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일상 속 사소한 소리가 효과를 발휘해 사람들에게 다양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소리의 다양함과 깊이에 관심이 커졌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뉴욕 맨해튼은 24시간 잠들지 않는 곳으로 소리를 탐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그렇게 소리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고, 공부를 마치고 나서도 은사이신 R. 에이브럼슨 박사의 지도 아래 소리표현연구실에서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양한 업종의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소리를 활용한 마케팅, 경영전략 컨설팅, 먹고 마시는 감각 기능 컨설팅, 공간 사운드 컨설팅, 업무 환경 조성(생산 효율 증대와 스트레스 감소) 컨설팅 등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행정기관에서 소리 표현(사운드 익스프레션)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지 분석하고 있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소리는 말할 것도 없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기능 중 청각이 감지한다. 오감 중 우리가 가장 의지하는 것은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시각에서 얻는 정보의 양은 청각에서 얻는 정보의 양보다 훨씬 많다. 그러나 청각이 시각보다 우세한 것도 있는데 자극에 반응하는 속도다.
시각에서 얻은 자극은 뇌에 도달하는 데 20~40밀리초 걸리지만 청각에서 얻은 자극은 8~10밀리초 걸린다. 청각으로 얻은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가 시각으로 얻은 정보에 반응하는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빠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청각이 시각보다 우위에 있다는 증거는 반응 속도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청각은 24시간 쉼 없이 정보를 수집한다. 시각처럼 눈을 깜빡이는 일도 없고 눈을 감아 정보를 차단하는 일도 없다. 게다가 머리 좌우에 하나씩 달린 귀는 상하, 좌우, 전후 모든 방향에서 소리를 감시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는 동안에도 소리를 감지하며 위험을 포착했을 때는 잠에서 깨어날 수 있다.
이처럼 ‘소리의 강점’을 생각해보면 소리를 활용할 기회가 도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소리는 실제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평소 알아차리지 못할 뿐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소리의 영향을 받는다.
--- ‘제1장 왜 소리에는 힘이 있을까?’ 중에서
마트에서 배경음악으로 빠른 음악과 느린 음악 중 어느 것을 틀 때 매출이 더 많을까? 빠른 음악이 기분을 들뜨게 해서 구매욕을 높일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뉴욕의 마트에서 실시한 ‘음악의 빠르기가 고객의 구매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2에서는 그와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이 조사에 따르면 매장에서 빠른 배경음악을 틀었더니 고객들이 매장 안을 빠르게 걸어 다녔다고 한다. 자기가 사려는 상품에 빠른 걸음으로 다가감으로써 다른 상품을 구경하며 돌아다닐 기회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반면 느린 음악을 틀면 고객은 사려는 상품이 있는 진열대까지 곧장 걸어가지 않고 매장 안의 분위기를 즐기며 다른 상품 진열대도 구경함으로써 더 많은 상품을 샀다. 이 마트에서는 빠른 배경음악을 튼 날보다 느린 배경음악을 튼 날 매출이 32%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
--- ‘제2장 사운드 파워 활용의 성공 사계’ 중에서
그런데도 기업은 대부분 사운드스케이프가 고객의 감정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적절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있는 곳에서는 100명 중 35명이 더 오래 머물고, 14명은 물건을 더 많이 산다는 통계가 있다. 한편 100명 중 44명은 사운드스케이프가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얼른 벗어난다고 응답했다. 또 38명은 그 장소를 다시 방문하지 않는다고 응답했으며, 25명은 친구나 지인에게 그곳을 추천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사운드스케이프는 직장처럼 고객과 무관한 곳에서도 큰 효과를 발휘한다. 한 예로 선곡, 음량, 음질 등 사운드스케이프가 적절한 직장에서는 직원의 66%가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 ‘제3장 우리를 둘러싼 소리의 공간 ’사운드스케이프’ 중에서
음악은 꽃 선택에 어떤 영향을 줄까? 꽃집을 대상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가 고객에게 주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있다. 꽃집의 배경음악을 팝 음악, 로맨틱한 음악, 아무 음악도 없는 경우 세 가지로 해서 고객의 구매 행동을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로맨틱한 음악을 틀었을 때 고객들이 사가는 꽃의 종류와 수가 늘어났다.
꽃의 이미지에는 빠른 음악보다 로맨틱한 음악이 더 잘 어울리는 데에 더해 고객이 꽃에 대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로맨틱한 음악이 자극해서 구매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꽃집에서 빠른 음악이나 땅이 쿵쿵 울리는 저음의 음악을 튼다면 고객은 꽃에 대해 자신이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거리감을 느껴 그곳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꼭 필요한 꽃만 얼른 사갈 것이다.
--- ‘제4장_우리를 유도하는 사운드 파워’ 중에서
사운드 비즈니스 앤섬과 마찬가지로 소닉 로고도 고객과 기업 브랜드가 공유하는 가치관을 기록한 일종의 기억 매체다. 다만 소닉 로고는 ‘로고’이므로 짧고 강력하게 압축된 소리다. 이것은 징글(jingle)이라고 해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에서 장면이 전환될 때 나오는 신호음과는 확실히 다르다.
지금까지 ‘소닉 로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들어보지 못했을 리 없다. 사운드스케이프에는 이미 수많은 소닉 로고가 들어 있다. 윈도우나 맥의 시작음, 앞서 소개한 맥도날드의 ‘I’m lovin’ it’, 인텔의 ‘D-n, Ba ba ba ban’이 그런 것들이다.
