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에선 어디서나 죽은 자들만이 말을 하고 있어요.살아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아요. 이젠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는 동상이 말을 하고, 섬을 빠져 나가다가 물귀신이 되어 간 사람들이 말을 하고, 그리고 그 납골당에 잠들어 있는 수많은 망령들이 말을 하고......하지만 말을 하는 것은 오직 그들뿐이란 말요.
--- pp.64-65
오늘 우리의 이 뜻이 그곳에서 이루어지든지 못 하든지간에, 여러분이 그 땅의 주인이 될 수 있든지 없든지 간에 우리는 오늘 이 두사람으로 하여 또다시 길을 놓은 우리들 마음속의 방둑을 튼튼하게 지닐 수 있음을 볼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우리의 뜻을 튼튼하게 쌓아 이어놓았을 때, 비로서 떳떳하게 이웃을 기다리고, 그 이웃이 그곳에 오가게 되는 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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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이렇게 되어버린 건가?
운동 시합의 마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원장의 의도에 대해선 심상찮은 예감을 지녀오고 있던 상욱이였다. 하지만 그 상욱마저 이젠 어느새 그 시합의 마력에 말려들고 만 꼴이었다. 섬은 이제 5천 명 원생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었다. 5천명이 그냥 한 사람 이었다. 5천 명이 한사람 처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흥분하고 있었다. 이제 아무도 원장을 경계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가 알수 없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그를 믿고 그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 p.150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 자가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다.
자유가 사랑으로 행해지고 사랑이 자유로 행해져서 서로가 서로 속으로 깃들이면서 행해질 수만 있다면야 사랑이고 자유고 굳이 나눠 따질 일이 없겠지만..이 섬에서 일어난 일들로해서는 자유라는 것 속에 사랑이 깃들이기는 어려웠어도,사랑으로 행하는 길에 자유는 함께 행해질 수도 있다는 조짐은 보였거든.그리고 아마 이 섬이 다시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그 사람 속에서 진실로 자유가 행해지는 날이 오게 되면 그대 가선 이 섬의 모습도 많이 사정이 달라질게야.
--- p.342
바로 저 나무뿌리가 그런것들 중의 하나지요 산에만 올라가면 저런 고목나무 뿌린 얼마든지 많습니다. 모두가 땅 속에 숨어있어요, 놔두면 제풀에 썩어없어질 것들이지요. 하지만 내가 올라가 땅을 파고 썩어가는 뿌리를 찾아주면 저것들은 제 몫의 아름다움을 되찾아 지니고 저렇게 내게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 p.358
그야 물론 사랑이어야겠지. 이제 이 섬은 자유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또 그런 자유로만 행해 나갈 수는 없을 게야. 자유라는 건 싸워 빼앗는 길이 되어 이긴 자와 진 자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 자가 없이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거든. 하지만 이건 물론 자유로 행해나갈 것도 지레 단념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이제 이 섬에선 자유보다도 더 소중스런 사랑으로 행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일 뿐이지. 자유가 사랑으로 행해지고 사랑이 자유가 사랑으로 행해지고 사랑이 자유로 행해져서, 서로가 서로 속으로 깃들이면서 행해 질 수만 있다면야 사랑이고 자유고 굳이 나눠 따질 일이 없겠지만, 이 섬에서 일어난 일들로 해서는 자유라는 것 속에 사랑이 깃들이기는 어려웠어도, 사랑으로 행하는 길에 자유는 함께 행해질 수도 있다는 조짐은 보였거든.
--- p.342