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비전 supervision’은 직장과 집 사이의 중간 공간intermediate space이다. 우리는 수퍼비전 공간에서 이마의 땀과 얼굴에 묻은 진흙을 닦아내고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그렇게 밖에서 수행하던 역할을 벗어 버리고 본래 자기 자신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이 준비를 위해 우리는 새롭게 얻은 경험과 인상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그것들을 재검토하거나 때론 정화시키기도 하며, 정직하게 감정을 다루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진지하게 성찰한 다음, 이러한 경험을 지금까지 진행해온 컨설팅 내용과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 18p
수퍼비전의 가장 중요하고 필수적인 ‘서비스’는 안전하고 신뢰할 만한 공간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코치와 컨설턴트는 그 공간에서 자신의 실제 사례를 성찰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다. 코치와 컨설턴트는 종종 너무 바쁘고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일하며, 세션이나 사례에 따라 자주 역할을 바꾸면서 사람과 만난다. 그렇게 그들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상당한 경제적인 압박을 받으며 일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퍼비전을 통해 자신의 사례를 되돌아보고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수퍼비전을 통해 고객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한 혜택을 줄 수도 있으므로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25p
주의 깊게 경청할 수 있는 것은 전문적인 조언에서 정책 개발까지 그리고 코칭에서 퍼실리테이션에 이르기까지 모든 컨설팅 종사자들에게 필수적이다. 수퍼바이저의 역할은 ‘내용content’ 과 ‘상호작용interaction’이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경청의 질적 수준을 요구받는다.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대체로 내용과 상호작용이 수퍼비전 세션에서 강하게 뒤얽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퍼바이저는 내용과 상호작용을 직감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해야 한다. 46p
푸코Foucault(1982)는 진정한 자기반성으로서 고백confessions이 어떻게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는 피타고라스Pythagoras로부터 세네카Seneca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Marcus Aurelius와 같은 정치가-철학자statesman-philosophers에 이르는 전통에 대해 설명한다. 여기에서 자기반성 또는 명상의 형태인 고백은 ‘양심을 정화하는 것’, ‘평판을 점검하는 것’, ‘매일의 활동을 점검하는 것’, ‘일에 대한 압박을 받은 뒤 사색으로 돌아가는 것’과 훨씬 더 많은 관련이 있다. 수퍼비전에 참여하는 당신의 파트너(수퍼바이저 또는 수퍼바이지)가 고백과 속죄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는 것이 유용하다. 하지만 이는 현대 수퍼비전 정신에서 훨씬 더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로 하여금 고백을 솔직하고 건설적으로 못하게 할 수 있다. 76p
우리는 성찰의 형태를 수퍼비전이라고 부르는 하나의 음악 작품의 음색이나 양식으로 볼 수 있다. 화음(성찰의 양상을 한 데 모은 것)과 멜로디(성찰 양상이 사슬처럼 서로 이어져 통일체를 이루는 것)의 훌륭한 구조는 수퍼비전 세션에 새로운 통찰과 행동에 필요한 풍성함을 제공한다. 코칭과 컨설팅 관계에서 ‘상황state of things’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것은 다양한 측면을 논의하고, 그것을 모으며, 예전의 성찰과 새로운 성찰에 직면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연성 없는 성찰 기간의 반복이나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 다른 음의 높이와 곡조로 노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88p
조직 컨설턴트를 위한 수퍼비전은 전문 컨설턴트의 역량과 반응에 영향을 주는 관계적 과정relational processes에 참여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여전히 확장되고 있는 새로운 분야이다. 수퍼바이저는 이런 과정을 탐지하고 탐색하며 컨설턴트(들)에 관련된 잠재적인 조직 패턴을 직관할 수 있는 탁월한 위치에 있다. 121p
수퍼바이저가 컨설턴트의 작업을 실시간으로 듣거나 때로는 수화기를 통해 컨설턴트와 의사소통을 하는 것과 같은 드문 방법을 제외하면, 많은 시간을 과거의 경험들로부터 배우고 한 사람의 실무를 개선시키기 위해 과거 고객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데 소비한다. 이런 종류의 성찰을 위해 과거는 등록되고 기록되고 지각되고 처리되고 기억되어야 하므로 인간의 복잡한 지각, 인지, 기억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146p
수퍼비전은 코칭 및 조직 개발과 마찬가지로 윤리적 경험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안했듯이, 윤리는 선good을 추구하는 인간 탐구의 일환이다. 우리가 행한 것에 대한 책임을 갖는 것은 윤리적으로 되는 것의 일환이고, 책임이 줄어들거나 없는 것은 무엇이든지 윤리적 차원의 행동을 감소시키거나 없애준다. 우리는 인간, 개인, 그룹, 팀, 조직을 그들의 행동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행동을 선 또는 악, 좋거나 더 나은 것, 즉 효과적으로 윤리적인 행동으로 부른다. 윤리는 의식consciousness, 즉 어떤 것이 행해졌는지 인식하는 능력, 우리의 의도에 대한 어떤 통찰을 갖고 경계하며 윤리적 이슈, 문제, 딜레마가 발생할 때 이에 대해 신경을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166p
계약, 검토, 추천서는 수퍼비전 관계에서 주요 요소는 아닐지라도 필수적이다. 관계적인 관점에서 서면 계약은 시간제한과 수퍼비전 관계에서의 비대칭처럼 세션에 관한 경계boundary로서 기능한다. 경계는 규제restriction는 물론 담아주기containment를 의미한다(Bion, 1963). 그러므로 계약은 프레임워크는 물론 계약의 범위 내에 포함된 것에 대한 자양분과 보호를 제공한다. 따라서 수퍼비전 계약은 고객 자료에 초점을 두고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많은 기본 전제 조건들(예, 시간, 공간, 비밀, 비대칭, 방법론)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계약은 수퍼바이지가 장기적으로 예상하는 주제와 개발을 말로 담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다른 경계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는 이중 목적이 있다. 그것은 기본 주제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세션이 합의된 목표를 넘어서면 특별한 주의를 불러일으킨다. 180p
수퍼비전은 주로 자기 자신과 자신의 임상 실무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는 수퍼바이지에 관한 것이다. 수퍼바이지가 이를 실행하는 것은 수퍼바이저가 신중하게 깊이 생각하여 선택한 개입을 통해 직접적으로 뭔가 성취하려는 것보다 훨씬 쉽다. 사실상 수퍼바이지는 그러한 것을 전부 스스로 한다. 수퍼바이저는 그저 수퍼바이지가 본연적으로 내재 하는 자신의 역량을 인식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수퍼비전이 수퍼바이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수퍼비전 세션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고 있지만, 우 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그 작업을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수퍼바이지이라는 것이다! 2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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