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가 36세인데 경찰관이 될 수 있나요?
“키가 너무 작은데, 절 뽑아 줄까요?”
“저는 애 엄마인데, 시험에 응시할 수 있나요?”
“법을 모르는데 경찰관에 응시할 수 있을까요?”
각종 채용박람회나 채용홍보에 갔을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들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늘 이렇게 대답한다.
“네, 모두 응시할 수 있습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사지의 완전성이 충족되면, 지원이 가능합니다.”
경찰관이라는 특수업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부분을 궁금해한다. 기존에는 키(신장)와 나이에 제한이 있었지만, 현재는 그 자격 요건이 많이 완화되었다. 논란이 컸던 키(신장)와 나이 제한은 폐지 또는 완화를 통해 더 많은 수험생이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응시제도 변화로 인해 경찰관이라는 직업의 인기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지금은 경찰이 대세다? 중에서
이밖에도 경찰이 하는 일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항상 새로운 일이 생기고, 뜻하지 않은 위험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전에 모든 것을 배워서 할 수 있는 교과서적인 업무는 거의 없다. 매뉴얼에 따른 절차는 배울 수 있으나, 상황을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경찰관만이 가지는 고유의 것이다.
경찰관, 그들에게 특별한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업무가 특별하다고 할 수도 없다. 다만, 국민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가장 근접한 곳에서 도움을 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든 주저 없이 국민의 안전과 사회안녕을 위하여 신속한 행동을 할 수 있는 경찰관의 마음가짐이 특별한 것이다.
경찰관, 그들에게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서의 특권의식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특별한 열정과 에너지가 있다.
?경찰, 그들에겐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중에서
많은 사람들은 경찰관은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법도 잘 알아야 하고, 운동도 잘해야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23살에 경찰관이 되었을 때 아주 평범한 가정의 딸이었다. 맞벌이하시는 부모님과 오빠 둘이 있었으며,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사는 집도 아니었다. 공부도 썩 잘하지 못했고, 중·고등학교 때 체육 성적은 늘 ‘양’이었다. 학교에서도 그리 튀지 않은 평범한 아이였다. 더군다나 어렸을 때부터 경찰관이 되겠다고 준비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경찰이 되었다.
기회는 항상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경찰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마찬가지이다. 연령과 대한민국 국적, 병역관계만 충족된다면 경찰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학교 다닐 때의 성적도 중요하지 않다. 단, 할 수 있다는 열정만 있으면 가능하다. 열정은 외모나 스펙보다 앞선다. 경찰은 단순히 공부 잘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경찰에 대한 열정, 의지를 더 중요시한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중에서
나는 스펙 8종 중 단 한 가지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난 경찰관이 되었다. 경찰이 되기 위해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물론 경찰관 채용시험에는 이러한 스펙이 가산점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펙이 없는 것이 경찰관이 되는데 결격사유는 아니다. 이러한 스펙은 경찰이 되어서 충분히 쌓을 수 있으며, 경찰에서는 스펙을 쌓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다. 고졸 출신 경찰관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으며, 일부 학교에서는 경찰관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본인이 원하면 외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 준다. 또한, 외국어 실력이 우수하고 조건이 충분하면 심사를 거쳐 해외주재관으로 근무할 수 있다. 경찰 관련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저렴한 비용으로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해준다. 최근에는 최상급 기관인 경찰청에서 ‘경찰청 기획 인재 선발제’를 실시하여 순경 출신들의 능력을 확인해 보는 기회도 생겼다. 그리고 경찰 내부에서 펼쳐지는 각종 공모전은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굳이 경찰관이 되기 전부터 가산점수를 위한 스펙을 쌓을 필요는 없다. 경찰은 오히려 스펙보다 스토리가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스펙은 필요조건이 아니다? 중에서
직업 선택을 두고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 평생의 직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라면, 분명 경찰관의 직업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13년 전, 과연 내가 해야 하는 일인지 많은 고민을 했다. 100번은 나 자신에게 물어봤다. 마음의 답변과 이성의 답변은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난 마음의 답변만 생각하고 도전했다. 그리고 지금 경찰관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경찰관이면서 책을 쓰는 작가이다. 책 읽는 것과 책 쓰는 것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주위에 작가도 없었을뿐더러, 문학적으로 재능이 있는 사람만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도, 13년 전 그날처럼,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씩 머릿속으로 떠올려보았다. 동시에 닥쳐올 어려움과 좌절도 함께 생각했다. 그리고 난 또다시 마음속의 답변을 믿어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작은 어려움에도 내 믿음은 흔들렸다. 하루는 책 쓰기 지도를 해주시는 분에게 문의를 하였다. “할 수 있을까요?”하고 물어보는 질문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엉뚱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만 망설이고 도전하세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아 갑자기 창피해졌다. 그는 내가 이미 결정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결정을 해두고 다시 한 번 확인한다는 것을 눈치챘다. 덕분에 주저하지 않고 결정했다. 그리고 지금 책 쓰는 경찰관이 되었다. 그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면, 간도 보지 말아야 한다. 여기저기 간만 보다가, 언제 도전할 것인가.
