옮겨붙으며 활화산처럼 타오르기 시작한다.
봉사원은 휘발유병을 손에 들고 강약을 조절하며 물총을 한 줄기로 발사하듯 조개 위에 뿌리며 불길을 조절한다. …
조갯살에서는 휘발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바다 내음이 고스란히 배어 있어 싱싱한 맛을 그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조개구이의 맛에 흠뻑 빠진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경쟁이라도 하듯 치열하게 까먹기 시작했다. 다 먹은 후에는 자신들 앞에 조개 껍데기가 얼마큼 수북이 쌓였는가를 놓고 누가 승리했는지 우열을 다툴 정도였다. -120쪽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