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소설적 전개와 시각적 증거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때론 그림이 소설을 이끌기도 하고 소설이 그림을 밀기도 하고 또 다투기도 하면서 책을 손에서 떼어놓지 못하게 했다. 두 소설가가 만나 의기투합하고 미술을 농단하는 모습이 이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소설은 소설이고 그림은 그림이다. 윤후명의 그림을 그의 소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듯이, 이평재의 소설을 윤후명의 그림의 소설적 번안으로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임옥상 (화가, 임옥상미술연구소 소장)
엉겅퀴는 아르브뤼(Art Brut) 같은 꽃이다. 늘 다른 나라에서 온 것 같은 외로워 보이는 꽃, 턱밑까지 가시를 입고 있는 이 꽃은, 아르브뤼,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형체를 가진 미술 작품 같다. 회색빛 메마른 땅에 뿌리내리는 이 엉겅퀴꽃이 소설이 될 수 있을까? 엉겅퀴꽃 같은 여인의 사랑은 어떤 빛깔일까? 작가 윤후명의 엉겅퀴꽃들, 새의 말을 듣는 그림들을 따라 펼쳐지는 환영 같은 사랑의 이야기, 나는 이 인공 조각 작품에서 날것의 삶의 숨결을 느낀다. 이평재 작가 소설이 늘 그렇듯이, 환영이, 환각이 진짜라는 것을 그녀의 소설은 알려준다.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