?그만 망설이고 도전해봐!? 중에서
경찰관 시험만 합격하면 다 된 것으로 생각했건만, 교육생 과정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생들을 힘들게 했다. 계속되는 훈련과 제설작업은 세상에 태어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할 일이었다. 솔직히 훈련 속에 포함된 이런 교육들은 그 당시에는 경찰 생활에서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왜 눈도 치워야 해? 우리가 눈 치우려고 경찰 된 거야?”
“나는 빨리 근무복 입고, 화장도 하고 그러고 싶어.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는 거야?”
“아! 내일 아침에는 또 어떻게 운동장을 뛰지?”
“나는 운동장 뛰는 것보다 선착순이 더 무서워!”
시간이 지나면서, 교육생들은 점점 힘들어했다. 생각했던 경찰교육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러나 각자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서 얻은 결과를 쉽게 져버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정도도 참지 못하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강해져 있었다. 힘들어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오기가 생겨 오히려 더 잘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동기들 간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1단계 기간만 끝나면 힘든 훈련은 거의 끝난다고 들었던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훈련에 임했다. 그리고 힘든 시련이 올 때면 중앙경찰학교의 슬로건을 떠올렸다.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 중에서
1단계 훈련에 이은 다음 교육과정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현장에 나가서 법을 집행해야 하는 경찰관은 높은 사명감이 요구된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교육 중에 힘들고 지치는 일이 많았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요령도 생기고 적응이 되어 훨씬 나아졌지만, 훈련 과정은 긴장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두 번의 좌절 끝에 찾은 꿈을 쉽게 버릴 수 있을 만큼 나약하지 않았다. 나 자신을 믿지 못할 때도 있었고, 수없이 흔들렸던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직업 중에 “왜 하필 경찰이었을까?”라고 되물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만큼 내 의지가 많이 약해졌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에게는 비빌 언덕도 넘어질 언덕도 없었다. 내가 선택하고 힘겹게 고생해서 받은 이 보상을 포기해버리기는 너무나 아까웠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무조건 버텨야 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항상 고통과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때 자신을 믿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까지 참고 기다릴지 자신도 모를 때가 있다. 고난과 역경이 꿈으로 가는 길을 방해할 때, 절대 흔들리지 마라. 몸속에 숨어 있는 승부욕이 버틸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비빌 언덕도, 넘어질 언덕도 없다? 중에서
1년 동안 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던 그는, 경찰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우리에게 전해줬다. 가끔 드는 경찰에 대한 회의감도 그 수험생 때문에 잊을 수 있었다. 그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멘토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공직 박람회와 채용박람회에 참석하여,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내 연락처를 알려줬다. 언제나 궁금한 게 있을 때, 연락하도록 일러주었다. 처음에는 “정말, 그래도 될까요?”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며칠 후, 어떤 수험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활기차고 들떠있었다.
“선생님! 전에 공직 박람회에서 만났던 ○○○입니다. 기억하시죠?”
“어? 그래! 기억해! 잘 있었니? 요즘은 어떻게 지내? 근데 어쩐 일이야?”
그녀에게 전화한 이유를 물었다. 설마, 그때의 인연으로 전화를 할 줄은 몰랐다.
“어쩐 일이긴요? 그때 그러셨잖아요. 경찰에 도전하겠다고 결심이 서면, 꼭 연락하라고 했잖아요!”
순간, 나는 가슴이 벅찼다. 전에 경찰관에 도전할지 말지 고민했던 그녀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해주었는데 마음의 결정을 하고 내게 연락을 했다.
“맞아. 맞아. 내가 그랬어. 어? 그럼 결정한 거야? 축하해! 그때 보니깐 꼭 그럴 것 같더라고.”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 계속 갈등하고 있었는데, 저에게 힘이 되어 주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좋은 말만 해주었는데, 선생님은 있는 그대로를 알려주셔서 솔직히 믿음이 가더라고요. 저 꼭 열심히 해서 선생님처럼 멋진 경찰관이 될 거에요.”
그녀의 전화를 받고,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나를 본받고 싶다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나도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는 멘토가 되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경찰을 꿈꾸고 있는 이들, 그리고 진로를 결정하는데 갈등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본격적으로 멘토가 되기로 결심했다.
?경찰관이 꿈인 그들의 멘토가 되다? 중에서
나는 경찰 채용 홍보원정대 활동과 채용 면접관을 하면서 경찰관의 꿈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이 그들에게 경찰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고 도와주는 안내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경찰’을 나의 첫 번째 책의 주제(concepts)를 정했고, 목차와 집필방안을 정했다. 몇 번의 수정을 통해 주제에 맞는 목차도 완성했다. 그리고 이렇게 경찰관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에세이를 집필하고 있다. 지금 독자들이 읽고 있는 이 책이 바로 그 책이다. 나의 첫 개인 저서이자, 많은 이들에게 경찰에 대한 동기부여를 해줄 이 책이 나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줄 것이다.
?나는, 꿈을 꾸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이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