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된 새로운 생활은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에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내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내 삶을 온전히 통제하는 자유로움이다. 회사생활을 함께 하던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회사에 가지 않으면 기분이 어떻냐고. 어쩌면 ‘생각보다 별거 없고 좋은 줄 모르겠다’, 그런 대답을 예상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가감 없이 솔직하게 대답하곤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행복하다”고. 대한민국에서 36년을 살아오면서 ‘나의 삶은 행복한 편이다’라고 인정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 p.7
많은 사람이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격무에 시달리지만 삶의 질은 조금도 높이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해 한다. 한편, 세상의 다른 쪽에는 필요한 만큼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생존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인류도 존재한다. 이것은 운 때문도 아니고 능력의 문제도 아니다. 얼마나 영리하게 라이프스타일을 설계하고 실천하는지가 관건이다. 그 저변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철학적 과정이 존재한다. 파이어가 하루빨리 퇴사해서 놀고먹는 요령을 터득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삶에 있어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는 성찰의 계기를 이 책이 만들어줄 수 있길 바란다. --- p.10
그런데 그건 경제지에나 나올 만한 이야기다. 나라 꼴이 어떻게 되건 사실 내가 밥 벌어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은가조금씩 적응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산업 지형에 비해, 정작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개개인들의 생존 전략은 제대로 진화하지 못했다. 자산을 관리하고 경제적 생존력을 키우는 과정은 누구나 챙겨야 하는 삶의 한 축이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들은 당장 사회 진출 자체부터가 높은 허들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부자가 되는지’에 대한 장기적 고민을 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 p.32
개인적으로는 주식 투자가 주요 수입원이다. 6년 넘게 주식 투자를 공부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다. 단언컨데 주식 투자는 불로 소득이 아니다. 출근을 해서 버는 돈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노동력에 버금가는 정신 소모가 따른다. (중략) 무엇보다도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말을 만나게 된다. 돈을 잃는다는 뜻이다. 그것도 매우 크게 잃을 수 있다. 지금 당장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종목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이 몇 년 뒤에도 성공적 투자를 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누구나 알고 있는 것은 끝물일 가능성이 높다. --- p.41
조금 한심한 이야기지만, 나는 진심으로 백수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왜 백수가 되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 보았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자유’에 대한 부분이었다. 출근시간이 없는 삶을 동경했다. 누군가 시키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자유, 내 인생의 방향을 내가 설정할 수 있는 자유. 백수의 모습은 그런 자유로움을 형상화한 예시 중 하나였던 것이다. --- p.47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은 굉장히 고독한 여정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표본에서 벗어날수록 불안감이 커지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경제적 자유와 조기 은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집요하게 성찰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고, 그것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삶의 체계를 뜯어고치는 리모델링의 과정이 필요하다. 벽도 허물어야 하고 바닥도 벗겨내야 하고,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이웃이랑 실랑이도 벌여야 한다. 벽지를 바르고 페인트를 칠할 때 독한 냄새도 맡아 봐야 하고, 망치질을 하다가 손도 찧어 봐야 한다. 멋있게 개조된 새 집에서 상쾌한 기분을 얻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