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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중에서 사냐고 묻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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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중에서 사냐고 묻거든

정찬주 | 비채 | 2007년 06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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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349g | 148*210*20mm
ISBN13 9788992036344
ISBN10 899203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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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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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김양수
동국대학교를 졸업하고 중국 중앙미술학원에서 벽화를 공부했으며, 국내에서 개인전을 13회 개최하였다. 지금은 동국대와 성신여대에 출강하면서 적염산방에서 정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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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내가 날마다 밟고 지나가는 밭에도 있다. 절집에서 말하는 연기(緣起)의 가르침이다. 흙이 있으니 배추와 상추가 자라고, 배추와 상추가 있으니 흙이 살아나는 것이다. 햇볕이나 비나 바람 중에 어느 하나만 없다 해도 채소는 살아날 수 없을 터. 만물의 영장이라고 호기를 부리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알게 모르게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p. 20)



아침에는 서원터에 사는 구씨 어른에게 부탁했던 고추 모종을 150모 가져왔다. 한 모에 백 원이라니, 세상의 생명 있는 것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래 절 입구에 설치된 자판기의 커피 한 잔 값도 3백 원이나 되니 말이다. 흙 묻은 옷에 늘 빛바랜 모자를 쓰고 다니는 구씨 노인을 나는 누구보다도 좋아한다. 입가에 미소를 달고 논밭에서 묵묵히 일하는 구씨 어른의 태도야말로 내가 소망하는 삶의 구경이다. 한 번도 글을 배운 적이 없지만 수행자나 철학자가 무색할 정도로 순리대로 욕심 없이 곱게 사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p. 38)



나는 다시 혼자다. 또 며칠 있으면 손님들이 올 것이고 혼자 사니 외롭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이다. 외로움이 삶을 지탱해 주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곤 한다. 혼자인 것 같지만 사실은 혼자이지 않다. 방을 나서면 야생화인 둥글레가 하얀 초롱 같은 꽃을 달고 나를 반긴다. 알록제비꽃의 새잎과 꽃대도 몰라보게 부풀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생의 시간에 온몸을 바치려면 누구라도 외로워져야 한다. (p. 94)



겨울의 창고는 봄의 빈 창고와 다르다 창고에는 고구마와 땅콩, 콩, 호박 등 먹을 것이 가득하다. 나와 보현이는 물론 산중 처소를 찾는 산새들까지 겨우내 먹을 양식이다. 창고 문을 열어 볼 때마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벽에 걸린 낫과 삽과 괭이들을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내 마음처럼 농기구들도 봄을 기다리고 있는 표정이다. (p. 172)



---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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