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유산에 신경 쓰지 않는 스타트업처럼, 아마존에서 ‘첫번째 날’이란 발명의 코드다. 이는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발전 덕분에 누구든 전례 없는 속도로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끊임없이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기업의 인식이다. 또한 GM이나 엑손Exxon 같은 대기업이 과거 시장을 지배했던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GM이나 엑손 같은 대기업들은 핵심 경쟁력을 개발하고, 이를 고수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것을 지켰다. 그러나 이제 기존의 비즈니스 방식으로 덩치를 불리는 전략은 유효하지 않다. 1920년대만 해도 [포춘] 500대 기업의 평균 기대수명은 67년에 달했다. 그러나 2015년에는 15년으로 줄었다. 두 번째 날은 어떤 모습일까? 아마 죽음과도 같을 것이다.
--- [들어가며] 중에서
기술 거물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운영 방식을 새롭게 생각해야 했다. 과중한 실행업무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 대부분은 보통 위에서 내려온 몇몇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이를 통해 개발한 신제품 판매에 주력한다. 이런 점에서 여전히 ‘비전가 visionary’라는 말은 CEO에 대한 최고의 찬사다. 이런 기업들의 성공은 대개 경영자와 경영진이 내놓는 아이디어에 달렸다. 이런 의미에서 베조스, 저커버그, 피차이, 나델라는 비전가가 아니다. 그들은 ‘촉진자 facilitator’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바꾼다. 이를 위해 그들은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들 CEO는 세계적으로 앞서가는 기업의 세일즈나 재무 분야 출신이 아니라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들은 스스로 구축한 시스템을 통해 조직 전반에서 영감을 이끌어낸다. 그들이 구축한 창조 문화의 한가운데는 내가 ‘엔지니어 사고방식’이라고 부르는 태도가 자리 잡고 있다.
--- [엔지니어처럼 사고하라] 중에서
2004년 6월 9일 오후 6시 2분,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에서 파워포인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그는 이메일 제목으로 그 소식을 전했다. “지금부터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금지합니다.” 이메일은 고위 간부들에게 발송됐다. 베조스가 생각하는 파워포인트란 항목 표시와 멋진 도표로 치장함으로써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멋있게 보이게 만드는 끔찍한 세일즈 도구다. 마찬가지로 파워포인트는 사람들이 “생각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도록 허락”하기 때문에 발명 면에서도 끔찍한 도구다. 또한 그가 표현했듯이 프레젠테이션 당시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해도, 파워포인트는 종종 결함 있고 불완전한 아이디어를 마구 양산한다. 이에 대해 베조스는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메모 작성이다. 그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쇼 대신, 완전한 문장과 문단으로 이뤄진 문서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도록 했다. 그가 말하는 메모는 대단히 포괄적인 것으로, 메모를 작성하는 동안 사고 과정의 결함을 쉽게 발견하고 상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베조스는 이렇게 지적했다. “좋은 메모의 서사 구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그리고 각각의 요소가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베조스의 리더십 원칙은 아마존의 가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구현할 시스템이 없다면 아무 쓸모도 없다. 이메일을 전송했을 때, 베조스는 아마존의 발명 시스템, 즉 메모를 중심으로 하는 발명의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 [아마존에서 파워포인트가 금지된 이유] 중에서
맥드빗의 강의는 페이스북 직원들이 피드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뿐만 아니라 피드백을 잘 받아들이도록 만들었다. 강의를 들은 사람이라면 피드백이 자신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려는 것임을 이해한다. 페이스북에서 피드백이란 문제에 대해 논의해보자는 제안, 혹은 누군가 “제게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우리가 이걸 꼭 시도해봐야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라고 말할 때 그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에고ego와 두려움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이런 대화를 힘들게 만든다. 그러나 페이스북에서 맥드빗의 강의는 피드백에 대한 약속과 더불어 피드백을 일상적인 활동으로 만들었다. 저커버그의 이런 피드백 문화는 베조스의 여섯 쪽 메모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모든 사람의 아이디어는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저커버그는 신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격려한다.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것인지와 상관없이 대부분 저커버그에게 곧장 전달된다.
--- [저커버그의 모순] 중에서
각각의 혁신과 더불어, 구글은 강력한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 가령 구글 어시스턴트는 구글 검색, 지도, 뉴스, 사진, 안드로이드, 유튜브 등을 하나의 통합적인 제품으로 묶고 있다. 이런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구글의 여러 그룹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협력은 구글의 다양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툴(맞춤형과 일반형 모두)이 있기에 가능하다. 구글 직원들은 구글 드라이브 안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한다. 구글 독스와 스프레드시트, 슬라이드를 사용해 계획을 세우고, 회의를 하고, 금융 관련 정보를 저장하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이러한 드라이브 내 파일은 대부분 모두에게 열려 있기 때문에 구글러들은 어느 그룹에 속해 있든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서류를 읽어보고 진행 상황이 어떠한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산을 어떻게 마련하고 있는지, 누가 무슨 일을 담당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툴은 구글의 전체 조직을 전례 없이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 [하나의 구글] 중에서
애플에서 디자이너는 신적인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다른 동료들은 디자이너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리 준비하고, 심지어 제품을 보여주는 각도까지 신경 쓴다. 전 애플 직원 한 명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계획했습니다. 누가 회의에 참석할지, 어떤 정보를 전하고 어떤 정보를 감출지, 어떤 표현을 사용할지, 그리고 백업 플랜과 더불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테이블 밑에 또 다른 제품을 놓아두는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썼죠. 이를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사실 이런 노력은 혁신과는 무관한 시간 낭비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죠. 그들은 신적인 존재니까요.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들을 신처럼 떠받들었습니다.” 집중된 권력을 지닌 애플 경영진은 스스로를 조직의 나머지와 거리를 뒀다. 일반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행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존재했다. 그들은 경영진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에는 직원들이 CEO와 함께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많이 있지만, 팀 쿡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 [디자이너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