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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577g | 153*224*30mm
ISBN13 9788990287694
ISBN10 899028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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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쉬코는 멈칫했다. 도대체 이 화가는 무엇을 생각한 것일까? 쉬코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러나 동시에 그 수수께끼 같은 소쟂들은 그에게 점점 커다란 만족감을 주고 있었다. 어떤 생각 하나가 그를 관통했다. 맞아, 그럴 거야. 경계의 상징인 스핑크스가 국왕의 머리를 들고 있고, 앞에서는 그의 연인이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그리고 처녀성과 다산성의 상징물들에 둘러싸여, 국왕의 신호 하나를 기다리고 있다. 국왕이시여, 이제 그대는 경계의 무서운 발톱을 뿌리치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시오. 그녀의 불완전한 장식물을 완성시키고 그녀를 당신과 그리고 제국과 맺어 주시오. 그것이 바로 숨겨진 깊은 의미인 것이다.
--- p.92~93
"바로 그런 모순에 그 원고의 작가가 빠져 있는 거예요. 그는 자료들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죠. 그러면서 그 기만당한 주문과 그림의 숨은 의미 같은 주변 이야기들을 독창적으로 생각해낸 거죠……."
"……하지만 완성되지 않았죠."
나는 이의를 제기했다.
"예, 그 이야기 구성이 맞지 않죠."
"아니죠, 무엇인가가 빠져 있어요."
나는 약간 흥분한 상태로 소리쳤다.
코친스키는 멈칫했다.
"그게 뭔데요?"
"루브르의 그림 말이에요!"
그는 대꾸하려다가 말을 멈추고 나를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나 자신도 나의 추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건지 잘 몰랐다. 당연했다. 그럴 것이다. 그 이야기는 화가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원고는 물론 거기에 대해 침묵하고 있지만 어딘가에 그 마지막, 루브르의 그림에 이르는 단서가 있을 것이다.
--- p.182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문학가 안드레아 미켈리스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작자 미상의 진기한 그림에 늘 관심을 갖던 중, 우연히 이 그림과 관련된 19세기의 희귀 문서를 입수한다. 그는 이 문서에서 400여 년 전에 죽은 가련한 여인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답을 풀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 연구를 거듭해 그 죽음을 추적해 나간다.

***

때는 1599년 4월 10일 오전 5시. 앙리 4세의 연인이며 현재 임신 6개월째인 스물여섯의 꽃다운 미녀 가브리엘 데스트레가 지난 며칠간의 처참한 발작 끝에 마침내 파리에서 운명을 달리했다.
한편, 같은 날 밤, 파리의 어느 집 창고에서 불길이 치솟는다. 간신히 불은 껐지만, 사람들은 불에 완전히 타버린 창고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 한 구를 발견한다…….

16세기 프랑스는 수차례에 걸친 신?구교 간의 위그노 전쟁으로 온 국토가 피바다가 되었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왕위에 오른 프로테스탄트 앙리 4세는 스스로 다섯 번이나 종교를 바꾸면서까지 황폐화된 국토에 평화를 정착시킨 왕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여자를 너무 밝힌다는 결점이 있었는데, 이때 그의 온 정열을 사로잡은 여인이 바로 가브리엘 데스트레였다. 가브리엘은 앙리 4세의 아이로 ‘추정되는’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왕과 왕비 마르그리트(카트린 메디시스의 딸. 그 유명한 ‘마고 여왕’)의 이혼을 교황이 승낙하지 않고 있어 결혼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앙리 4세의 이혼과 가브리엘과의 재혼 문제는 전 유럽을 뒤흔든 태풍의 핵이었다. 국내에서 신구교 간의 대립이 치열한 것은 물론, 막강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의 펠리페 2세가 프랑스의 신교화를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프랑스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었으며, 로마 교황은 교황대로 프랑스의 신교화를 막으려 하면서도 펠리페 2세에게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의 힘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또한 토스카나 공국의 페르디난도 대공은 자신의 질녀 마리 드 메디시스(결국 후에 앙리 4세의 두 번째 부인이 된다)를 앙리 4세의 왕비로 밀고 있었다.
이런 복잡한 국제 정치 상황에서 프랑스 왕비의 자리는 각국의 이익이 걸린 첨예한 문제였기에, 평범한 프로테스탄트 귀족 가문의 여식인 가브리엘을 정치적 방해물로 생각하는 일파들이 수없이 많았다.

프로테스탄트 부모를 전쟁의 와중에 일찍 여의고 외롭게 자라온 비냑은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었다. 궁정화가가 되려는 청운의 꿈을 안고 파리로 상경한 비냑은, 당시 어떤 화가가 그린 그림을 모사하여 얼굴만 가브리엘로 바꿔서 궁정에 전달한다. 가브리엘의 인정만 받으면 당장 궁정화가가 되리라 기대했던 것. 그의 기대에 답이 왔다. 어떤 귀부인으로부터 또 하나의 그림을 주문받은 것이다. 하지만 주문받은 그림은 좀 묘했다. 가브리엘과 다른 여인이 나체로 욕조 속에 앉아서 여인끼리 가상의 결혼식을 하는 듯한 그림이었다. 하지만 가브리엘이 자신을 인정하여 주문한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화가는 당장 그림을 그려 전달한다.
하지만 곧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 자기가 궁중에 납품한 그림이 전단지에 조악하게 인쇄되고 그 위에 가브리엘을 비방하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시구가 쓰여져 온 시내에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에 조종당했다는 것을 안 비냑은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파리를 떠난다.

한편, 그날 궁중에서도 역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왕과 가브리엘을 위한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는데, 가브리엘을 칭송하는 그림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와중에, 비냑이 그린 그 수치스러운 그림이 갑자기 온 귀족, 문무대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된 것. 가브리엘은 비명을 지르고 연회는 갑자기 살벌한 분위기가 된다. 그때 국왕 앙리 4세가 벌떡 일어나서 다음 부활절 이후에 가브리엘과 결혼하겠다고 선포함으로써 그녀와 좌중을 진정시킨다….

하지만 부활절 주간 첫날, 왕은 남의 이목을 위하여 부활절 기간을 떨어져서 보내야 한다며 가브리엘을 파리로 떠나보낸다. 가브리엘은 절망한다. 무슨 예감이 있었던 것일까. 왕과 헤어져 파리로 향하며 그녀는 불안함과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파리에 도착한 다음날 그녀는 두통을 호소하더니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형상으로 서서히 죽어가서 토요일 이른 아침, 싸늘한 시체로 남은 것이다.

***

안드레아 미켈리스가 손에 넣은 19세기 희귀 문서는 대충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서에는 그 어떤 결론도 없었다. 도대체 가브리엘은 누가 죽인 것일까? 문서에는 독살부터 자연사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 비냑이란 화가가 그렸다는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그림에 대해서는 왜 언급이 없는 걸까? 비냑은 이 그림을 언제, 왜, 무슨 목적으로 그렸나?
미켈리스의 의문은 깊어만 간다. 그는 가브리엘의 죽음의 확실한 원인과 <가브리엘 데스트레와 그 자매>라는 그림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험난한 탐험에 발을 들여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과도 같은 우연의 힘으로 그녀의 죽음을 밝혀줄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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