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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아내는 아프고 남편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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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아내는 아프고 남편은 두렵다

이선일 | 산지 | 2020년 06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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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434g | 145*210*17mm
ISBN13 9791196436582
ISBN10 1196436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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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형외과 의사이다. 그동안 반평생을 수술하며 수술실에서 살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은 달랐다. 수술은 나와 별개인 듯 여겨졌고 수술실이 아주 낯설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한 아내의 남편일 뿐이었다. 아내가 수술받는 동안 대기실에서 전광판을 보며 기다렸다. 이런 것을 가리켜 ‘목이 빠지듯’ 기다린다고 하는 것임을 처절하게 느꼈다.
--- p.20

아무튼 일단 암에 걸리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한 가지 이상의 비법을 풀어놓는다. 물론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류의 치료를 취합하여 모두 다 하려면 거의 100살이 넘어야 마칠 수 있다. 결국 온갖 종류의 치료에 몰두하다 보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가장 효과적이며 가장 쉬운 안전한 방법은 병원이다. 먼저는 깐깐하게 주치의를 선정하라. 그다음에는 그를 믿고 그와 상담하며 꾸준히 나아가라.
--- p.37

부부가 일부러라도 손을 잡고 산책을 하며 힘들더라도 집 주변이나 가까운 곳으로 나가 거니는 습관을 지니도록 하라. 힘들면 체력을 올려야겠다는 적극적인 생각으로 전반적인 삶의 활력을 상승시키라. 아무튼 좋든 나쁘든 간에 습관이 고착화되면 곧이어 그렇게 성품도 변하게 된다. 그렇기에 일부러라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산책을 나가고 부지런히 조금씩이라도 움직이는 습관을 가져 부부 모두에게 좋은 성품이 주어지길 바란다.
--- p.106

균형 잡힌 식단을 정하여 체력을 보강하라. 긴긴 암과 끝까지 싸워 이기려면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해야 한다. 가뜩이나 입맛이 없어 식사를 잘 못하는 데다가 영양마저 불균형이 오면 암 투병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항암 치료를 끝까지 완주하려면 적당한 영양 상태와 더불어 체력을 올려야 한다. 아무리 항암제가 효과가 있어도 본인이 못 버티면 약을 쓸 수가 없다.
--- p.107

수술 전에도 수술하는 동안에도 수술 후에도 매번 아내와 함께했다. 입원실에서도 함께했다. 퇴원 후에도 아내와 함께했다. 그리고 1차, 2차, 3차, 4차 항암 치료에까지. 물론 ‘함께하라’는 것은 시간적 공간적 연속성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아무튼 아내 편에서는 어떻게 평가할지 몰라도 적어도 내 편에서는 신경을 제법 썼다.
--- p.148

5-6차 항암 치료 기간을 통하여는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는 때이므로 적극적으로 운동을 해야 한다. 동시에 유방암에 관한 지식은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하지만 이 시기는 운동을 통해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고 더 보강하여 앞으로의 치료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이다.
--- p.162

사실 지난날에는 길가의 새싹들이 돋아나는 것에 아예 관심이 없었다. 겨울에 돋아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또한 산에 널려 있는 푸른 풀에는 아예 관심도 없었다. 어느새 우리 부부는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 여보, 파란 색의 생명이, 새싹들이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며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생명의 소중함, 생명력의 끈질김, 그 강한 생명력에 대해 우리는 감탄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 p.179

암 투병하는 아내가 혼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기선 싸움에서 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싸움에서 꺾이면 끝까지 완주할 수가 없다. 자주 손을 놓다보면 병의 재발에 대한 걱정까지 밀려와 마지막을 상상하게 된다. 이것은 최악이다. 이렇게 되지 않도록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 p.214

3주 차를 맞이하려는 어느 날이었다. 병원으로 119 구급대가 도착했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아내가 있었다. 사연인즉 그날도 산으로 갔단다. 한참을 걷다 내리막길에서 발에 감각이 없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발목이 삐끗했다고 한다. 문제는 갑자기 발이 붓더니 일어서지를 못하겠더란다. 지나가던 부부가 아내를 돌봐주며 119에 신고를 해준 것이다.
--- p.238

가만히 보니 환경의 변화가 주어질 때에 꼭 사건이 일어나곤 했다. 5차 항암 치료 전에 항암 약제가 바뀌는 시점에 고열이 났고, 항암 치료를 끝내고 방사선 치료가 들어가는 시점에 골절이 일어났던 것이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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