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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한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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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거리 한약방

서야 | 가하 | 2011년 09월 19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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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9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694g | 148*200*35mm
ISBN13 9788966470334
ISBN10 8966470335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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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은 때 아닌 한기에 어깨를 움츠리며 옥상 계단으로 올라섰다. 내내 찾았던 작은 몸뚱이를 찾았지만 녀석이 쉽게 보이지 않았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못된 어른 길고양이 녀석이 해코지나 하지 않았는지, 초여름이라 해도 어린 녀석에겐 제법 쌀쌀했을 밤기운에 앓고나 있는 건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이준은 옥상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야옹.
넓고 평평한 옥상 어느 곳에도 보이지 않는 녀석 때문에 심장이 반이나 졸았을 때쯤, 물탱크 언저리에서 가늘고 힘없는 울음소리가 울리었다. 결국, 그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이곳을 떠나버렸나? 포기하던 차라 이준은 반갑게 울음소리를 향해 바삐 달려갔다.
왜 하필 이곳일까?
가득 채워진 물탱크 한곳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겼는지 하필 새끼고양이가 숨은 자리엔 쉼 없이 작은 물방울이 톡톡, 떨어지고 있었다. 그가 마련해준 따스한 보금자리를 등진 채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녀석의 곁에는 용희 말처럼 손조차 대지 않은 깡통이 볼품없이 던져져 있었다. 용희의 성격에 살갑게 떠 먹였을 것 같지는 않고. 그가 오기까지 녀석은 꼬박 하루는 굶었을 것이다.

“이 녀석, 고집하고는…….”

이준은 안도의 웃음을 짓고는 가져온 통조림을 꺼내었다. 더운 한낮의 날씨에 목이 마를 녀석을 위해 생수까지 준비해 따로 그릇에 부어놓기까지 하였다.

“먹어. 배고프잖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지만 새끼고양이는 도통 그 축축하고 눅눅한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미안해. 그러니까 먹어. 다시는 안 떠날 테니까.”

평소 사과해본 적이 없는지라 조금 어색한 태도로 달래는데도 웅크러진 몸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가만히 녀석을 바라보며 이준은 조금 더 기다렸다. 고양이의 다친 마음이 풀어지길 기다리며 이준은 옥상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이제 곧 진료가 시작될 시간이라 넓은 주차장엔 벌써부터 차들이 줄을 지어 들어서고 있었다. 오늘도 꽤나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다.
들어서는 환자들을 보니 생각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이 일렁거렸다. 이곳에 이토록 정이 들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는데. 막상, 후임이 구해지자 비로소 이별이 실감났다. 떠나는 건 자신인데도 정작은 버림받은 것 같은 느낌. 아쉬운 마음속엔 그러한 섭섭함도 같이 담겨 있었다. 하긴, 그것조차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준은 엷게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 쪽으로 몸을 돌려세웠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나 보다. 잠깐 병원 풍경을 바라보는 사이, 고양이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그가 내민 깡통을 향해 작은 앞발을 살포시 내밀어 제 앞으로 슬슬 당기고 있었다.

“다쳐. 그렇게 당기다간…….”

혹시 날카로운 알루미늄 케이스에 발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 이준이 깡통에 손을 막 대었을 때였다.
앗!
손등을 할퀴고 지나간 날카로운 통증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그의 의도를 오해한 고양이가 발톱을 세워 그의 손등을 할퀴어버린 것이다. 아직은 어린 녀석이라 손등에 남은 생채기는 얇고 가늘었지만 이준은 뜻밖의 거부에 몹시 당황하고 말았다.
멈칫 선 채 그를 올려다보던 고양이가 또다시 야옹! 하고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정작 상처를 입힌 건 녀석인 주제에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혹여 그에게 버림받지 않을까, 두려움이 잔뜩 서려 있었다. 하루의 부재에 녀석은 그가 자신을 버린 것이라 오해했던 모양이다. 자신을 버린 그에 대한 원망. 손등에 남겨진 생채기에는 그런 아픔이 담겨 있었다.
야옹!
이젠 아예 먹이에서 떨어져 녀석이 소리 높여 울음소리를 내었다.

‘안 기다릴 테니까, 꼭 와요. 네?’

왜였을까? 순간, 명의 차에 올라 떠나던 늘뫼의 환한 웃음이 겁에 질린 고양이의 눈동자와 겹쳐 보인 것은.
심장이 멍해졌다. 혼자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헤실거려놓고선 정작은 그의 손길이 필요했던 자그마한 늘뫼.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 꼭 기억해달라던 작은 아이. 잊고 있던 검은 눈동자가 해일처럼 몰아치며 순식간에 그의 정신세계를 뒤엎었다. 오랫동안 이유를 알 수 없이 그를 짓눌러왔던 무거운 바윗덩어리가 실상은 혜빈당이 아닌 늘뫼였나 보다.
야옹.
혼돈스런 그의 귓가에 고양이 울음소리는 끝없이 울리었다. 마치 늘뫼의 부름처럼.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 꼭 와요.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데 뭘. 내가 이렇게 올 거니까.’

고양이 울음소리는 끝없이 늘뫼의 목소리로 변모해 그의 심장을 후벼 팠다.

‘나, 안 보고 싶어 할 거니까 우리 집에 꼭 와요. 네?’

야옹!
이준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 이젠 정말 한계에 다다른 걸까?

‘내가 기억해줄게요!’

환한 늘뫼의 기다림이 갈증처럼 차올랐다.
야옹.
점차 스러지는 울음이 그의 사념을 일깨웠다.
이준은 고양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두려움을 떨치지 못한 고양이는 그가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준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버리지 않아, 절대로!
잔뜩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 몸이 조금씩 길게 뻗기 시작했다. 그의 진심을 살피는 고양이의 시선이 서서히 따스하게 바뀌어갔다. 어느새 진료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이준은 조급해하지도, 재촉하지도 않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작은 발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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