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노동자의 권리주장과 반전운동이 일체화된 이 데모를 위해 전국각지에서 모인 버스 수만 500대가 됐다.
공장에서 일하는 블루컬러, 철도원, 우편국원, 교사, 의료관계자, 예능인 등 여러 업종의 노동자를 비롯해 학생, 히피족, 미국 원주민, 퇴역군인, 게이, 레즈비언, 장애인에 이어 전 미국 사법장관인 램지 클라크씨도 와있었다. 모두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업에 의해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전쟁에 쓰고 있는 비용을 악화되고 있는 국내의 실업대책이나 의료보험, 교육 등에 쓰자는 것이었다. 미래가 있는 젊은이들을 속여 전장으로 보내고, 죄도 없는 다른 나라사람들에게 총을 향하게 하는 대신 그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고 대학에 보내자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무의미한 전쟁을 지금 당장 끝내자는 것.” --- p. 33
“누가 믿겠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총을 산 이유가 테러리스트 때문이 아니라 내 국가의 정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말이에요.” --- p.56
“이렇게 단식을 하면서 내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고 생각이 짧았는지, 또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알고 정말 싫어졌었지. 그렇지만 대신에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계속 하는 것 자체에 가치가 있다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 깨닫게 되었어.
간디 흉내 내며 단식을 했지만 정말이지 그가 위대한 이유는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보다 계속해서 묻기를 포기하지 않는데 에 있었어.
나는 내 나라 미국에 민주주의를 되찾고 싶어.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계속 할 거야.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 p.87
“이라크에 가는 것, 두렵지는 않아?”
내가 묻자 앙헬은 머뭇거렸지만 바로 대답했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눴던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우리 생활을 보자면 당신도 잘 알거에요. 이보다 안 좋은 삶이란 상상을 할 수가 없어요. 모병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우리들과 같은 빈민들에게는 징병제나 마찬가지에요. 왜냐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약자들은 군에 들어가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입대전의 앙헬과 같이 만성 기아상태의 국민의 수는 3,100만 명에 이른다. 한 때, 아메리칸 드림과 같은 말로 쓰였던 ‘open door policy이민자를 받는 정책’. 그러나 이민자들은 미국에서의 가난한 삶이 싫어 그것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입대를 선택하게 되고, 이민을 선택했던 가난한 젊은이들은 또 다른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에게 지금 총을 겨누고 있다. --- p.106
미국에서는 2004년 1월부터 2월에 걸쳐 두 달 간 약 76만 명의 실업보험이 끊겼고 이들은 국내에 있는 빈곤을 비롯한 기아상태에 있는 3,100만 명에 조금씩 더해지고 있다. 2003년 시점에서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미국 국민은 4,500만 명에 이르렀고, 개인파산의 절반은 고액 의료비에 원인이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미국은 대학비용과 의료보험 등을 미끼로 하여 신병을 모집한다.
언론은 병사들의 잔악한 행위를 일방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약자이다. 그들은 엄격한 미국 사회에서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어쩔 수 없이 입대하였다. 그리하여 살인 기계를 위한 교육을 받고 최전선까지 쫓겨나간 젊은이들이란 사실은 사회에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04년 12월에 미 육군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이라크에 있는 미국병사 6명중 한명이 중한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고 한다. 이라크에 주둔한 미국 병사 수는 100만 명. 국방부는 이후,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병사는 10만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릭은 “저는 열차가 다가오는 것이 보여요”라며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20대, 30대의 망가진 젊은이들을 가득 태운 열차가 말이에요. 이후 적어도 35년간은 정신병 치료를 계속해서 받아야 할 필요가 있는 젊은이들이지요.” --- p.129
미국 노숙자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2004년 현재 미국에는 약 350만명의 노숙자가 있고 그 중 50만명이 귀환병이라고 한다. “대량폐기 당하는 거죠”라며 릭은 한숨을 쉬었다. “목숨을 걸고 전장에 가서 원치 않는 살인을 강요당하고 돌아와 보니 사회에서는 필요없다고 버려지더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젊은 병사들에게 그런 짓을 시키는 것은 우리 미국인들이 지금의 편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망가뜨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 것. 이것이 지금 이 나라가 하고 있는 짓이에요.” --- p.136
“우리들은 어리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진실을 버리지 않고 현실을 바꾸어나갈 것을 선택했어요. 우리의 손으로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자유를 의미하죠. 그 자유가 이 사회에서 약자인 우리들에게 작은 희망을 안겨 준 거릿요!” --- p.178
반전 운동은 전쟁이 시작되면서 1년 동안 각지에서 진행은 됐었지만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쟁이 가져다 준 상처를 온 몸과 마음으로 받은 사람들의 생생한 외침은 하나의 거대한 외침이 되어 미국 국내를 흔들기 시작하였다. 긴 역사 속에서 그러했듯 큰 착오를 깨달은 후에도, 아무리 큰 상처를 받았다 해도 사람들은 반드시 일어나 전혀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다시 고개를 들고 걷기 시작한다.
