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기 위해 하늘의 길을 밟는다. 모래자갈 한 알이 넓은 사막을 수놓듯, 나무 한 그루 모이고 모여 큰 숲을 이루듯 너는 건조한 땅 커다란 덩치로 이 시대의 상징을 숨기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너는 육하원칙으로 확인하는 오늘의 세계를 무시한 난해한 몇 권의 상형문자로 엮은 시집이다. 고래, 컴퍼스, 우주비행사, 삼각형, 원숭이, 개, 콘도르, 거미, 왜가리, 앵무새, 도마뱀, 나무, 손, 그러고도 더 보태야 할 다양한 지상의 그림으로 밤이면 먼 우주에서 송신하는 수천 년 전의 건조함을 수신하며 존재했다
너를 바라보는 몇몇 무늬의 깊이 가운데 팬아메리칸 고속도로는 이 시대의 새로운 무늬로 너의 흔적 일부를 훼손하여 네 몸에 피를 흘리게 하였다. 전망대 앞으로 보이는 나무 그림 한 그루 끊긴 상처를 경비행기 그림자가 슬며시 문지르는 것을 보면서 과거나 지금이나 사람의 무례한 몸짓에 얼굴이 붉어지며 입술에 침이 말랐다
--- 「나스카 라인(Nazca Lines)」중에서
환상의 세계죠
그곳 도착하기 전날
우중충한 비바람 속에 점심을 먹으며 우유니 소금사막을 상상했다
아름다운 동화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예감이
이마를 때리는 빗방울에 붙어 있었다
무지개처럼 떠 있는 환상 몇 개 빗방울 저쪽
종이비행기로 날렸다
오래전 오일장이 열리는 장날
시장에 가신 어머니는 맛있는 것을 많이 사 올 것 같았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단 것이 많이 들어 있을 것 같았다
국민소득 3천 불 정도라는 볼리비아
내 어린 시절 모습이 삘기처럼 자꾸 뽑혔다
늙은 엄니가 요양병원에서 무한 리필 텔레비전으로
먼먼 나라 볼리비아 풍경을 보았을지도 모르는
그곳 소금호텔에 짐을 풀고
찰랑찰랑 물이 넘칠 것 같은 소금사막에서
고무줄놀이, 구슬치기, 그림자놀이, 공중뛰기……
호수인지, 사막인지, 하늘인지, 천국인지
경계 모호한 수면에서 장화 신고 놀고 놀았다
중천에 있던 태양이
서으로 서으로 넘어가며
내 그림자로 소금물을 쓸고 있었다
짭조름한 하루였다
--- 「우유니 소금사막(Salar de Uyuni)」중에서
등짐으로 참깨 가득 짊어지고
걸어갈 곳으로 향하는 바람의 색깔은 솜사탕처럼
그대 사랑했던 풍경의 그림자 만드는 곳
하롱하롱 아득하여 익숙하지 않은 발길로
지평선에 서서 다시 수평선을 바라볼 때
조용히 곁에 머물던 오늘은
해 지는 노을로 손을 내미네
무게를 재지 않는 하늘은
사뿐 뛰어내리는 새털 같은 가벼움으로
차양 긴 모자를 쓴 길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랫목을 찾지 않는
어둠에 스미며 가슴을 드러내는 간판들이
지상의 길을 바라보며
낯선 여행지에서
다시 가야 할 곳이 그들의 몸무게라고
몸무게라고 소곤소곤 말을 거네
--- 「낯선 여행지의 몸무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