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실질 노동시간이 서구의 2배에 육박하는 초장시간 노동이다. 최근 통계를 살펴보면 평균 노동시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시간 노동자들이 줄어들고 있다기보다는 시간제 일자리로 대표되는 단시간 노동의 증가 때문이다. 즉 고용과 임금의 양극화와 더불어 노동시간의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정부에서 장시간 노동 문제의 해결책으로 시간제 일자리 등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1장 ‘자본주의와 노동시간’」중에서
자본과 정부는 저임금 초장시간 노동에 기초한 억압적 노동체제와 고성과를 위한 즉 착취를 고도화한 유연노동체제, 그리고 이른바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을 통하여 가동시간 연장, 인사와 조직 및 근무체계의 개편, 다기능화와 배치전환, 자동화 도입, 성과급제 강화, 고용 불안정화 등 온갖 일상적 구조조정을 노동자의 별다른 저항 없이 실행할 수 있고,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가로 자본이 내주어야 할 것은 교대제 개선을 통한 약간의 노동시간 단축이지만, 노동시간 단축은 초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력 재생산의 한계는 물론이고 착취를 보다 다면화하고 고도화하여 고성과를 내기 위해 자본 역시 일정 수준에서 필요로 하던 바이다. 게다가 탄력적 근로시간 운영과 성과급 체계, 그리고 비정규직을 활용하면 언제든지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 아니던가. 또한 이 정도의 대가를 치르고 인건비 증가 없는 가동률 상승,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신인사제도, 능력 및 성과급제, 다기능교육, 평가제도, 자동화 도입 등 온갖 구조조정을 노동자들의 저항 없이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해주니, 자본에게는 잃을 것이 하나도 없는 거래다.
---「2장 ‘교대제의 본질: 무한이윤을 위한 프로젝트’」중에서
현대인들은 여러 종류의 수면장애 증상을 호소한다. 충분한 시간 동안 푹 자기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다양한 문제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수면장애는 전 국민의 10~20% 이상이 증상을 보고할 정도로 흔한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교대근무자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가 수면장애를 겪는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교대시간에 맞춰 잠을 자야 하지만, 생체리듬은 마음대로 바뀌지 않기 때문에 쉽게 잠들기 어렵거나 잠들더라도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자주 깨 충분히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활동하는 낮시간에 자야 하기 때문에 수면이 방해받기도 한다. 2011년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수면장애 증상 조사를 보면,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에도 39.6%가 수면의 질이 나빴고, 44.7%가 반드시 깨어 있어야 할 때도 졸린 ‘주간졸림증’이 의심되었으며, 14.8%가 중등도 이상의 불면증이 의심되었다.
---「4장 ‘교대제와 황폐해진 노동자의 몸’ 」중에서
교대근무 체계하에서 노동자들은 생각과 꿈을 키워 나가기 위한 자양분이 될 다채로운 일상적 경험들을 할 수 없게 된다.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눌 시간도, 가족 내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고 극복해 나갈 여유도 가질 수 없다. 지역사회와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공공의 문제들에 대해 숙고하고 목소리를 낼 시간도 없다. 미래의 자신과 가족과 사회의 모습에 대해 상상하고 설계하고 실험할 여유도 없다. 오로지 허락된 것은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뒤죽박죽 돌아가는 일터에서의 시간일 뿐이다. 그러한 노동자들에게 남겨지는 것은 일터의 교대근무 체계에 근근이 맞춰 이어 가는 시간 ? 빈곤한, 지친 일상일 뿐이다.
---「5장 ‘교대제와 노동자의 삶’ 」중에서
국제노동기구에서는 야간노동시간을 줄이는 것, 하루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 외에 교대제가 노동자의 몸과 삶에 미치는 해악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은 없다고 말한다. 더불어 연속 밤근무를 최대한 줄이고, 야간근무 사이에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며, 노동자가 원할 때 근무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권고하고 있다. 유사하게 노동자의 몸과 삶에 해악을 미치는 교대제를 완전히 없앨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불가피한 교대제에 대해 그나마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각국에서 다양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야간노동이 노동자 건강의 유해요인이 될 수 있음을 공식화하고, 2014년부터 야간노동자를 대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EU에서는 야간작업을 하는 경우 연장근무를 금지하고, 근무 중 휴식시간을 반드시 보장하게 하거나, 교대근무자에게 1년에 4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상시적으로 야간작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한다든가, 야간노동 배치 전후에 무료 건강검진을 하는 등 이보다 진일보한 규정들로 교대제 노동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도 하다.
---「7장 ‘교대제, 대응과 과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