죄 없는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고 환경을, 문화를, 가족의 유대감을 파괴시켜 자국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버리는 말로 쓰며 전쟁을 지속하는 정부와 그리고 그것을 떠받들고 있는 무지한 국민. 전 세계의 비난, 실망, 혐오, 증오를 받고 있는 미국. 그 미국에게 ‘어머니’와 그리고 ‘젊은이들’의 힘은 큰 희망의 열쇠가 되었다. --- p.190
“미국은 이제 글렀다는 저널리스트가 많은 가운데 츠츠미씨는 왜 아직 미국에 희망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강연을 하고 있자면 자주 이런 질문을 듣는다. 되돌아보면 2001년 9월 11일 아침, 공교롭게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에 있었다는 악몽 같은 우연이 나를 이곳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그 사건 이후, ‘테러와의 싸움’을 내세우며 폭주하는 미국은 온 세계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강렬한 영향력에 우리들은 끌려들어가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굴절된 렌즈는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보이는 풍경을 바꾼다. 9·11로부터 2년 후, 테러 후유증과 미국에 대한 불신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또다시 미국에 가서 내가 만난 것. 그것은 보도가 전하는 잔악한 이미지와 정반대의 또 다른 미국의 얼굴이었다.
전쟁이라고 하는 거대한 비즈니스를 계속하기 위해 정보를 통제하고 경제적으로 구석에 몰려 고통 끝에 조국을 위한 버리는 말로 쓰이는 병사들이나 노동자들, 아들들을 전쟁에서 잃은 가난한 어머니들이나 무력한 마이너리티 젊은이들, 그리고 영웅이라 불릴 줄 알았던 노상에 잠든 노숙자의 귀환병들. 하지만 그들은 그런 험난한 상황에서도 굽히지 않고 고개를 들고 일어나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열심히 해내고 있었다.
한 흑인 여고생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미국은 최악이에요. 세계 최강의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들 약자를 짓밟고 있죠. 하지만 인간의 역사를 보면,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언제나 약자에요”
맞다. 그녀가 말하는 대로 긴 역사 가운데 변화를 일으킨 위대한 혁명가들은 모두 약자였다. 킹 목사에 넬슨 만델라, 그 밖에도 끝이 없을 것이다. 각자 공통된 것은 마지막까지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힘이 작다며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꿈꾸는 새로운 미래를 믿어왔다는 것. 이와 같은 믿음을 가진 미국의 약하지만 강한 사람들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 그것은 한 사람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의 거대함, 그리고 할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용기이다. --- '저자 후기' 중에서
신자유주의라고 하는 거대한 괴물 앞에서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 곳에 갇힌 채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또한 마찬가지 상황이다.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또한 최근의 경제위기를 기제로 자본과 정부, 그리고 기업이 손을 잡고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라는 극히 이기적인 고용정책을 내세우며 만성적인 ‘워킹푸어Working Poor’를 양산할 계획에 있다.
한국의 빈곤 비즈니스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빈곤의 대물림’, 더 나아가 빈곤층을 국가를 위한 자본을 위한 ‘버리는 말’로 쓰려하고 있다. 지난 3월 18일, 한국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병역자원 모집의 어려움을 이유로 밀리터리 스쿨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군사학교와 유사한 개념이라고 하는 한국판 밀리터리 스쿨은 1단계로 중·고등학교에 ‘군사학’ 과정을 신설해 특성화하고 2단계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군사학 과정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2012년까지 개교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미국식 밀리터리 스쿨이 가져오는 처절한 현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국가는 국가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고, 그 희생이 끝나면 다 쓴 일회용품과 같이 버려버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이 책에서 보여준 젊은이들의 비참한 모습이 언젠가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새 우리 사회도 인간보다 이윤이 앞서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빈곤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는 현실 속에서 결국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거래할 수밖에 없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 ‘역자 후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