소닉 로고는 서구 기업이나 글로벌기업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요즘에는 들을 기회가 거의 없어졌지만 두부 파는 사람의 딸랑딸랑 종소리는 오래전부터 이어온 ‘소닉 로고’다. 이것들은 그저 니모닉(mnemonic, 무언가를 쉽게 기억하기 위한 신호나 기억하기 위한 노래) 또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그저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소리는 기업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효과가 있다.
--- ‘제5장 브랜딩의 사운드 파워’ 중에서
누군가가 ‘꺅!’ 하고 높은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쪽으로 주의를 돌린다. 높은 목소리에는 사람을 각성시키는 효과, 즉 주의를 끄는 효과가 있다.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높은 이유는 어머니를 포함해 주변 어른들의 주의를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어린아이와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언어인 ‘모성어’의 톤이 높은 것은 아이의 관심을 끌고 말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그럼 낮은 소리는 어떨까? 미국 상장기업 800곳의 남성 CEO 792명의 목소리를 연구한 결과 목소리가 낮고 깊은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이 조사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여성들도 목소리가 낮으면 설득력이 있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대처 전 영국총리는 원래 자기 목소리보다 낮게 말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낮고 깊은 목소리가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어 그 말의 내용과 말하는 사람의 캐릭터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 사회적 우위성, 카리스마, 리더십 등을 느끼게 해준다
--- ‘제6장 목소리의 사운드 파워’ 중에서
앞서 요즘 소음이 공해 수준에 다다랐다고 했는데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소음을 심각한 건강 피해 요인이라고 정의했다. 한 예로 BGN 레벨이 85데시벨 이상인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소음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자율신경 교란, 불면, 혈압 교란과 같은 건강 문제를 겪게 되고, 난청과 같은 청각장애 위험이 커지며 생산성도 낮아진다. 근로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BGN 레벨을 조절해야 한다. (……)
사무가구업체 스틸케이스와 시장조사업체 입소스의 조사에 따르면 사무실 BGN 때문에 하루에 86분이 낭비된다고 한다. WHO 발표에 따르면 직장의 BGN이 원인으로 보이는 건강문제(우울증 등)로 인한 휴직(근로 일수 감소), 거기에 동반되는 의료비용, 생산성 저하는 영국에서 연간 300억 파운드(약 40조 원!)의 손실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무실의 소리 문제는 경제활동 측면에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 ‘제7장 건강과 생산성의 사운드 파워’ 중에서
핀란드항공은 셰프인 스티븐 류와 함께 소리로 요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메뉴를 개발했다. 밖에서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산들바람에 풀과 꽃이 흔들리는 소리, 나뭇가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등 핀란드가 키워내는 다양한 자연의 소리를 녹음해 실험심리, 식품과학, 음악심리, 음악표현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자료와 분석, 조언을 바탕으로 과학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제작한 것이다. 이 사운드스케이프에서 주목할 점은 비행기 안의 환경이 미각에 주는 영향을 고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핀란드항공의 비즈니스 앤섬인 북유럽의 대자연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소리와 요리의 페어링도 균형이 잘 잡혀 있다. 맛이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닭고기수프는 단맛을 이끌어내는 높은 주파수와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를 페어링해서 단맛과 신선함을 돋보이게 하고 짠맛을 억제한다. 미트볼은 새소리와 폭포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페어링해서 감칠맛과 짠맛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맛있는 요리가 되도록 한다.
항공사들의 ‘소리와 맛의 비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기대감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
--- ‘제8장 미각과 식감의 사운드 파워’ 중에서
악기를 배운 아이는 음성 처리, 언어 발달, 언어 지각, 독해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발달이 빨라진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미국 국립위생연구소와 케네디센터의 ‘음악과 뇌에 관한 워크숍’에서는 아이들이 유아기부터 음악에 반응하고 그 경험이 언어 발달에 크게 공헌한다는 사실이 강조되었다. 또 음악은 주의력, 공간 지각, 실행 기능 등 다른 인지기능 발달에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언급되었다.
음악은 다양한 과목을 배우는 아이들의 지각 능력, 언어 능력, 읽기 능력, 수치에 대한 감각, 지적 개발, 주의력, 집중력, 신체 발달과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악기 연주는 아이들에게 성취감을 주고 자존감을 높이는 일로 이어진다. 또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극복하는 힘, 끈기, 자기 규율 등을 익히게 해준다.
--- ‘제9장 육아와 교육의 사운드 파워’ 중에서
하나는 ‘시점을 바꾼다, 내일을 바꾼다’는 문장입니다. 평범한 일상, 비즈니스, 자기 자신의 행동과 감정, 이 모든 부분에서 우리가 소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들이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시점에서 귀로 포착하는 정보력과 우위성에 대한 시점으로 전환하는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 더 크게 내일을 바꿀 여지가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또 하나는 ‘종이에 얽매이지 않는다, 일본어에 얽매이지 않는다, 글자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문장입니다. 일본어도 아니고 다른 언어도 아닌, 세계 공통의 소리가 넘쳐납니다. 뉴욕에서 듣는 빗소리는 세계 어디에서도 똑같이 들립니다. 우리는 목적과 의사를 가지고 소리를 창조합니다. 이것은 클래식이나 팝이라는 한정된 음악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대표님의 말씀을 빌리면 ‘제안하는 가치의 표현 형태’를 소리로도 전달할 수 있습니다.
--- ‘마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