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두 이야기는 불교적 이상사회 모델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디가 니까야(Digha Nikaya)의 한편인 아가나 수타(Agganna Sutta)는 무위의 이상세계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생명력으로 충만한 존재는 기쁨 속에서 살며 선과 악의 극단적인 대립도 없고, 부자와 빈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의 대립도 없다. 세상은 부드럽고 달콤한 먹거리로 꽉 차 있다. 그렇지만 슬프게도 이런 황금시대의 이상은 점점 아득히 멀어져 갔고, 세상 사람들은 탐진치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끝내 세상은 혼돈에 빠지고 말았다. 이윽고 사람들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하여 왕을 뽑기로 했다. 사람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왕을 선출했다. 여기서 선출된 왕은 군주로서의 맡은 바 임무를 다했고, 선출한 이들은 왕에게 양식을 대주었다. 이 이야기에 의하면 선출된 왕의 존재는 혼돈과 탐진치를 예방하는 일종의 장치라 할 수 있다. 왕은 군림하는 지배자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지배자인 왕과 피지배자인 백성들 사이에 일종의 사회적 계약이 존재했다. 물론 그 계약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백성들은 왕을 존중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우주왕"의 전설이다. 이 이야기의 전거는 디가니까야의 시하난다 수타(Sihananda Sutta)이다. 이 이야기도 황금시대를 묘사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시기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무척 매혹적인 신체를 가졌고, 모두 팔만 년을 산다고 한다. 이 황금시대는 우주왕인 달하네마(Dalhanemi)의 선정(善政)으로 유지되었다. 다만 첫 번째 이야기의 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주왕은 무엇이 선인가를 알고, 다르마에 따라 통치했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는 가난, 악의, 폭력, 악행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우주왕은 32가지의 표식과 7가지 보석 그리고 신분을 나타내는 휘장들과 함께 묘사되어 비범한 존재임을 과시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상징은 커다란 수레바퀴이다. 달하네미의 통치기간 초창기부터 그의 머리 위에는 바퀴가 떠 있어 바퀴의 인도에 따라 동서남북의 네 대륙을 바다 끝까지 정복했다고 한다. 바퀴가 굴러가는 곳마다 왕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바퀴는 왕을 세계의 한복판으로 인도한 후, 왕궁이 공중에 떠서 왕권을 상징했다고 한다. 평화스러운 그의 통치시기가 끝나면 바퀴는 내려앉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바퀴가 땅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춘 후, 왕은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숲 속으로 들어가 성자로 살았다고 한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다르마의 바퀴가 다음 왕에게 자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달하네미의 아들이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노력으로 바퀴를 불러내야만 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다르마이 바퀴는 지금까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훗날 세상이 타락할 것을 암시라도 하듯,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