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와 구속사에 편입된
남녀 영웅들의 이야기
감수자는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에게 이스라엘 가나안 진입이 서서히 이루어진 이주(移住)인지, 정복(征服)인지, 혁명(革命)인지에 대한 최근 구약학계의 논의를 고려하도록 요청하지 않았다. 여호수아기, 사사기, 룻기는 이미 신명기 역사가가 역사 형식으로 진술한 기록이고,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은 역사 진술 형식을 이야기 형식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이들이다. 우리의 스토리텔러들은 여호수아기에 기록된 그대로 이스라엘 지파들이 어떻게 요단 서쪽 땅을 차지하게 되는지를 흥미진지하게 묘사한다. 여호수아기의 주인공은 여호수아다. 여호수아기의 하반부는 지파들의 땅 분배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사기(士師記)에는 더 많은 전쟁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책의 히브리어 이름 ‘쇼프팀’은 ‘재판관’을 뜻하는 말인데, 중국어 번역 성경이 판관 기능을 지닌 인물들을 한자로 ‘사사’(士師)라고 했기 때문에 그 번역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글자대로의 뜻은 ‘재판관’이다. 그런데, 실제로 12명가량의 남녀 사사들은 재판관들이었기보다는 적군의 침략에 맞서 군사를 일으켜 침략군과 싸워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원한 구원자들이었다. 독자들은 스토리텔러들을 통해 옷니엘, 에훗, 삼갈, 드보라, 바락, 기드온, 아비멜렉, 돌라, 야일, 입다, 입산, 엘론, 압돈, 삼손 등이 어떻게 구원자의 구실을 하는지, 손에 땀을 쥐고 관전할 수 있을 것이다.
룻기는 이방 여인 룻에 관한 기록이다. 히브리어 성경에서 룻기는 역사서로 구분되어 있지 않고, 요나서나 에스더기 같은 문학 단편으로 분류되어 있다. 주인공 룻은 단순히 이방 여인일 뿐 아니라 이방 중에서도 여호와의 성회에 들어오는 것이 남달리 제한되어 있던 ‘모압’의 ‘여인’이다(신 23:3 참조). 그런데도 불구하고 룻은 모범적인 여성으로 이스라엘 역사 안에 편입된다. 그뿐만 아니라 룻은 다윗 가문의 여자 조상이 되면서 “다윗의 자손 예수”의 조상이기도 하여, 우주적 구원의 역사에 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 민영진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 역임, 대한성서공회 번역실장, 총무 역임,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컨설턴트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