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집에 간단 말인가. 아버지에게는 뭐라고 해야 좋단 말인가. 그리고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는 완전히 비참한 기분에 젖었다. 이제는 영원히 휴식하고, 잠자고, 자책감에 빠져야 할 듯이. 갑자기 앞서 가졌던 즐거움의 찌꺼기가 덮쳐 왔다. 그것은 때늦게 밀려 온 파도와 같은 것이었다.
---p.370, ---14-19
어떤 소년의 마음에도 무언가 거친 것과 난잡한 것과 야만스러움이 있게 마련이어서 그것들이 우선 분쇄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위험스러운 불길이 우선 꺼져버려야 한다. 자연이 만든 그대로의 인간은 무언가 측량할 수 없는 것, 투시할 수 없는 것이며 위험스러운 존재이다. 그것은 미지의 산에서 흘러내리는 거친 물결이며 길도 질서도 없는 원시림이어서 우선 개척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이처럼 학교라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파괴하고 굴복시키며 힘으로 제어해야만 된다.
--- p.240
대체로 그 당시는 모든 것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었다. 훨씬 아름답고 훨씬 유쾌하고 훨씬 신선했었다. .. 중 략 .. 석양이면 나숄트의 집 모퉁이에서 리제의 모험적인 이야기를 함께 들었으며 얼마 동안 가리발디라고 불리던 이웃 노인 그로쓰 요한을 강도 살인범으로 알고는 그의 꿈을 꾸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일 년 중 매달 무엇인가 즐거움이 넘쳐흘렀다. 풀베기라든지, 최초의 낚시질이라든지, 개울 가재잡이라든지, 호프 거둬들이기, 살구 따기, 감자의 줄기와 잎을 태우는 모닥불 피우기, 보리 타작이 있었고 그 밖에도 사이사이로 즐거운 일요일이나 제일(祭日)이 즐겁게 기다려졌었다. .. 중 략 .. 아! 그 모두가 이제는 어디로 가고 없는 것일까?
--- p.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