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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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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 6

: 아발론의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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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78g | 140*205*22mm
ISBN13 9788950989316
ISBN10 895098931X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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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은 이틀 동안 의식을 잃고 그곳에 누워 있었다. 이따금 잠깐잠깐 깨어나곤 했다. 고개를 들고 주변을 맴도는 짙은 바질 향을 맡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번은, 정신을 차린 아주 짧은 순간, 몸을 조금 꿈틀거렸다. 사나운 바람이 바질 잎 사이로 휘몰아쳤다. 아주 짧은 순간, 도마뱀은 공기를 머금은 귀에 익은 목소리가 오래전 기억에서 나오는 말을 하는 걸 들은 것 같았다.
‘네 목숨은 구할 만한 가치가 있어.’
구할 가치가 있는 목숨! 우스꽝스럽다! 도마뱀은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숨고, 쫓기고, 또는 누군가의 음식을 훔치며 보냈다. 자신이 본 아발론의 수많은 생명체들과 달리, 도마뱀에게는 마법의 힘이 없었다. 조금도 없었다. 밤에 희미하게 빛을 내는 불꽃벌레조차 도마뱀보다 마법의 힘이 셌다.
--- p.52

돌연, 마치 갑작스러운 돌풍이 날개에 불어오기라도 한 것처럼 바질은 깜짝 놀랐다. 바질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이다. 구름 밖으로, 한 가족이 나타났다. 다 자란 어미 새와 일곱 또는 여덟 마리 새끼들이었다. 다 함께 하늘에서 솟구쳐, 들쭉날쭉한 날개로 허공을 우아하고 힘차게 갈랐다. 너무나 강렬해서 그 광경 자체에 바질의 심장은 두려움과 경이로움으로 마구 뛰었다.
용. 저건 용이구나.
바질은 그 강력한 짐승들이 산 정상을 향해 날아 내려가, 초대 손님 틈에 끼어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러고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 멀린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곳에 모인 생명체들을 다시 한번 훑었다. 모든 영토에서 온 온갖 종류의 생명체들.
그 순간, 바질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자그마한 날개로 방향을 틀어, 아래로 휙 내려앉아 거기에 끼어들었다. 어떠한 위험이 닥치든, 바질은 결혼식을 지켜볼 테다.
--- p.110

고통보다 더 깊이, 두려움보다 더 강하게, 이 사랑이 바질에게 흘러넘쳤다.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또 다른 감정이 다가왔다.
나는 살아가면서 할 일이 많아! 훨씬 많아!
이 새로운 느낌이 첫 번째 느낌을 깊게 가라앉혔다. 그 느낌에 방향과 힘이 실렸다.
나는 살고 싶어. 내 스스로를 위해…… 그리고 내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목을 꽉 죄던 힘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고통이 좀 줄어들었다. 바질은 떨리는 숨을 가느다랗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더 깊게, 또 더 깊게 숨을 쉬었다.
바질은 몸을 굴려 두 다리로 낑낑대며 일어섰다. 눈앞에서 두꺼운 구름이 옅어지자, 바질은 눈을 깜박거렸다. 그리고 자신이 다그다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수사슴은 코로 바질을 살짝 건드렸다.
“작은 친구여, 너는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을 보는구나.”
--- pp.181~182

아일라가 바질을 데려가기 위해 숲으로 다시 왔을 때, 바질은 꿀을 먹고 되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 또한 이상하게도 몸이 따뜻해져서 힘을 되찾은 것 같았다. 그것은 또 다른 종류의 불이 가슴 속에 켜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즉, 변화의 불꽃.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그 말이 바질의 마음속에 울려 퍼졌다.
바질은 자신이 진짜 어떤 생명체인지 궁금했다. 자주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 안의 변화의 마법을 알아차렸는데, 그 초점은 달라졌다. 이번에는, 자신이 언젠가 무엇이 될지 궁금했다.
‘무엇이 되든, 그것은 독특하겠지. 이번 여행처럼. 그리고 나처럼.’
바질은 확실히 느꼈다.
바질은 혀로 꿀의 맛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독특한 것.’
--- p.265

“사실, 이렇게 작은 생명체가 그처럼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신비로워. 하지만…… 내 결혼식에서 이 말 들었던 거 기억나니? 아주 자그마한 모래알 하나가 저울을 기울게 할 수 있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의지의 무게가…….”
“온 세상을 들어 올릴 수 있다.”
바질이 말을 끝마쳤다. 그러고는 멀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하게 기억나요. 그리고 그건 사실일 거예요. 당신도 알겠지만, 저는 제가 이렇게 느낄 수 있으리라고는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어쩌면…… 저는 이게 딱 맞는 크기일지도 몰라요, 결국. 저한테는 말이에요.”
바질이 크리릭스에게 날개를 흔들어 보이며, 덧붙였다.
“만약 제가 더 컸다면, 입 속으로 뛰어들 수 없었을 거예요.”
“크리릭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도 없었겠지.”
아일라가 덧붙였다. 아일라의 산들바람이 바질의 얼굴에 부딪쳤다.
“그리고 나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거야.”
멀린이 큰 소리로 말했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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