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글

어떤 분이 물었습니다. “다른 종교에서는 믿기만 하면 신이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하는데, 불교는 왜 그렇게 설하지 않습니까?” “그래요? 믿기만 하면 뭐든 다 알아서 해 준다고요?”
“예, 그렇지요.”
“그렇다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대신 밥도 먹어 줍니까?”
“아닙니다.”
“대신 잠도 자 줍니까? 대신 공부도 해 줍니까? 대신 돈도 벌어 줍니까?”
“아니지요.”
“무얼 다 알아서 해 준다는 말입니까?”

생노병사는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내 몸뚱이가 더러운데, 누군가가 내 대신 목욕을 했다고 해서 내 몸이 개운해질 리가 없는 것입니다. 스스로 닦아야 청정해 집니다.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시로 닦지 않으면 탐진치에 물들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은 꾸준히 닦아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성품은 제대로 보기만 하면 됩니다. 불생불멸(不生不滅)이며 불구부정(不垢不淨)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할 수가 있습니다.
“성품은 디지털식으로 단박에 보아야 하며, 몸과 마음은 아날로그식으로 꾸준히 닦아야 한다.”
참선은 주로 자신의 성품을 즉각적으로 돌이켜 보는 견성(見性) 도리에 대해서 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몸과 마음에만 익숙한 현대인에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내 법을 받아랏!”
3년간이나 시봉했지만, 아무런 가르침을 받지 못하고 떠나가는 벽송지엄(1464-1534)에게 벽계정심은 이렇게 소리쳤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참선에는 구체적 방법이 없습니다. 대도는 무문이라고 하지요. 문이 없다는 것은 아무 곳으로나 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됩니다. 성품을 돌이켜 보는 데도 일정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방법도 가능한 것이지요.

부처님의 제자인 16나한 가운데 발타라 존자는 목욕을 좋아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목욕을 즐겼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목욕 때문에 공양이나 법문시간에 늦는 일까지 있을 정도였다니 목욕 마니아라고 할 수 있지요. 마침내 이러한 사실이 부처님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지요. 부처님께서 발타라 존자를 불렀습니다.
“그대가 목욕을 좋아한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예, 그렇습니다.”
“왜 그렇게 목욕을 즐기는가?”
“목욕을 하면 몸이 개운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앞으로는 목욕을 할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몸을 씻어야 한다. ‘내 마음은 늘 욕심과 자만과 질투와 분노 등 수많은 번뇌로 가득 차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맑은 물로 그 모든 더러움을 씻어버리려 한다.’라고.”
발타라 존자는 그날부터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하였고, 얼마 되지 않아 진리를 깨우치고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목욕을 수행법으로 하여 깨우친 것입니다. 또한 주리반특가 존자는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하면서 깨우치기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목욕이나 청소를 하면서도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선에서는 특히 선지식의 한마디에 깨우치는 언하대오(言下大悟)를 중시여깁니다. 그래서 선지식의 법문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이 책의 도입부인 첫 번째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는 본래 우리나라에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에게 한국불교의 참선에 대해서 설명하고자 만든 교안입니다. 이 내용을 먼저 설명한 후, 선문답을 시행하여 좋은 호응을 얻은 바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근세선의 중흥조인 경허 선사의 「참선곡」에 대해서 풀이하고 있습니다. 「참선곡」이야말로 참선의 의미와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세 번째는 필자 자신의 선방체험 가운데 일부를 수행한담 형식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선방에서의 대중생활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네 번째는 불교방송 「참선 백문백답」 시간을 통해서 실제로 애청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입니다. 그 가운데 백 가지를 추려서 정리해 놓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한국불교의 수행체계에 관한 논문입니다. 참선이 불교의 핵심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달걀노른자만 있으면 노른자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흰자도 필요하고 껍질도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인 참회?발원?기도?참선?행불의 다섯 핵심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엮었습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가능한 쉽고 충실한 참선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습니다. 웰빙과 웰다잉의 지름길을 제시하는 참선을 통하여 많은 분들이 생사일대사를 해결하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아울러 미흡한 원고를 훌륭한 책으로 엮어주신 불광출판사 측에 감사드리며, 특히 「참선곡」 풀이와 「참선 백문백답」 부분을 녹취해 주신 각문 거사님, 청정행 님, 보리광 님께 이 자리를 통하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거룩하신 불보살님과 존경하는 은사스님, 주변의 선지식 여러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불교방송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애청자 여러분, 행불 카페 회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법륜을 굴리겠습니다.
마하반야바라밀.

