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논산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어요. 후백제의 왕 견훤의 묘가 있는 마을이라 동무들이랑 왕의 묘에서 빨리 구르기, 왕릉 꼭대기까지 오르기 시합을 하면서 놀았답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공부했지만, 연극이 하고 싶어 극단 아리랑에 들어가 배우, 작가, 연출을 공부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판소리를 들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 성악이 있다는 걸 알고는 번개를 맞은 듯이 충격을 받고 그날부터 판소리에 푹 빠져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스승님께 춘향가를 처음 배울 때는 춘향이 이도령과 이별하는 대목이 하도 아름다워, 연습하면서 많이 울었답니다.
2001년 전주에서 열린 ‘또랑 광대 콘테스트’에 창작 판소리 〈슈퍼댁 씨름 대회 출전기〉로 출전하여 우수상을 받았어요. 그날부터 별명이 ‘슈퍼댁’이 되었답니다. 〈춘향가〉, 〈흥부가〉 같은 전통 판소리를 쉽게 바꾸어 사람들과 나누려고 고전 문학을 공부하고, 창작 판소리를 새로 만들고 공연하면서 누구나 부를 수 있게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10년 넘게 불러온 창작 판소리 〈슈퍼댁 씨름 대회 출전기〉가 멋진 그림책이 되어 나온다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입니다. 그림책과 창작 판소리가 만났으니 한판 재미나게 놀아보세, 얼쑤!

어렸을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잠시 살았던 적이 있어요. 할아버지는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씨름 경기를 좋아해서 자주 보셨는데, 그럴 땐 저도 할아버지 옆에서 살짝 지루함을 참고 같이 보곤 했지요. 세월이 흐르면서 씨름 경기 중계방송도 텔레비전에서 점점 사라지고, 제 기억 속에서도 ‘그땐 그런 걸 봤지.’ 하는 느낌만 남아 있었답니다. 그 뒤 오랜만에 씨름 경기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이 책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고, 취재 차 가게 된 ‘전국 여자 천하 장사 씨름 대회’ 경기장. 어릴 때 보았던 것과는 많은 것들이 달랐어요. 선수들은 모두 여자에 그 선수들이 내 눈앞에서 땀 흘리며 경기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 보던 텔레비전 중계 회면 안의 현장에 제가 함께하게 된 것이지요. 그 지루했던 또는 이해 못 했던 씨름판의 분위기가 경기장 안의 흥분, 박수, 탄식 들과 더해져서 생생하게 전해져 왔어요. 경기가 끝난 뒤 몇 시간이나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온 뒤에도, 알맹이가 꽉 찬 공연을 보고 왔을 때처럼 머릿속이 오랜만에 시끌시끌했어요. 이 느낌을 잊지 않고 손을 움직여 그림에 담아내려고 나를 쥐어짜는 길고 힘든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씨름과 슈퍼댁 아줌마와 함께 보낸 그 시간들이 즐거웠습니다.
그 즐거움이, 책을 보는 이들에게도 잘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고, 《저승사자에게 잡혀간 호랑이》, 《돌로 지은 절 석굴암》, 《우리는 집지킴이야!》, 《삼백이의 칠일장》(1, 2) 들을 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