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보고된 우리나라 암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연간 22만 7천 명이 넘는 사람이 새로운 암 진단을 받는다. 그중 청소년· 청년(adolescents and young adult, AYA) 악성종양은 2만례 정도로 약 9%를 차지한다. 이런 발생률은 15세 미만에 비해 약 17배 정도 높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 수가 2.5배 많은데 남성은 38%, 여성은 60% 정도가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암이 남성에서 발생률이 더 높다.
비교해 보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AYA 암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전체 암 환자 수에 비해 적지만, AYA 연령군에서는 자살과 교통사고 다음으로 흔한 사망원인으로 공중보건 측면에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사정은 미국도 비슷하여 AYA 연령군에서 암은 사고 다음으로 흔한 사망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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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청년(adolescents and young adult, AYA)의 암은 진단의 분포가 소아나 장년/노년기와 다를뿐더러 같은 암이라도 생물학적 특성이 다를 수 있다. 소아 연령에는 신경모세포종, 윌름스종양, 망막모세포종, 수모세포종, 간모세포종 등 배아성종양(embryonal tumor)이 많은 반면, AYA에서는 배아성종양이 적고 육종의 빈도가 높다. 또한 호지킨림프종이나 비호지킨림프종, 생식세포종의 빈도가 증가한다. 급성림프모구백혈병도 소아에 흔한 ETV6-RUX1 유전자 전좌(translocation)의 빈도는 줄고, 필라델피아 염색체(Philadelphia chromosome) 등을 갖는 수가 많다. 젊은 여성의 유방암은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및 HER2 수용체가 모두 발현되지 않는 삼중음성(triple-negative) 유방암이 많다. AYA 연령에서 발생하는 암의 치료성적 향상이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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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종(glioma)은 AYA을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흔한 뇌종양으로 신경축(neuroaxis)을 따라 거의 모든 곳에 발생하며 소아 뇌종양의 약 60%를 차지한다. 교종은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에 따라 저등급(grade 1, 2)과 고등급(grade 3, 4)으로 나뉘는데, 소아의 경우 저등급교종과 고등급교종 사이의 경계가 명확하며 저등급교종이 고등급교종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저등급교종의 20년 전체 생존율이 90%에 이른다. 소아 저등급교종의 약 15%는 신경섬유종증 1형 또는 결절성경화증과 관련된다. 반면 성인에서는 2등급 이상 교종의 대부분이 고등급교종이나 교모세포종(glioblastoma, WHO 4등급)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임상적 차이는 소아와 성인 저등급교종 간의 분자유전학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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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병원의 연령 기준 방침과 소아청소년-성인 혈액종양분과 의료진의 관심도에 따라 AYA 암 환자의 치료가 결정된다. 예를 들면, 소아에서는 호발하지만 성인에서는 매우 희귀한 골육종이나 유잉육종으로 진단받은 20대 환자는 소아청소년과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환자들은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는 데 대한 불편함, 소아청소년과 병실에 입원해야 하는 점, 진료비 지원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편, 소아청소년암 생존자로 소아청소년과에서 장기 추적관찰 도중 이차암이 발생하여 성인 혈액종양내과로 전과된 환자들은 그간 다져온 환자·부모-의료진의 친밀한 관계를 성인 내과에서 형성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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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조직의 냉동보존(testicular tissue cryopreservation)이나 재이식술은 아직까지 임상연구나 실험적인 목적으로 시행되는 방법이다. 사춘기 이후 AYA 환자에서는 정자 냉동보관이나 추출에 실패했거나 이미 항암치료에 노출된 경우 시도할 수 있다. 사춘기 이전 환자라면 생식능력 보존을 위해 유일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점차 성공사례 및 시도가 늘고 있다. 수술적으로 고환조직을 얻어야 하며, 조직 보관 이후 생식력 회복 방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고환 자체를 다시 체내에 이식하거나 체외에서 미성숙 정자를 성숙시키는 방법 등을 실험하는 단계로, 치료 후 불임 가능성이 높지 않은 환자에게 조직 냉동보존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고환조직을 냉동보존할 때는 성숙된 정자가 고환에 존재하는지 혹은 발달단계의 미성숙 정자만 존재하는지에 따라 보존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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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YA 암 환자는 치료 중 급격한 체중감소도 큰 문제지만, 체질량지수가 30kg/m2를 초과하는 비만과 25~29 kg/m2에 해당하는 과체중이 더 흔한 문제이다. 1,451명의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장기생존자와 그들의 건강한 형제를 대상으로 시행된 대규모 소아암 생존자 연구(CCSS)에 따르면, 건강한 AYA에 비해 장기생존자에서 비만과 과체중이 더 흔하며, 그 위험인자는 치료 중 스테로이드 사용과 두개강내 방사선 조사로 확인되었다. 특히 스테로이드에 의한 식욕증가는 약물 중단 후 회복되지만 치료 중 고착된 식습관을 바꾸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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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편유사제, 즉 "모르핀 방울주입"을 시작한다는 것이 환자를 포기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환자를 최대한 편안하게 해준다고 해서 희망을 버리고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은 물론 때로는 의료진까지도 호흡억제 및 과도한 진정을 통해 사망을 촉진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진통제를 적절하게 투여하지 못한다. 아편유사제의 적절한 사용이 암이나 다른 원인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의 죽음을 앞당긴다는 경험적 자료는 거의 없다. 통증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기보다는 오히려 연장시킨다. 이러한 인식의 장벽을 극복하려면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 간의 열린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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