지리산 국사암 염화실에서
월호 화남

<b>작년 봄 불교방송 사상 처음으로 ‘참선 백문백답’을 진행, 참선에 대한 청취자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갈시켜 준 월호 스님의 즐거운 참선 이야기. </b><br/><br/>“ ‘가부좌하고 화두를 잡고 있는 이 순간이야말로 최상의 순간이다. 극락에 간다고 한들 이보다 즐거울 수 있으랴.’ 하는 마음가짐으로 즐겁게 수행해야 부작용 없이 오래도록 참선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상을 찌푸리고 억지로 용을 써서 하는 참선은 옳지 않습니다. 조급한 마음에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오던 깨달음도 달아납니다. 깨달음의 세계는 밝고 즐겁고 청정한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밝고 즐겁게 수행할 때 밝고 즐거운 깨달음이 훨씬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아닐까요?”<br/>-본문 중에서 <br/><br/>동서양을 막론하고 초스피드로 변화하는 시대,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참선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하듯 관련 서적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대부분 너무 어려워 허공에 뜬구름 잡기 식 아니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 참선의 극히 일부분만 다루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책 『당신이 주인공입니다』가 더욱 돋보인다. <br/><br/><b>즐거운 참선, 한국불교 최초의 대중적인 참선 입문서!</b><br/><br/>다섯 편으로 나뉘어 편집된 이 책은 쉽고 재미있다. 참선은 어렵다, 힘들다는 선입견을 깨뜨려준다. 참선의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방법을 생생한 체험담을 곁들여 간곡히 설명, 읽는 것만으로도 참선 수행에 쏙 빠져들게 한다. 즐겁게 참선 수행으로 이끄는 한국불교 최초의 대중적인 참선 입문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br/> <br/>1.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한국으로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을 위한 참선 교안(敎案)으로 이미 일반인에게도 큰 호응을 받은 내용이다. <br/>2. ‘참선 수행의 나침반 경허 선사 참선곡’, 근세선의 중흥조인 경허 선사의「참선곡」은 일찍이 참선의 의미와 방법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참선곡 자체가 훌륭한데다 월호 스님 특유의 열린 안목으로 풀이, 누구든지 금방이라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br/><br/>3. ‘수행한담’, 월호 스님의 선방 체험 가운데 일부를 드러낸 것이다. 선방 스님들의 내밀한 수행 이야기를 엿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요, 스님들의 용맹 정진하는 모습에 수행 의지를 새롭게 북돋우는 소득도 크다. <br/>4. ‘지금은 참선 수행의 시대’, 불교방송「참선 백문백답」시간을 통해서 실제로 애청자들과 주고받은 문답에서 건져 올린 내용인 만큼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백 가지를 추려서 정리해 놓은 ‘참선 백문백답’은 평소 생활 속에서 수행을 하면서 궁금해 하던 내용이 담겨 있어 더욱 생생한 감동을 준다. <br/><br/>5. ‘그릇이론에 의한 불교수행체계’, 한국불교의 수행전통인 참회ㆍ발원ㆍ기도ㆍ참선ㆍ행불의 다섯 핵심수행법을 체계적으로 엮은 논문이다.<br/><br/>위와 같이 이 책은 가능한 쉽고 충실한 참선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알차게 편집되어 있다. “성품은 디지털식으로 단박에 보아야 하며, 몸과 마음은 아날로그식으로 꾸준히 닦아야 한다.”는 월호 스님은 무엇보다 즐거운 참선, 유쾌한 마음공부를 하라고 조언한다. <br/>한편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인생의 당당한 주인공임을 확신하고, 참선 수행을 통해 완전 연소의 삶, 밝고 긍정적인 삶으로 이끌어준다. 특히 삶에 지친 분들, 힘겨운 삶의 무게에 절망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다. <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