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예.”
“나는 사랑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싫으신 건 아니죠?”
“그렇진 않지.”
“그럼 괜찮습니다. 대위님은 제가 싫지 않으시고, 제가 좋은 애인감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거기에서 한 발짝만 더 나와 주시면 됩니다. 저와 연애를 해도 괜찮으실 것 같습니까?”
에드워드가 그녀에게 하는 것들 중 몇 가지가 구애 행위라는 것은 그녀도 알았다, 식사에 디저트, 종래에는 보석까지.
에드워드가 부관으로 들어온 다음부터 달라진 차 맛. 집에서 마시는 것과 꼭 같은 그 맛을, 군에 납품되는 찻잎으로는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제이는 알았다. 언제나 멋지게 꾸민 모습을 보여 주려 하고 그녀에게 그의 옷을 걸치게 해 소문을 노리고.
그런 것들이, 호감 있는 여성에게 접근하는 남성의 모습이라는 것을 제이는 이론으로 알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집사가 되고 싶은 귀족 남성은 없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그녀를 위해 차를 끓였고, 그녀의 옷을 챙겼고, 잡다한 업무들을 처리하고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모습들은 정말 그녀를 동경하는 이의 모습이었기에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그의 선물들과 얕은 수작을 넘겼지만.
“나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고,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자네를 사랑하게 될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나는 자네를 좋아하지만 단순히 좋아하는 것과 사랑은 다른 문제잖나. 어쩌면, 얼마 후에 자네는 그냥 부관으로서 좋았던 거지 애인으로서는 영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지도 모르겠어.”
에드워드는 어떤 결론이 나와도 괜찮았지만, 아무 말 없이 제이의 말을 들었다. 제이의 시선이 다시 내려와 에드워드에게로 향했다.
“그래도 괜찮나?”
그녀는 로맨스를 소설로만 배웠지만, 고백을 하며 상대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아도 괜찮을 사람은 세상 천지에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감정은 처음부터 세상 천지에 더는 없을 감정이었다.
“대위님.”
“음.”
“제가 대위님을 처음 뵈었을 때 말입니다.”
에드워드는 심호흡을 한번 했다. 사랑 고백보다도 신앙 고백이 더 떨리는 기분이었다.
“저는, 대위님이 신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 고백도 처음이긴 했지만 이것도 처음이긴 했다. 신이라니. 그녀와 가장 거리가 먼 단어에 제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니, 세간에서 말하는 그 신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고 엄숙한 얼굴을 한 중년 남성의 모습을 한 신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신성 모독이 될 만한 발언이었지만 정원에는 지금 제이와 에드워드 둘뿐이었고, 제이는 종교가 없었다. 그녀는 가만히 에드워드의 기도를 들었다. 에드워드는 스웬에게 단 한 번 설명했던 기도를, 이번에는 그의 신에게 직접 바쳤다.
“─제가 대위님께 반했어도 그 감정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신앙과 연정은 양립 불가능한 감정이 아닙니다. 단순히 대위님께 반한 거라면 애정을 조르고 싶을지 모르지만, 신께 감히 자신을 가장 예뻐해 달라 말할 수 있는 신도는 없습니다. 대위님은 제 첫사랑이시자 신이십니다. 무엇을 하시든 그것이 곧 법이고 진리입니다. 사랑하지 않으셔도 괜찮고, 제 감정을 불쾌히 여기셔도 상관없습니다. 부디 대위님의 마음이 가시는 대로 행하십시오. 그것이 곧 제 기쁨이 될 테니까요.”
웃기게도, 연애 여부를 결정하는데 사랑 고백보다도 지금의 기도가 제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제이는 종교를 믿지 않고 신의 존재에도 관심이 없지만, 그래도 그녀는 영혼의 존재 유무를 고민한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그녀가 꼭 신 같다는 말은, 장황한 사랑 고백보다도 훨씬 달콤하게 들리는 구석이 있었다.
제이는 에드워드의 손을 악수하듯 잡았다.
“잘 부탁하네.”
에드워드는, 소리 내어 웃고는 제이의 손을 끌어당겨 손끝에 입 맞췄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