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해 내신 세상은, 자기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땀 흘리는 세상이다. 하나님은 그곳에서 종살이하고 있던 우리를 구하기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그 값을 지불하셨다. 그리고 율법이라는 도구를 통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셨다. 각자 자기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살아가는 이 세상 속에서, 적어도 자기 백성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이 명령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통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그분의 나라와 의를 먼저 구하는 삶으로 조정된다(마 6:33). --- p.45
우리가 자신의 나라를 만들기 위해 수고한다면, 우리에게 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앞서 가는 자들을 쫓고, 뒤따르는 자들에게 추격당하지 않기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는 사람은 하나님의 명령과 질서에 순종하여 안식을 누릴 수 있다. 하나님 나라는 그분이 친히 완성하실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 p.46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영성은 게으름이나 나태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부르신 삶의 영역에서 마땅히 해야 할 것들에 충성하는 것인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세상이 추구하는 성공의 욕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내게 주어진 삶의 작은 영역부터 하나하나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 결과로 평가하는 세상 앞에서 과정을 보시는 하나님께 집중하며 잠잠히 삶의 자리를 지키는 것, 특별한 일을 성취하여 이름을 내고자 하는 욕심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평범한 일반적 부르심에 충성하는 삶을 사는 것. 이것이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영성이다. --- p.93
교회는 하나님이 만들어 가신다. 우리가 만들고 싶어 하는 교회를 내려놓고 주님이 명령하신 것에 충성하면, 하나님이 친히 교회를 완성해 가신다. 우리는 하나님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회는 주어진 상황에 충성하며 십자가만을 자랑하는 교회다. 무엇을 이루거나 이름을 내어 성장을 도모하는 교회가 아닌, 주님이 명령하신 것에 순종하며 주어진 길을 끝까지 달려가는 교회다. --- p.122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문제와 위기를 만난다. 그리고 그 문제들 때문에 생긴 갈등과 긴장, 불안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 인위적이거나 불법적인 일까지도 저지른다. 그리스도인인 우리도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보다는 자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조급한 마음에 죄를 지으며, 사람의 힘을 먼저 찾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에게 이렇게 요구하신다. “내가 너희를 위하여 싸우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 p.193
우리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을 위해 크게 쓰임 받지 않으면 초라한 인생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리하여 돈을 많이 벌어서, 큰 권력을 소유해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자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잠잠히 우리의 내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간판을 내걸기는 했지만, 어쩌면 내 욕심과 내 야망을 포장한 것은 아닌지를….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능력대로 청지기의 삶을 살면 된다.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벗어 던져도 된다. 우리 인생의 주인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우리를 향한 목적과 계획은 하나님이 반드시 성취해 가신다. 또한 우리는 불안정한 상황을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안절부절못하지 않아도 된다. 하나님은 우리가 감당할 시험만 허락하시는 분이며,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를 맡겼을 때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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